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청소년문제의 실상 - 상담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48. 모호하고 모순된 감정의 주인공들/조순애

조순애ㆍ시인ㆍ선일여고 교사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4-17 제 135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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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셀러는 모호성에 대해 참을성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를 위해서 오히려 애매모호한 분위기로 이끌어 가야 하는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다!」

(완전한 카운셀러 P154ㆍ월리암 H 반후스 공저-이혜성 번역-)

성금 하지 않으려 하지만 모순된 말을 하고 모호한 내용을 안고 있는「미리」에게 화를 낼 뻔 했다.

「선생님이 아무 말도 안하시니까 겁이 나는데요.」 하나도 겁나는 목소리가 아니다.

내가 그 아이의 말끝을 받아서 얘기하면, 「글쎄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해요」라든가.

「사실은요, 자도 잘 모르겠어요.」

「미리」가 전화라도 끊어 버리지나 않나 하는 분위기였다.

「그 남학생을 좋아하나?」「다들 좋아해요」 미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 학생도 미리를 좋아 하는 것같이 느끼는 지?」역시「글쎄요」이다. 상대방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야구 선수(학교)라는 것. 미리네 그룹과 단체 미팅을 가졌었는데, 그중 한 아이를 잊지 못한다는 얘기다.

「더 만나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비행에 빠질 수가 있으니까. 외출도 삼가고 공부에 전념해라」

우리 어른들은 이런 요지의 말을 빨리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는 명령하는 투의 충고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함을 잘 아는 어른들까지도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자세한 지시를 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미리의 생각은?」

미리는 난처할 만큼 많은 예를 들려 주었다. 친구들의 이성 교제였다.

미리는 지금 시험공부에 지쳐서 한밤중에 내게 전화를 걸고 남자 아이들의 얘기를 서슴지 않고 얘기했다.

미리와 같은 감정을 겪는 연령이 낮아졌다. 국민 학교 5학년 정도면 사춘기에 접어든다고 본다.

시험만 끝나면 그 야구 선수 오빠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만나겠다고 벼르는 미리와 나는 이 밤을 같이 새야 하나.

「미라야, 지금 우선 급한 것이 오빠를 만나는 방법을 생각해 내는 걸까?」

이래서 우리는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첫째는 오늘밤은 전화를 끝내고 시험공부를 하기로 했다.

둘째는 다시 전화 하고나서 그 일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목도 머리도 자율화가 되었다.

덩달아서 아이들은 이성 교제 자율화까지 몰고 가려고도 하는 거다.

「안될까요?」

이들이 이렇게 조급해 한다는 걸 우리 어른들은 모른 채 하기만 할 때인가? 「애들아, 너희들이 지금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무섭지 않은 얼굴로 물어야 할 때다. 다정하되 근엄한 어른의 자리에서 물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 의논하고자 물어야 한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자율화가 아니다」라는 걸 그들로 하여금 잊지 않도록 계약(약속)을 맺어야 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의 분질적 요소는 약속을 하는 것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는 걸 잊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상담에 있어 모호성은 내담자를 도와주는 관계를 이룩하는데 필요한 요소들 즉 수용ㆍ자유ㆍ감정이입, 그리고 이해심들을 획득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참고 견디어야만 한다.

오로지 부모들은 자녀들의 모호와 모순에 참고 견디고 이겨내야만 한다. (계속)

조순애ㆍ시인ㆍ선일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