지난 기획/특집

[청소년문제의 실상 - 상담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53. 치료와 예방/ 조순애

조순애ㆍ시인ㆍ선일여고 교사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06-19 제 1360호 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디스코홀 가려고 생일선물 처분해
청소년들 마음놓고 즐길곳은 어디
발병전에 예방하듯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해
윤희」와 「경미」의 말이 엇갈리기 지작했다.

윤희의 금반지를 전당포에 맡긴 건 일치하는데 두 아이의 진술은 그 다음부터 달랐다.

윤희는 사흘 후에 다시 찾아 주겠다는 경미의 약속을 믿고 손가락에서 금반지를 빼서 경미에게 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미는 한사코 그 반지를 맡기고 받은 오만 원은 윤희와 둘이서 함께 썼다고 우겼다.

그날 전당포에 가서 제시한 주민등록증은 바로 윤희의 것이었고 단독으로 한 짓은 아니라는 것이다.

윤희는 계속 웃으며 여유가 넉넉한 태도를 보이더니 불쑥 입을 열었다.

『경미의 부탁을 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얄미워서 제 맘이 변했거든요.』

그래서 경미가 주장하는 공동 책임은 경미가 부모로부터 받을 꾸중을 줄이기 위한 모의였다는 거였다.

윤희의 주민등록증으로 맡긴 윤희의 금반지는 경미의 엄마가 찾아 주기로 하고 일단 그 자리를 떠나도록 했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해결책이 아니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그 당장 그 자리만을 면하고 보자는 얕은 계략을 파헤칠 때면 사실을 토로하는 그들이 겁난다고나 할지 두려움을 안게 된다.

그 아이들은 자신이 만들어 낸 드라마에 출연하여 그 거짓을 증명하기 위해서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했던 경우를 많이 기억한다.

윤희와 경미 네가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디스코 홀」이었다.

사회 여론은 어디까지 흘렀는지 해결안은 어디까지 마련되었는지 모르되 근절만은 안 된 것이다.

「디스코 홀」에 드나들려면 부모가 주는 용돈이 부족했다.

이리 저리 핑계를 대고 용돈을 가불하고 용도를 거짓으로 대고 돈을 타내도 늘 부족했다.

그 다음 단계는 집안의 물건을 들고 전당포를 찾았다.

윤희와 경미는 여대생이지만 여고생도 마찬가지였다.

약물에 중독이 되듯이 이 아이 들은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요즘의 청소년들은 오락 시간을 디스코 춤으로 대치하는 경향이 짙다.

그런데 어른들은 실제의 상태를 잘 파악하는 대신 어떤 비행의 결과만을 놓고 펄쩍 뛴다.

시세의 흐름을 막을 수가 있을까? 아이들은 소풍을 갈 때 녹음기를 가져가서 자유 시간을 주면 무더기져서 춤을 춘다.

수학여행을 가서는 밤새 방 식구들끼리 춤을 춘다. 그 아이들은 그이와의 춤을 출수 있는 장소를 모른다.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둡고 불결한 곳 학생 출입이 금지된 그런데라도 가려는 것이다.

윤희의 말과 경미의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의 잘 못이냐고 흑백을 가리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 아이들의 행적만을 놓고 확대경으로 들여다 보고자 함도 아니었다.

어느 지방에서 사건이 퍼지지 않아도 풋 과일 같은 이 아이들의 탈선은 짐작만은 아니었으니까.

아빠가 생일선물로 준 반지의 행방을 묻다가 밝혀진 이 얘기는 한 달 전의 사례이다.

윤희와 경미가 엉엉 울면서 부모 앞에서 맹세를 거듭하는데 나는 서글픈 생각만이 가슴에 일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몇 시간을 춤출 수 있는 무료입장할 곳은 언제 만들어지려나?

전문가에 의해 연구 검토 되고 있으리라고 믿고 싶다.

건전한 오락을 손에 쥐어 주면서 불건전한 놀이를 뺏어야 한다.

치료화 예방은 그 비중이 같다. 발병 (병을 일으키기)하기 전에 손을 써서 예방한다면 적어도 상처는 막을 수가 있으리라. (계속)

조순애ㆍ시인ㆍ선일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