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억겁의 어둠을 밝히며 - 사진작가 석동일 씨 동굴탐험기] 6. 초당굴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1-30 제 1340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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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ㆍ위로 인구가 두개나 있어
절벽밑엔 지하수 쏟는 용출구
빙하시대 동물발견…천연지하박물관 구실
관음굴이 층계식으로 위로 올라가는 굴이라면 초당굴은 아래로 내려가는굴이다.

강원도 삼척군 근덕면 하맹방리 초당양어장에서 산길을 따라 약 40분 올라가면 계곡전면에 높이10m 폭 7m의 동구가 보이고 그 20m안쪽에서 지하수가 콸콸 쏟아져 나온다. 굴의 천정은 물속에 묻혀있고 지하수는 1초에 약 2백톤의 물을 토해낸다.

이굴을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서쪽으로 약50여m 거리의 고개너머 천왕사라는 암자윗쪽 잡목속에 노출된 암석사이에 수직으로 뚫린 초라한 입구가 보인다. 입구아래는 급경사로 단애를 이루고 50m절벽 밑에 지하수가 쏟아져나온는 용출구가 보인다.

이곳 사람들은 아래 용출구쪽을 초당굴, 산위 입구를 금당굴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두굴의 아래위가 다 뚫린 같은 굴임이 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러니 입구는 2개인 셈이다.

사람 몸이 겨우 빠지는 입구는 높이 13m로 내려가면서 직경 8m의 원형으로 삥 뚫려 굴속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간이 서늘해진다.

1층계의 바닥은 경사 60도로 높이 10m 폭 15m로 낙선과 진흙이 깔려있다. 오른쪽은 높이 10m의 거대한 석주가 버티고 있고 동쪽 언덕에 사자모양의 한쌍의 거대한 석수 그 둘레에 갖가지 석회암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포화상태의 높은 습기는 입구의 기온 차이로 생기는 연기 모양의 무럭무럭 피어 오르는 안개가 생겨 좁은 입구에서 스쳐들어오는 햇빛을 받아 영롱한 오색빛을 발한다.

톡토기 긴꼬리벌레 갈르와 장님종딱정벌레 등줄굴 노래기 굴먼지고동같은 빙하시대의 동물이 발견되어 천연의 지하 박물관 구실을 하고있다.

여기서 수직 4m를 내려서면 2층계 길은 동북으로 50m 서남으로 1백50m가량 들어가게 되어있고 왼쪽벽밑에 불보살이 좌정하고 있는듯하다. 세기둥의 석순을 구불좌상이라 부른다.

계속가면 요염한 자태의 미녀바위를 지나는 광장의 끝에 이굴의 주인이 앉은 옥좌대가 있다. 옥좌대의 천장에는 비단수실 주렴을 두른듯한 천태만상의 종유석이 화려하게 둘러싸여 옥좌대를 더욱 빛이 나게 만들고있다.

옥좌대앞 30m는 초당굴의 심벌인 맑은 석간수가 단긴 깊이 1.5m나 되는 립스톤 풀이 21층계나 계속되어 있다. 남한에서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립풀의 언덕은 마치 만리장성을 보는듯하다.

이곳에서 오른쪽구석 암석사이로 뚫린 5m의 통로에 몸을 밀어넣어 미끄러져 내리면 제3층계가 나온다. 북쪽 좁은 틈새로 20여m 빠져 내려가면 제4층계가 나오고 다시 왼쪽 암반 밑으로 머리가 겨우 들어갈 좁은 구멍을 다리부터 들이밀고 몸을 꼬아 약8m 내려가면 바닥이 급경사진 제5층계가 나온다.

주먹만하게 튀어 나온 석순 몇개에다 쟈일을 매고 10m를 하강하면 제6층계에 닿는다.

두레박 모양으로 철저한 오버형인데다 쟈일은 이미 진흙과 물에 범벅이 되어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질 위험이 따른다. 6층 광장의 오른쪽에는 희귀한 박쥐똥 퇴적물인 구아노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사람이 이 깊은곳까지 들어오기가 어렵다뿐이지 박쥐는 깊은곳도 마음대로 날아 다닐수 있다는 얘기다.

구아노 때문에 이곳은 동굴생물의 좋은 서식처가 되어있다. 4억~5억년전에 살았던 유존동물인 갈르와 등이 바깥의 영고성쇠를 모르는듯 살고있다. 굴은 다시 그 밑으로 수직으로 뚫려 급단애를 이루고있다. 15m를 와서 쟈일로 하강하면 제7층계에서 이굴은 끝나는 듯하다. 굴의 바닥은 넓이 1백여 평의 호수를 이루는 서남쪽 1백여m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가 높이 7m 폭포를 타고 세차게 흘러 이 호수에 빨려들고있다.

동굴의 계류라기 보다는 계곡의 급류같은 물살에 휘말리면 알수없는 지하로 빨려갈 정도로 물살이 세차다.

이굴은 관광동굴로 개발할 준비가 거의끝나 지난해 4월 당국에 개발승인을 요청했었으나 때마침 내가 열었던「동굴은 살아야한다」는 캐치프레이즈의 전시회를 통한 문제 제기로 숨넘어가는 이 굴을 살릴 수 있었다. 그래 이제는『초당굴은 살았다』라고 한번쯤 외쳐보고싶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