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청소년주일 특집] 가톨릭계 대안학교 - 행복한 청소년 만들기

임양미 기자
입력일 2011-05-25 수정일 2011-05-25 발행일 2011-05-29 제 2748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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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정신 따른 전인적 교육으로 ‘행복’ 선물
한국학생 행복지수 OECD 국가 중 최하위
경쟁 부추기는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 원인
조화 이루면서 서로 사랑하는 법 가르쳐야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양업고등학교 학생들. 양업고등학교는 가톨릭교회에서 처음으로 학력인정 고등학교 인가를 받은 특성화 대안학교다.
청소년은 미래(未來)다. 꿈이고 희망이다. 미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선 청소년이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 행복하지 않다. 최근 벌인 한·중·일 청소년 행복지수 조사에서 꼴찌를 했다. 대한민국 전역이 청소년 교육을 위해 들끓고 있지만 모든 초점이 입시 위주의 지적 교육에만 국한돼 있는 것도 문제의 한 원인이다. 극으로 치달아가는 입시 교육에 자기(自己)를 잃어버린 청소년들의 행복을 찾기 위해 교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청소년주일을 맞아, 청소년 행복을 위한 대안 찾기에 나선 교회 내 대안학교에 대해 소개한다.

아이야, 너는 행복하니?

한국 초·중·고교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한국 방정환재단과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의 초·중·고교생 6410명을 대상으로 3~4월 두 달간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는 65.98점이었다. 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인 스페인의 113.6점에 47.6점이나 뒤지고, OECD 회원국 평균 점수인 100점에도 34점이나 모자란다. 29위에 해당하는 헝가리의 행복지수인 86.7점에도 20점가량 뒤지는 불명예스런 점수다.

행복의 척도도 달라지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 중 가장 많은 수(54.4%)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가족’이 필요하다고 말한 반면, 고등학생 중 ‘행복해지기 위해선 경제력이 필요하다’고 답한 수가 증가세를 타고 있다.

지난 3월 6일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한·중·일 청소년 4579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가치관 국제비교 조사’ 결과에서도 한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문항에 중국 청소년의 92.3%가, 일본 청소년의 75.7%가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한국 청소년들은 71.2%만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중국 청소년은 60.2%에 달하는 반면, 한국 청소년의 20.8%만이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이 조사 결과는 ‘대한민국 청소년은 불행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청소년들의 행복 대안

청소년 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고교생의 13.7%만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이 수치마저도 2011년에는 11.7%로 떨어졌다. 고교생 10명 중 겨우 1명만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불행’을 입증하는 설문조사 자료는 얼마든지 더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이러한 불행이 경쟁을 부추기는 주입식 교육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인적 교육은 사라지고 지적 교육만이 폭압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입시 위주 교육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학교’가 국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교육법에서는 이 대안학교를 ‘자연친화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의 전수를 교육목표로 학습자 중심의 비정형적 교육과정과 다양한 교수방식을 추구하는 학교’로 정의하고 있다. 입시지옥과 학원 폭력으로 몸살을 앓는 비인간적 학교에 반발해, 좀 더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자연친화적인 전인적 교육을 하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 대안학교의 ‘꿈’이다.

대안학교 역시 대학입학을 위한 ‘대안 입시’ 교육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의 사회 역 부적응 현상에 대한 우려 등이 대안학교의 폐해로 지적되고 있지만,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는 전인적 교육을 위한 대안학교의 용기 있는 도전이 입시 위주 현실 교육의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가톨릭교회 대안학교

정부(현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학력을 인정해주는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를 받아들인 것은 1997년이다. 이와 동시에 학력인정 대안학교를 통해 행복한 청소년 만들기 선두주자로 나선 학교가 바로 청주교구 양업고등학교(교장 윤병훈 신부)다. 충북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 181 현지에 1998년 문을 연 양업고등학교는 가톨릭교회 내에서 최초로 학력인정 고등학교로 인가를 받은 특성화 대안학교다. ‘대안학교는 사회 부적응 학생이 가는 곳’이라는 편견을 깨고, 7:1의 경쟁률을 뚫어야 갈 수 있는 명문고로 거듭났다. 전교생 110명이 기숙생활을 하며 삶 속에서 복음적 가치를 체득하고 있다. 2010년 대한민국 좋은학교 박람회 참가 학교로 선정됐고, 입학식문화선진화 시범학교 최우수학교로 선정돼 교과부장관 표창을 받을 만큼 양업고등학교는 대안학교의 성공케이스로 인정받는다.

