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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매스컴위 제공 - 독서사목을 위한 제언] (18) 가정에서의 독서교육 (9)

임성미(독서교육 전문가·살레시오문화원)
입력일 2011-05-24 수정일 2011-05-24 발행일 2011-05-29 제 274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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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로 배움의 동기 부여
지능 정상이나 읽기 어려워하는 경우 많아
부모가 함께 읽어주며 자신감 찾게 도와야
초등학교 5학년인 승훈이(가명)는 소아정신과에서 읽기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상담을 청해왔다. 5학년 읽기 교과서를 읽혀보니 심하게 더듬거리는가 하면 읽다가 조사를 빼먹고, 아예 한 줄을 건너뛰어 읽기도 했다. 게다가 글을 읽는데 온 힘을 기울이다 보니 정작 읽은 뒤엔 무엇을 읽었는지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승훈이는 초등학교 4학년 책도 유창하게 읽지 못했다. 승훈이 어머니는 “집에서 책을 읽혀보지 않아서 승훈이가 책을 이렇게까지 서툴게 읽는지 몰랐어요. 문제가 있으니 검사를 받아보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듣고서야 놀랐답니다”라고 한다. 승훈이의 지능검사결과는 정상보다 조금 높은 지수였다. 약간 산만하기는 해도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소리 내어 읽은 적이 있었니?” 하고 물으니 선생님이 잘 안 시킨다고 말한다.

“선생님이 시켰을 때 잘 못 읽어서 창피하고 속이 많이 상했겠는 걸”했더니 고개를 푹 숙인다. 승훈이에게 이번에는 3학년 수준의 이야기 글을 들려주기로 했다. “기억하도록 애쓰면서 잘 들어라” 하고 말한 다음 정확한 발음으로 글을 읽어 주었다. 다 읽어준 다음 내용에 관한 질문을 해 보니 약 60퍼센트 정도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다. 귀로 들어서 이해하는 수준은 3학년 수준에서 약간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많이 처지지는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승훈이는 그동안 수업 내용을 귀로 들어서 그럭저럭 이해해 왔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승훈이는 필기시험을 보면 평균 30점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

승훈이는 왜 글을 정확하게 낭독하는데 문제가 생겼을까? 승훈이는 대학생 큰형과 고등학생 누나가 있는 늦둥이로 태어났는데, 초등학교 입학 전 1년 동안 중국에 체류했다가 겨우 이름 석 자 쓸 줄 아는 상태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승훈이 어머니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저절로 책을 잘 읽게 될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승훈이 같은 경우는 읽기 능력이 자기 학년보다 3년 정도 떨어진 상태이므로 매일 30분씩 꾸준히 3학년 수준의 책부터 소리 내어 읽어 주고 따라 읽기를 통해 낭독 훈련을 시켜야 한다. 3학년에 멈추어 있는 독서수준을 하루라도 빨리 끌어올려 주지 않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능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렇듯 지능지수나 사회성은 말짱한데 읽기 능력에 문제가 생겨 학교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예가 적지 않다. 읽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 수업 시간이 지루하고 힘들게 되고, 선생님이나 부모님으로부터 자꾸 꾸중을 듣게 되니 공부에 대한 동기나 의욕도 떨어진다.

결국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책을 읽어가면서 배우고 싶은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읽어서 자신감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부모가 하루 30분 정도라도 시간을 내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임성미(독서교육 전문가·살레시오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