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일선 교리교사의 수기] 46. 예술제/정점길

정점길ㆍ서울 도봉동본당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12-19 제 133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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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대입 학력고사를 마치고 꽁꽁 언 손과 마음을 어루만져 들려 보낸후 공허한 마음을 달래며 터덜 터덜 걸어 나오려니 문득 혜화등 성당이 앞에 와 닿는다.

어린 것들을 보살 펴 주신 은혜, 한 해를 무사히 마치게 해주신 무한 하신 은총에 감사 드리며 무릎을 꿇은 나의 어깨에 어느새 성모님의 따뜻한 미소가 내려 진다. 입시를 치를때 마다 나는 만약에 내가 신자가 아니었더라면 이럴 때 내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커다란 공허감을 무엇으로 메웠을가? 하고 생각 해 본다.

그러면 이럴 때 다시 연상 되어 오는것이 예술제이다. 금년 성탄 예술제는 어떻게 준비할까 하는 새일감의 생각으로 가득찬다. 주일학교의 행사중 가장어렵고 큰 행사가 성탄예술 제일 것이다. 그러길래 우리 교사들에게는 가장 무거운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러차례 예술제를 치르면서도『이번 예술제는 그래도…』흡족한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별로없는 것같다. 너무 욕심이 과했던 탓일까?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것은 무엇때문일까?

우리는 어떤 일을 행할때 목적을 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잘 알 것 같으면서도 잊고 행하는 것이다. 성탄 예술제 또한 그러하다. 연습과정에서 부터 행사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겠고, 그 목표를 향해 심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다.

나는 성탄 예술제의 목적은 오시는 아기 예수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그 기쁨을 마음 깊이 새기는 것으로 생각 한다. 또한 예술제의 준비 과정이나 실제 행사를 통하여 형제애를 나누며 공동체 의식을 고취 시키는 것이리라. 그런데 웬지 잘 못가고 있는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준비 과정에서는 어린이들이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 속에서 다수 학생이 참여 해야 할 것임에도 몇 몇 학생의 기능 발표장으로 변하고 있고 중ㆍ고등부 학생의 경우는 동생들과 함께 정을 나누며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어야 함에도 자신들만의 오락 시간으로 전락해 가는것 같다.『정말 이대로라면 예술제에 많은 예산을 들여가며 할 필요가 있을까?』생각하게 한다.

우리 이웃에는 헐벗고 굶주리며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수심이 가득한데…

오시는 아기 예수님께서 진실로 원하심이 무엇일까?

뚜렷한 방향을 정립하여 예수님의 뜻에 맞도록 실천하려는 노력이 우리의 마음자세가 아닐지. (계속)

정점길ㆍ서울 도봉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