양업고등학교는 현장체험 위주의 특성화교육을 통해 자연 속에서 인성을 기른다. 최근 2박3일간 지리산 종주를 통해 대자연 속에서 공동체 정신을 길렀다. 4월에는 인근 옥산지역에서 이틀간 농촌봉사활동을 하는가 하면, 3월부터는 옥산지역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30m 떨어진 곳에 반별 채소밭을 만들어 씨 뿌리고 거두는 과정을 통해 농부의 마음을 체험한다. 청주교구 유일의 학생 레지오가 창단됐고, 2011년에는 2009년도 졸업생 권환준씨가 삼수 끝에 대전가톨릭대 신학대학에 합격해 개교 13년 만에 첫 신학생을 배출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자연 속에서 복음가치에 따라 실천한 전인적 교육의 결실이 단단히 영글고 있는 것이다.

대구대교구 산자연학교(교장 정홍규 신부)도 주목할 만하다. 산자연학교는 대구대교구 정홍규 신부 지도 아래 경북 영천시 화북면 오산리 775 현지에 2007년 3월 문을 열었고, 2009년 9월 대구대교구 유지재단으로 소속됐다.

산자연학교는 자연, 생태, 예술, 영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3년 (사)푸른평화가 자연으로부터 점점 소외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실시한 3~4일 과정의 ‘오산자연학교’를 모태로 하고 있는 이 학교는 자연이 인간의 정복대상이 아니라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한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약 60명의 청소년들이 시골의 한 폐교에서 창조물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재)서울가톨릭청소년회(이사장 조규만 주교) 소속 기숙형 무료 대안 예술고등학교 ‘화(花)요일아침예술고등학교(교장 홍문택 신부)’에도 교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난 때문에 예술에 대한 꿈을 접어야만 했던 청소년들이 든든한 하느님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학교의 설립취지다. 2011년 3월 2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양원리 560 현지에서 개교한 화요일아침예술학교는 6000여 명 후원자의 도움으로 모든 교육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으며,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학력인정 대안예술고등학교로 인정을 받았다.

홍문택 신부는 “카이스트에 다니는 학생들도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면,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명품 직업을 갖는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아이들은 하느님의 피조물인 자연 속에서 창조주의 사랑을 느끼고,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홍 신부는 “세상이 주는 상처로 아파하던 아이들이 이곳 대안학교에서 서로 사랑하는 법, 남을 먼저 배려하는 법을 배우며 전인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모두 ‘인생 예술인’이 되도록 지도하는 것이 화요일아침예술고등학교의 꿈”이라며 웃었다.

이들 세 곳 가톨릭계 대안학교는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의 행복을 위해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바로 자연 속에서 서로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산자연학교 교장 정홍규 신부는 “많은 가톨릭계 교육기관이 입시 위주로 전락하고, 세계화 물결의 범주에 묶여 있는 것이 슬픈 현실”이라고 꼬집고 “1%를 위해 99%가 희생해야 하는 교육은 가톨릭 복음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 신부는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은 자율성을 갖고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되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마음의 자양분을 기른다”면서 “복음정신에 입각해 전인적 교육을 실시할 교회 내 대안학교가 더 많이 설립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화(花)요일아침예술고등학교 첫 입학생들. 화요일아침예술고등학교는 지난 3월 문을 연 학력인정 무료 기숙형 대안학교다.
자연, 생태, 예술, 영성에 초점을 두고 창조물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는 산자연학교 학생들.

임양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