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억겁의 어둠을 밝히며 - 사진작가 석동일 씨 동굴탐험기] 11. 천연기념물 제 98호 만장굴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05-22 제 1356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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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도 진귀한 용암 동굴
상층 굴에는 아직도 섬세 퇴적물 남아 있고 현재도 생성
제주를 대표하는 굴로 관광 명소로도 유명…보존 책 아쉬워
삼다도 제주는 여자ㆍ바람ㆍ돌에다 굴을 하나 더 보태 사다도라고 했어야 할 만큼 제주는 지상뿐 아니라 지하에도 천연 보고를 가지고 있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성산포가 있는 동북쪽과 모슬포가 있는 서북쪽 부근에서 주로 발견된 제주의 굴은 하나같이 그 규모나 진귀함 학술적인 면에서 가히 세계적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만장굴은 북제주군 구좌면 동금녕리에 있는 전설적인 용암 동굴로 천연기념물로 제일 먼저 지정되었고 관광 동굴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동굴이다.

주굴의 길이 6.8km총 연장 약10km에 이르러 그 규모의 거창함에서나 용암봉ㆍ용암주ㆍ 용암 유적ㆍ용암구ㆍ용암교 등 그 구조 형성 과정에 있어 지질ㆍ지형학적 면에서도 세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원래 주굴 벽면 등에 진귀한 용암 종유관 용암 곡석 등 섬세한 평성체도 적지 않았으나 무분 별한 개발 작업으로 그 대부분이 파손되어 없어졌으나 상층 굴에는 아직도 이러한 섬세 퇴적물이 남아 있고, 현재도 생성 과정에 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만장굴을 빼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관광 가치가 크고 계속 공개가 불가피하나 훼손이 현재 이상으로 파급됨이 없도록 특별 조치가 요청된다.

만장굴의 주굴을 처음으로 끝까지 답사한 사람은 1980년에 세상을 떠난 부종휴 씨이다.

당시 국 민학교 교편을 잡으며 식물을 연구하던 그는 1946년 부활절에 주굴 안으로 1km쯤 들어 갔다 나왔고 그 1주일 후에는 2km가량 들어가다 시체 1구를 발견했으며, 이듬해 3월에 다시 아동들과 끝까지 들어가 만쟁이 거머리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이 굴에는 매우 극적인 조난사 한 토막이 있다.1906년12월 서울 동대문에 사는 어떤 젊은이가 군에서 사귄 친구와 제주도 관광을 왔다가 이 굴 이야기를 듣고 주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사용한 조명은 석유 횃불이었는데 2km쯤 들어갔을 때 그만 석유가 다 떨어지고 말았다. 불 꺼진 동굴 안에서는 문자 그대로 새까만 장님, 한치 앞도 보일 수가 없는 것이다. 두사람은 처음에는 가지고 다니던 성경책을 나중에는 옷을 갈기갈기 찢어 태우면서 엎치락뒤치락 앞을 더듬어 나갔다. 그러나 넓은 운동굴 안에서는 바위 하나만 잘못 잡고 돌아도 방향이 바뀌고 만다. 감각으로는 아예 방향을 찾지 못하는 별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침내 돈을 태우고 신분증까지 태우고 말았다. 두 사람 중의 하나는 크리스찬이고 하나는 무신론자였다고 한다.

오도 가도 못하는 절망적인 상태에 이르었을 때 크리스찬은 끝내 더듬어 나가기를 주장하고 무신론자는 어차피 죽을 바에야 그 자리에서 죽기를 원했다. 그래서 크리스찬은 혼자 굼벵이처럼 끈기있게 기어가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마침내 들어간 입구와는 반대쪽인 막장 만쟁이 거머리에의 함몰구에 이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함몰구는 꼭 거대한 요강을 닮았으며 지표까지의 높이는 25m, 그는 이 요강 밑바닥에 앉아 구름과 별을 번갈아 쳐다보며 기다린 끝에 마침 그 위를 지나가던 목동의 눈에 띄어 기적적으로 물이다 살아났다. 그들이 굴에 들어간 날이 12월12일, 구조된 날이 12월24일 이어서 종교계에도 크게 화제를 일으켰으며 동굴에서 길을 잃고 13일 동안이나 굶고 살아난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그 후 두 사람 다 독실한 크리스찬이 되었다고 한다.

만장 굴레는 또 애절한 전설이 있다고 인근 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어느 눈보라치는 밤 덕천 마을에 사는 한 여인이 아기를 업고 눈보다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그만 이 만쟁이 거머리의 함몰구에 빠져 버렸다. 사방이 안으로 휘어 오른 요강 속 같은 곳이라 올라오지 못한 모녀는 그 속에서 울부짖다 추위와 굶주림에 죽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도 눈보라 치는 날이면『어미 밥 도고』하는 어린애의 울음이 들린다고 한다.

앞으로 아시아의 하와이로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제주이고 보면 만장굴이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은 분명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