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81)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2)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2011-05-22 제 274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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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 덕 겸비한 완덕의 구현자
진정한 행복은 영적차원의 결합으로 가능
하느님과의 합치·연민·융화의 덕 닦아야
요한 보스코 성인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3가지를 가지고 나온다. 신체와 정신, 영(靈?마음)이 그것이다.

인간은 이 3중 구조 안에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이웃과 관계를 맺고, 세계 안에서 갖가지 상황에 대처하며 역동적으로 살아간다. 이 세 가지가 잘 조화를 이룰 때 나의 내면 형성이 잘 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이웃과의 상호 형성, 주어지는 상황에 대한 상황 형성, 세계 안에서의 세계 형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신체, 정신, 영 중에서 어느 한 가지만 강조되거나 혹은 부족하게 되어선 안 된다. 신체적인 면만 강조하거나, 정신적인 면만 강조하거나, 영적인 면만 강조해선 형성의 신비를 이해할 수 없다. 지극히 단순하게 예를 들자면 이렇다. 수영을 잘 하기 위해선 신체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정신적인 차원에서 수영의 기법을 훌륭한 스승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더 나아가 신앙인이라면 수영하는 그 자체 속에서 영적인 승화를 이루고 영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에서만 이야기 하자면 윤리, 철학, 심리학, 의학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면만 가지고선 진정한 행복, 진정한 인간 완성에 도달할 수 없다. 진정한 행복과 인간 완성은 영적인 차원의 결합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 반대로 감각적인 체험과 신체에 대한 사랑, 정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인간 완성 또한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영적이지 않은 사람도 윤리적일 수 있다. 종교를 가지지 않아도 착하고 바르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윤리적 인간은 영적인 차원의 보완 없이는 진정한 윤리의 완성을 이룰 수 없다. 초자연적인 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러한 초자연적인 덕, 영적으로 승화된 덕을 구현할 수 있을까.

우선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합치의 덕」을 닦아 나가야 한다. 하느님과 완전히 합치되기를 바라고 희망하고 삶 안에서 이를 실천해야 한다. 또 이웃과의 관계에 있어서 「연민의 덕」을 닦아 나가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선 「융화의 덕」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인간의 힘으로 무엇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권위를 과도하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뜻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그런 참된 역량을 발휘하는 의지와 함께, 세계 안에서 주어진 상황들을 잘 가꾸어 나가기 위해 진리를 인정하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인정의 성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고집스럽게 나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는 개방성의 성향과 과거의 나의 생각과 습관에 집착하지 않는 초탈의 성향이 필요하다. 이때 나 자신을 낮추고 늘 받아들여야 한다는 초자연적인 깨달음에 한 단계 가까이 도달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나가보자. 크든 작든 많은 사건들 안에서는 늘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는 순명의 성향이 요구된다.

또한 인간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사물과의 관계에서는 단순함의 성향을 길러야 한다. 영성적 차원에서 말하는 ‘단순함’은 사물과 재산에 욕심이 없는 것이다. 욕심이 깃든 마음에는 평화가 자라지 않는다. 세상에는 ‘내 것’이 없다. 일시적으로 빌려서 사용할 뿐이다. 영원의 차원에서 보면 세상 모든 만물은 모두 창조주 하느님의 것이다. 이것을 아는 것이 바로 참된 ‘지혜’다. 여기에 인간에 대한 외경심 혹은 존경심의 성향을 덧붙인다면 금상첨화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러한 성향들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면 얻을수록 우리는 확고함의 성향을 가지게 된다. 확고함은 완고함과는 다르다. 완고한 사람은 자기 생각에 너무 빠져 있어서 자신의 뜻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확고한 사람은 진리를 따르고자 하기에 개방되어 있다. 그래서 부드러움의 성향, 부드러움의 덕을 동시에 갖는다.

우리는 성인 성녀들의 삶 안에서 이 모든 초자연적인 덕들이 완벽하게 겸비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소화 데레사 성녀는 우리가 바라보고 따를 수 있는 모범적인 완덕의 구현자 중 한 분이시다.

정영식 신부 (효명고등학교 교장),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