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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제의 실상 - 상담사례를 통해알아본다] 46. 치료할 수 없는가/조순애

조순애ㆍ시인ㆍ선일여고 교사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2-27 제 134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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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과 중독의 계절인 청소년기
가족의 협조 속에서 교정 가능
성인 사회의 병폐 중에「알콜 중독」과 「아편중독」등이 있는데 그 치유 과정이나 완쾌되는 확률이 그리 낙관적일 수가 없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겐 어떤 중독 증세들이 있고 전염성은 없는가?

필자는 본란에다가 도벽이나 가출의 사례에서 습관성이 얼마나 고질이 되는가에 대해서 썼다.

그뿐이 아니다.

청소년기는 전염의 계절이요, 중독의 계절임에 틀림이 없으니만치 굳어 버린(자아가 형성된)기성인들보다도 훨씬 위험도가 높다고 본다.

친구를 따라가서 어울리고 행동을 같이하기를 너무나 쉽게 한다.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만을 놓고 아무리 야단을 쳐도 중독(?)되면 고치기 어렵다.

도벽을 고치기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는 부모는 거의 없다.

그러나 필자는 도벽은 정신 질환으로 발전될 수 있고 삼ㆍ사십대가 되면 고칠 수 없다는 전문적인 얘기도 쓴 적이 있었다.

그때 많은 전화를 받았다.

사무실(생명의 전화)로 찾아온 어머니도 있었다.

여기에 다시 한 번 확언하거니와 청소년기라면 노력해서 고칠 수가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모든 경우 청소년기라면 교정의 가능성은 우리 기성세대보다는 높은 게 아닐까.

군것질하는 습관.

학교가 끝나면 학교 근처의 분식점이거나 노점이거나 꼭 거치고 가는 아이들이 있다.

실제로 그런 아이들의 경우 허기를 좀 채우고 거리가 먼 집에 간다거나 간식을 하고 학교 도서실이라도 이용하는 아이도 있지만 습관적인 경우가 있다.

바로 영옥이의 경우도 그랬다.

용돈 얘기가 나오자 영옥이 어머니는 『단 남매인데 너무 옹색한 용돈을 줄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너무 많다는 내 얘기가 거슬렸나 보다.

영옥이는 간식 내지는 용돈을 헤프게 쓰는 중독이 된 것이다. 용돈을 알맞게 주는 보모는 지혜롭다.

『한가로울 때 소인은 나쁜 생각을 한다.』는 중국의 옛말대로 『용돈이 넉넉할 때 소인은 나쁜 생각을 한다.』라고 필자는 덧붙이고 싶다.

영옥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오자 용돈은 더욱 많아졌다.

새로 사귄 친구가 안내한 곳은 「경양식」집이었다.

희미한 색등 아래서 먹는 맛은 같은 밥인데도 그 맛부터 달랐다.

토요일 오후 영옥이네들은 콜라도 마시고 커피고 들고 그 단골 경양식집에 앉아 있었다.

그곳에서 한 아저씨를 알게 되었고 그 아저씨는 영옥이네들이 미처 먹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음식들을 자주 사주었다.

교회 고등부에서 만나는 남학생들은 어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유치한 아이들에 불과했다.

좀 더 편한 만남이 되기 위하여 영옥이네들은 가방과 교복을 집에 두고 사복을 입어야 했다.

시간이 없을 때는 적당한 장소에서 옷을 갈아입고 그곳에 맡겨야 했다.

거짓말이 늘어 갔다. 주저하지 않고 어머니를 속이고 새 옷을 샀다.

넉넉했던 용돈도 부족했다.

학년 말 성적은 형편없이 나왔다. 재촉하는 어머니께는 통지표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때서야 어머니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후 친구 집에서 숙제한다던 영옥이를 무교동 어디에선가, 영옥이 이모가 본 것이다.

물론 그 용돈으로 좋은 책을 사서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용돈 이상의 용돈은 타락의 지름길밖에 될 수 없었던 사례이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 용돈이냐』는 각기 다르다고 생각된다.

어머니들은 그 용돈의 쓰임을 감독이 아닌 관심으로 꼭 알아야 할 것이다.

큰 아픔을 영옥이와 어머니는 겪었지만 원하던 진학을 무난히 해내고 영옥은 예쁘게 자랐다. 일년 휴학을 했을 뿐이었다.

어떤 나쁜 중독도 고치는 데는 무엇보다 본인의 깨달음과 식수들의 협조가 필요함을 재 강조한다.

그러면 반드시 고쳐질 수가 있다.

조순애ㆍ시인ㆍ선일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