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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2백주년 기념 동화] 3. 하늘과 땅의 합창

황 사라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3-20 제 134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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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론 지금의 잎다지 양과 꼭 같은 나이의 복자 유 대철 베드로의 얼굴이었어요. 꽃망울 째 그대로 진리를 위한 제물이 된 한 영웅 소년의 얼굴이었어요.

아니, 바로 그때였어요. 잎다지의 잠을 깨우려는 듯,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게 하려는 듯, 성당으로부터 다음 노래 소리가 드높이, 울려온 것은 말이지요.

진리 위하여, 정의 위하여

숱한 생명 낙엽으로 떨어졌도다.

나의 조국 큰키나무 수액 되려고.

선열들의 희생의 피 뿌려졌었네.

우리 조국 큰키나무 맥박 되려고.

숱한 생명 낙엽으로 떨어졌도다.

나의 조국 큰키나무 수액 되려고

선열들의 희생과 피 뿌려졌었네.

우리 조국 큰키나무 맥박 되려고

숱한 삶이 재물 되어 바쳐졌었네.

영광의 주님이여, 권능의 하느님

한국에도 성인을 허락해 주셔요.

주님 공경 위하여 붉은 피 고였던 이 땅에도

은총의 꽃 피워 주셔요.

복자들을 성인품에 올려 주셔요.

우리 복자 성인품에 올려 주셔요.

그날부터 잎 다지는 소년 복자 유 베르도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복자 성당 안을 거닐으시면서 성무 일도서를 보고 계시는 신부님을 만날 때도, 아빠, 엄마와의 대화 속에서도 그 소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기가 일쑤였어요.

그래 어느 날은 다음과 같은 기도를 하기 시작하였어요. 『복자 유베드로님, 나를 도와주셔요.

꼭 같은 나이에 나는 아직 엄마,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철부지 소녀에 지나지 않는데 어떻게 당신의 영혼은 그렇게나 높이 날을 수가 있었어요? 당신의 영혼이 지닌 그 아름다운 모습을 찬란한 빛만이라도 느끼게끔 예수님께 기도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위대한 신앙의 용사여!

당신의 얘기를 나의 작은 힘이 자라는 데까지 전하고 싶어요. 이웃과 이웃에, 아니 이 나라 방방곡곡에, 이 누리의 끝까지 에라도 말이에요.』

그리고 그날 밤 꿈이었어요. 또 가브리엘 천사의 음성이 들려 온 것은 말이지요.

『잎 다지야, 하느님께서는 네 기도를 들어 주시고 느꼈던 모든 것을 알게 될 거야.

그뿐만 아니고 너는 꽃들의 마음까지도 바람의 숨결까지도 느낄 수가 있게 될 거야』

그리고 천사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날부터 잎다지는 아주 조용하고 착실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고이고이 가슴 위에 모두 고 기도를 하는 소녀가 되어 가기 시작하였어요. 물론 한결같이, 위대한 신앙의 샛별 복자 유 베드로에게로 마음이 이끌려 가면서 말이지요.

어느 날 아빠께서 말씀을 하셨어요.

『잎다지야, 그건 퍽 아름다운 생각이야. 너와 같은 어리디 어린 나이에 하느님 때문에 생명을 바친 한 갸룩한 소년의 발자취에 대해서 깡그리 알려고 하는 마음은-.

그런데 잎다지야, 그를 알려면 먼저 그의 뿌리에 대해서 알지 않으면 안돼요, 바꾸어서 말하자면 한그루의 꽃나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나무의 원산지가 어디이며 어떤 풍토에서 자랐는가? 일년생 나무인가? 다년생 나무인가? 씨앗 번식인가? 근구 번식인가를 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지. 따라서 복자 유 베드로 소년이 자라나 온 가정환경과 그 부모에 대해서 알지 않으면 안 된단다.』

『……』

잎다지는 착잡해지는 마음 때문에 아빠의 그 말씀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음 노래 소리가 크게 크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어요. 아니 마음속에 크게 크게 느껴지고 있었어요.

황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