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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톨릭신문 공동기획 - 책 읽는 교회, 성숙한 신앙] (21) 수원교구 동천성바오로본당 ‘엠마오 북카페’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1-05-24 수정일 2011-05-24 발행일 2011-05-29 제 274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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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지식 키우고 나누는 ‘열린 책방’
다양한 계층 고려해 책 구비 … 전문 시스템 관리
지역민 찾아오기 쉽게 배려 … 매주 이용객 증가
동천성바오로본당 ‘엠마오 북카페’는 기존 성당 만남의 방을 개보수, 신자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찾아올 수 있도록 ‘열린 책방’으로 꾸몄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어릴 때 읽은 책 한 권은 삶의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때가 많다. 신앙생활에서도 책은 중요한 길라잡이가 된다.

그럼 다양한 영성서적들을 양껏 읽을 수 있는 곳이 어딜까? 나 자신에게, 자녀들에게 어떤 책을 권하면 좋을까?

전국 각 신학대학 도서관 정도를 설핏 떠올려보지만, 일반신자들이 쉽사리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유명 서점에서도 영성서적들은 각종 자기계발서나 학습 참고서 등에 밀려 적극적인 홍보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서점 한 귀퉁이를 채우고 있다.

수원교구 용인대리구 동천성바오로본당 ‘엠마오 북카페’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없이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작은 책방’이다.

‘엠마오 북카페’는 종교만화에서부터 사회경제 부문 도서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책으로 꾸며져 누구에게나 한번쯤 들르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신앙 관련 서적들을 다양하게 구비해놓은 면모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용자들의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해 영성 관련 서적뿐 아니라 부부와 가족관계, 심리 치유 등 폭넓고 실용적인 책을 갖추는 데에도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이 북카페는 기존 성당 만남의 방을 리모델링해 꾸며졌다. 신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었다. 신자들은 만남의 방을 교리실로 개조하려던 계획을 변경, 신자들만이 아니라 인근 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성당 주변은 최근 개발, 건립된 아파트 단지여서,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만한 문화공간이 크게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낸 아이디어였다.

또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주말뿐 아니라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도 문을 열어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이 보다 자유롭게 오가도록 했다.

북카페 책장은 집집마다 읽지 않고 구석에 넣어두던 중고서적들이 아니라, 분야별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대부분 최신 서적들로 채웠다. 본당 주임 김형준 신부가 새 책 300권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신자들이 줄지어 새 책을 보내온 덕분이었다.

현재 바코드 작업이 완료된 서적만도 2000여 권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새 책을 채워나갈 계획이다.

본당 주임 김형준 신부는 “성인들뿐 아니라 자녀들에게 영적 지식을 한껏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북카페는 더욱 큰 의미가 있다”며 “비신자들도 다양한 책을 만날 기회를 갖고, 가톨릭교회에 대한 작은 앎의 씨앗이라도 가져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또 하나, 엠마오 북카페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부분은 전문적인 도서 대출 시스템이다. 본당은 대출 프로그램과 바코드 등을 갖추고 무료로 책을 빌려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북카페 문을 연지 1주일 만에 100여 명 이상이 이용했고, 매주 이용객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커피 등도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해 인근 주민들도 들를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음료자동판매기도 빼놓지 않았다.

앞으로 본당은 북카페를 구심점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교회에 대해 알고 영성서적들을 접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백일장 등 다채로운 이벤트와 행사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본당 양정방(요한) 기획홍보분과장은 “북카페가 신자들의 친교와 영적 성화의 장으로서 뿐 아니라 지역 사회의 작은 도서관으로서도 탄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성심껏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