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 교회 2백주년 기념 동화] 12. 하늘과 땅의 합창

황 사라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05-29 제 135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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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이는 마음 속에서, 띄워 보내는 이들에게는 온 얼굴이 눈물의 소낙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이제 이세상에서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마음과 마음을 그리고 그가 두번 다시는 이 뜨락을 밟을 수 없으리라는 느낌 때문에…그날따라 뒷산에서 뻐꾹새의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오고 있었어요.

따라서 아우구노띠노 유진길은 마음속으로 다음 노래를 부르면서 포졸들을 따라 떠나가고 있었어요.

성문 밖 서편 하늘 붉게 물들이고

레몬 나무에 흰 꽃이 떨어지는데

십자가를 메고 가신 우리 예수님

탱자 나무관을 쓰신 그 몸의 붉은 옷

온 세상 죄악을 떠맡으시었네.

세상엔 날로 날로 죄악이 기승하여

성부의 노여움 막기 위해 나의 희생 원하시면

예수님의 그 잔에 나의 삶 담으오니

성부여 받으소서. 향기로운 제사로서

조국과 온 세상 복음화를 위하여

따라서 14번의 가혹한 고문, 6백번의 매질을 통하여 그의 뼈는 마디마디 으스러졌지만 그는 예수님의 수난을,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리신 베드로의 순교를 생각하면서 이윽고 9월 22일 날 평온한디 평온한 마음으로 하늘나라의 꽃밭으로 옮겨져 갔어요.

이제 이 세상에 홀로 남게된 듯한 우리들의 베드로 유대철 소년은 그날도 정원의 패랭이꽃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었으며 아버지께서 붙잡혀 가시던 그 순간의 하늘빛을 녹여 만든 듯한 꽃잎을 바라보면서 삼라만상을 지으신 그 어느 분의 손길에 감탄을, 그분께서 사시는 나라 그리고 아버지께서 가신 그분의 나라로 자기도 어서 빨리 가고 싶은 간절한 바래움을 지니게 되었어요.

그리고 휘영청 달 밝은 밤 귀뚜라미의 노래를 들으면서 다음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내 마음 깊은 대궐 쏠고 닦으며

나의 주님 큰 은총을 기다립니다.

기도의 햇살로 가득 채워서

빛의 빛 예수님을 찬미합니다.

내 마음 예쁜 수레 텅텅 비워서

우리 주님 밝은 모습 기다립니다.

환영의 꽃다발 가득 싣고서

예수님 오시는 곳 마중 갑니다.

내 마음 맑은 호수 바람 재워서

하느님의 큰 사랑을 마중 갑니다.

은총의 돛단배 노 저어 오실

예수님을 맞이하러 나는 갑니다.

그러고는 포도청으로 자수하러 갔어요.

『나도 하늘나라로 빨리 보내 주셔요.』

하면서 말이지요. 옥리들은 처음엔 어린이가 왔다고 달래고 으르면서 배교를 강요하였지만 끝내 말을 듣지 않자 되게 혼내 주려고 하였어요. 마치 화덕 속에 집어 던져진 세 소년(다니엘3장)처럼 불로써 온갖 형벌을 받았지만 그는 끝내 웃음 띤 얼굴로서 하늘나라의 정원에 옮겨 심어졌어요. 아름답디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아빠 월계수 나무 옆에 나란히 말이지요.

여러분들의 귀에는 천사들이 부르는 저 노래 소리가 들려오지 않으세요? 우리들의 잎다지 양의 귀에 점점 크게 들려오는 저 노래 소리가 말이지요.

거룩한 하늘나라 구원의 예루살렘

승리의 월계수가 키높이 자라고

빨마 나무 바람결에 춤을 추는 곳

천사들이 하프 타며 노래 부르고

하늘 땅의 고향 곡이 울려오누나.

천사와 성인들이 손에ㅐ 손을 잡고서

우리 주님 둘러싸고 즐기는 그 곳

성모님도 상냥하게 미소 짓고요.

행복 속에 나의 영혼 황홀하려니

천사들이여, 성인들이여,

상급의 꽃 관 벗어 주님께 돌려 드리며

우리 주 성부님을 찬미하셔요

우리 주 성자님을 찬미하셔요.

우리 주 성령님을 찬미하셔요. <끝>

황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