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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2백주년 기념 동화] 4. 하늘과 땅의 합창

황 사라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3-27 제 134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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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지혜 찬미에 관한 것이었어요. 하느님의 지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지혜를 찬미하는 노래였어요.

나는 힘이 바람, 나의 순결한 관찰

하느님이 떨치시는 힘의 바람

나는 영광의 빛, 티 없는 빛

전능하신 분께로부터 나오는 빛

나는 티없는 거울

하느님의 활동력을 비쳐 주는 거울

나는 모든 세대를 통하여

거룩한 이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서

그들을 하느님의 벗이 되게 하고

하느님의 마음을 알게 하도다.

나 지혜는 모든 별들을 무색케하며

태양보다 아름답도다. 뛰어 나도다.

(지혜서 8장에서)

잇달아 다음 노래 소리가 또 들려오고 있었어요.

샘에서 물이 솟기도 전에

멧부리가 아직 박히지 않고

언덕이 생기기 전에

땅의 흙을 만드시기 전에

내가 태어났노라.

그가 하늘을 펼치시고

깊은 바다 둘레에 테를 두르실 때

구름을 높이 달아 매시고

땅의 터전을 잡으실 때

나는 붙어 다니며 조수 노릇을 하였노라.

(잠언서 8장에서)

따라서 잎다지는 마치 성 스떼파노가 순교할때 보았던 것처럼, 우리들의 많은 순교자들이 마지막순간 그렇게 보았을 것처럼, 하늘이 열리는 것이 보이는 것 같더니만, 이윽고 가르리엘 천사와 라파엘 천사, 그리고 미카엘 천사가 삼각산 마루위로 내려와서 녹나무피리를 꺼내서는 다음노래들을 번갈아 부르는 것이 눈에, 보였고 귀에 들려오고 있었어요. 먼저 가브리엘 천사가 다음 노래를 불렀어요.

빛이 유대땅에 오신지 15세기가 지난 다음

하느님의 눈길은 등녘에로, 동방으로-포르부갈에

동양의 무역권을 맡기시었네.

뱃깃다라 하늘 소식 동녘에로, 동녘에로-

교황청이 동반선교의 사명을 포르부갈에 맡기시

었네.

라파엘 천사가 그 다음 말을 이어 받았어요.

프랑스도 일어 나섰네. 스페인도 나섰네

십자가의 깃발 달고 하늘나라 선포하러

동녘으로, 동녘으로 노를 저었네.

그로부터 이백여년

중국땅에 심어진 갈릴레아 자나렛의 포도나무

포도꽃 망울져서 향기 피우자

남녘나라 꿀벌이 찾아 갔었네.

하늘 향기 따라서 찾아 갔엇네.

그 다음 얘기를 미카엘 천사가 받았읍니다.

언덕 넘고 시대 건너 또 산을 넘어서

수백만리 바닷길에 목숨을 내걸고

구원의 참 씨앗을 얻기 위하여

생명수의 단물을 얻기 위하여-

다음 순간, 미카엘 천사의 노래가 차츰 희미해지면서 1800년대의 서울 장안이 남촌동의 어느 집 솟을대문이 나타나고 있었어요. 새파란 담장의 넝쿨이 온 담장을 뒤덮고 군데 군데 월계꽃넝쿨이 드러워진 남촌동의 역관(중국말 통역관)댁 솟을대문이 말이지요.

그 안에 한 어린 소년 유진길(유대철 베드로의 아버지)이 이제 막 중국으로 떠나가는 아버지를 배웅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어요. 수백, 수천 권의 책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방으로 말이지요.

황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