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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2백주년 기념 동화] 7. 하늘과 땅의 합창

황 사라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4-17 제 135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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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버지 유 아우구스띠노 역시 서서히 다가오는 둘이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 무렵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곧바로 자기의 생명을 저당 잡히는 것이었으니까요.

자기의 생명과 맞바꾸는 것이었으니까요.

신해교화(정조 5년) 와 신유대교화 올해교화, 정해교화(순조 때) 를 거쳐 바야호로 기해고난(현종 5년) 의 그림자가 이 나라의 방방곡곡을 엄습하고 있었으니까요.

앵베르 범 주교님과 모방 나 신부의 행방도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유교 선비들의「천주학을 뿌리 뽑자」는 외침과 김대비의 서릿발 같은 금교령에 이어서 다음과 같은 공고문이 거리 거리마다 나불고 있었으니까요.

서양사람 천주학 우두머리와 그 신도들을 잡는 이에게는 푸짐한 상을 내리겠노라.

그래서 우리들의 소년 복자 유 베드르의 아버지, 유 아우구스띠노는 영원한 생명에 대해서, 상선벌악(착한 사람들이 받는 상급과 나쁜 사람들이 받을 벌) 에 더더욱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다음처럼 말이지요.

태산만한 바윗돌이 여기 있어서

천년마다 비둘기가 날아왔다 사라져

그 돌 더미 완전히 닳아 없어져도

언젠가는 끝나는 시간 안의 일-

구원과 멸망의 그 갈림길은

우리들의 한뉘로써 결정되노니

그 길이 좁아도 빛 속으로 걸어가면’생명수의 샘터를 만나게 되리라.

어둠 속의 평탄한 길, 그 길이 넓어도

천길 만길 낭떠러지 기다리고 있으니

삶을 사는 지혜를 우리 주님께

날마다 간구하며 살아가잔다.

에덴 동산의 우리 첫 조상이

드높으신 하느님 거슬린 죄로

하느님과 사랑이 갈라졌었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다리를 놓으러

하느님의 어린 양이 오시었도다.

오오, 하느님! 오오, 하느님!

조국 위해 나의 삶, 받아 주소서

내 아들의 숨결도 여기 있으니

이 땅에 하늘나라 이루기 위해

이 나라의 어린 양이 필요하다면

알차게 엮어 온 이 삶의 열매,

인생의 꽃망울 내 어린 아들을

아버지의 제단에 바치렵니다.

그 어느 먼 훗날을 바라보면서,

드맑은 해돋이녘 이 나라의 서광이

온 세상 바래움이 되어 줄 그날

오고 오는 세대의 초석 되려고

우리 삶을 아낌없이 바치옵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그들은 하늘 스런 사랑을 잃지 않았어

으. 하늘스런 평화를 잃지 않았어요. 하늘스런 기쁨을 잃지 않았어요. 가난한 이에게는 어진 이웃

이었으며, 슬픔에 지친 이에게는 기쁨을 심어 주곤 하였어요. 갖가지, 갖가지 방법으로 말이지요.

마치 오늘 아침에야 삶이 시작된 듯한 신선한 숨

결, 신선한 눈길을 가지고 하늘과 땅을, 사람들을 대자연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날은 때마침 아버지의 생일날-손님들이 다집

으로 돌아간 달 밝은 밤, 아버지와 아들은 거문고

에 가락을 맞추어 나지막하게 다음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한 떨기 어린 싹, 그 꽃잎 위하여

햇빛과 비와 바람 주신 하느님!

한 마리 어린 새, 그 둥지 위하여

짙푸른 풀과 수풀 주신 하느님!

사랑으로 오늘 내신 이 사람을 보셔요.

주님 모습 그대로 닮았었지요?

주님 마음 그대로 닮았었지요?

만물 중에 으뜸 사랑 베푸셨으니

주님 영광 위하여 창조하시었으니

은총의 햇살을 담뿍 내리셔

은혜의 단비를 듬뿍 내리셔

생명수의 길잡이가 되게 하셔요.

황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