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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2백주년 기념 동화] 10. 하늘과 땅의 합창

황 사라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5-15 제 135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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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천주학쟁이들에 대한 또 한 차례의 박해가 이 나라 이 강산에 밀물처럼 다시금 물결치던 기해년의 봄, 베드로 유 대철 소년은 집 앞 느티나무 위에 황새가 날아 와 보금자리를 만들고 알을 까는 것을 보았어요. 거기에서도 우리들의 소년 복자는 하느님의 위대한 신비를, 그 능하신 손길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가 부른 다음 노래처럼 말이지요.

하느님 찬미를 받으시어요.

내 다리를 길게 만들어 주신 분

만약에 이 다리가 짧았다며는

깊은 물 속 먹이를 어떻게 하지요.

하느님 큰 은혜를 감사합니다.

그 고마움 생각하며 들쥐를 잡고

그 은혜를 생각하며 뱀들을 잡아

아름다운 낙원을 만들 테야요.

긴 모가지로 하늘을 우러러 보며

맑은 날씨 즐기는 우리들 황새

아름다운 몸매를자랑하면서

때로는 흥겨워서 춤을 추지요

밭두렁 사이 사이 떼를 지어서

흰빛 날개 펼치면서 춤을 추지요.

새파란 보리 이삭 우리들 따라

싸락 싸락 노래하며 춤을 추지요.

그것은 물론 삼라만상에 깃들어 있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통해 그분의 영광을 노래 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때였어요. 집 앞 채소밭의 배추장다리 꽃에 수많은 하양 노랑나비들이 넘실거리면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보인 것은 말이지요. 다른 데로 갔다가 본디의 그 꽃에게로 다시 돌아가는 수많은 정결들이…꽃들은 앵돌아지지 않고 웃으면 서 맞이하질 않겠어요.

거기에서 소년 유 베드로는「용서」를 배웠어요. 마지 예수님의 어린 시절의 스승이 밀포기와 포도넝쿨 등이었던 것처럼…그걸 그는 또 다음처럼 노래를 하였어요.

꽃잎은 꽃마음을 갖고 있누나.

꽃들은 사랑의 힘 갖고 있누나.

나비가 다른 꽃을 찾아 갔어도

돌아오면 언제나 반겨 주누나.

나비동무 멀리 멀리 가버렸어도

꽃들은 오늘도 새로운 꽃 피우네.

그 나비 다시 올 걸 굳게 믿으며

푸른 하늘 바라보며 웃음 짓누나.

아버지 아우구스띠노 유진길 역시 그의 과학자다운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음 노래를 불렀어요. 아기 잠자리의 노래를 말이지요. 이제 머지않은 첫여름 새 하얗디 새하얗게 피어날 메밀 꽃에 날아와 앉을 잠자리들을 생각하면서… 그건 생명의 존엄성, 이웃을 위한 봉사의 보람을 노래한 것이었어요.

새파란 하늘이 내려앉은 시냇물

울 엄마는 그 속에다 나를 낳았네.

물 속의 모래 속에 알을 깠었네.

물 속의 이끼 속에 숨겨 주셨네.

하나의 작은 알이 햇볕 보려고

몇 달에서 그 몇 해를 기다렸지요.

자라면서 몸 움직이기 편찮어서

몇 번이나 껍질을 다시 갈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칠년 동안 10번이나 갈고 갈지요.

어른이 되기까지 몇 해가 걸리는지

그런데도 잠자리채 휘두르다니!

꽃과 과수 해치는 나쁜 벌레만

잡아먹는 우리는 착한 잠자리

우리들이 많은 곳은 아름다운 세상

하느님도 그곳을 축복하실 걸.

망사 날개 가진 유린 여름 한철을

사람님께 시원함 안겨 주지요.

꽃 둘레를 돌면서 보호해 주니

사람님들 우리를 그냥 두셔요.

황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