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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예술의 탈을 쓴 공해 미디어/고서영

고서영(율리안나·에세이 ‘늘 깨어있어라’ 저자)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2000-09-24 제 221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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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해로운 음란성 폭력만화. 가족 시청 시간대에 버젓이 내놓은 낯 뜨거운 노출, 음란물 등. 교양, 오락 프로시간에 내용의 부실을 덮으려는 선정성 장면들. 호응도가 좋다고 봇물 쏟듯이 내놓은 공포물 영화. 국민적 고전물에 등장하는 현대판 나체 장면.

TV 드라마, 극장 영화, 연극 등 각종 미디어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미디어물의 공통점은 소재와 주제가 참신하고 특히 제작자의 예술적 창의력에 크에 한 몫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이런 작품들엔 선정성이나 기타 자극적인 장면들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그 어느 것보다 대중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윤리 규정에 어긋난다고 연일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 미디어물의 공통점은 그 소재와 주제가 부실할 뿐 아니라 작가의 예술적 창의력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덮으려고 선정성, 폭력성, 공포성 등으로 사람들을 자극해 상업적 이익을 챙기려 한다.

예술 창작은 불순물을 뽑아내기 위해 제련소 불길에 던져진 황금 덩어리 같이 시련과 고난의 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는 결실이다.

예술 창작을 평생의 소명(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창작을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 산사(山寺)의 수행자(修行者)처럼 자기를 비우는 각고의 노력을 꾸준히 경주해야 한다. 이것이 예술 창작인이 걸어가야 할 운명적인 길이다.

고갈된 창작력으로 공명심의 갑옷을 입고 상업성과 결탁할 때, 대중은 언젠가는 그들을 외면할 것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예술인은 대중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자기와의 약속을 가장 큰 좌우명으로 삼아야 그들의 예술이 「예술의 탈을 쓴 공해 미디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예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집단으로 항의하는 반 사회적, 반 윤리적 행동은 식수원이 오염되는 것 못지않게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예술을 오렴시키는 저질표현까지 예술로 여길 만큼 우리 문화의식이 저질은 아닐 것이다.

고서영(율리안나·에세이 ‘늘 깨어있어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