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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2백주년 기념 동화] 5. 하늘과 땅의 합창

황 사라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4-03 제 134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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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길의 성품은 진중하였으며 무엇이든지 깊이 생각한 다음 행동을 하곤하였어요. 그리고 종교적 철학적 사색을 즐기곤 하였어요.

차츰 성장하면서 줄곧 그래 왔었지만 훗날、고조부 때부터 이어 온 가문의 전통을 따라서 당상관(정승)의 통역관이 되어 중국을 드나들면서 그의 종교적 사색은 더욱 깊어 가고 있었어요.

사람의 기원과 그 종말을 알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말이지요.

그래 10년 동안 불교와 도교의 서적을 읽고 또 읽었어요. 사람들이 일컫기를 『그의 가슴에는 만권의 책이 들어 있고 동서고금의 모든 지식이다 들어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거기에서도 자기가 찾고 있는 문제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어서 그의 마음속은 늘 어두운 밤길이었어요. 빛이、태양이 없는 그믐밤과 같았어요.

천사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 오고 있었어요.

동서고금의 철학자들이 풀지 못하였던 것일세.

소크라테스도 몰랐었네.

플라톤도 몰랐었네.

아리스토 텔레스도 몰랐었네.

노자도 몰랐었네.

공자도 몰랐었네.

석가도 몰랐었네.

맹자도 몰랐었네.

그들이 빛을 그리워하였지만

그들이 태양을 반사하길 원하였지만.

그늘진 산자락에 고여 있는 늪물이었을 뿐일세.

그러구러 때 이르러 유대 땅에 빛이 오셨고

「빠리」 외방 전교회를 통해 이 나라에도 그 빛이 모셔 들어와졌지만 독수리가 무섭다고 곳간 안에 감춰 둔 이가 있었다네.

그때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면서 들리는 말들이 있었어요.

『글쎄 천주학쟁이!(천주교 신자)들은 믿음과 수양하는데 고집이 세어 목숨을 초개같이 여긴다더군. 원 별일도 다 있지』

역관 유진길은 귀가 번쩍 하였어요. 거기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자기의 생명과 맞바꿀 만한 이유가 말이지요. 그래、유진길은 그 값진 보배를 찾아 나서기로 하였어요.

그러나 모두들 잘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어느 날은 임금님의 시종관의 아들인 한 친구에게 다그쳐 물었어요.

『그렇다면 그럴 만한 사람의 주소와 이름이라도 가르쳐 주게나』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이가 홍 암브로시오였고 그를 통해 정하상을 알게 되는 동시에 천주실의(교리서)를 깊이 연구하게 되었어요.

셋이는 죽음으로써 빛의 증거자가 되자고 굳게 약속을 하기도 하였어요.

그리고 또 사절단의 일행에 끼어서 북경을 자주 드나들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유진길은 구베아 주교님으로부터 아우구스띠노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어요.

그리고 1825년 김프란치스꼬ㆍ정하상ㆍ이여진 등과함께 두 번째로 교황님께 올린 「신부님을 보내 주셔요.」하는 탄원서가 받아들여져서 1831년(9월) 조선 교구가 북경 교구에서 나뉘어져 독립 교구로서 설정되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이 하느님의 마음을 너무 너무 기쁘게 해 드렸던 것 같아요. 유 베드로의 꿈에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자기의 손을 이끌고 자기 아버지가 이 다음 하늘나라에서 차지하게 될、세 개의 보석 관과 삼층 황금 집을 보여 주셨으니까요.

그래、아버지와 아들은 거문고를 뜯으면서 다음 노래를 나지막하게 부르고 있었어요.

하늘나라 큰 갚음은 겨자 나무 같으리. 작은 씨앗 하나가 큰키나물 되어서 멧새들이 열매 좇아 가지에 깃들이네. 우리들의 삶의 자취 이와 같이 되리라.

황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