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억겁의 어둠을 밝히며 - 사진작가 석동일 씨 동굴탐험기] 7. 환선굴 - 상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11-28 제 1332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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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백전노장 방불케
10m3단 폭포의 장관…아직 구석구석 완전탐사 끝나지 않아
삼각주모양의 중앙광장에 펼쳐진 석회화소의 영롱한 모습
관음굴이 여성적이고 환상의 궁전이라면 환선굴은 전쟁터의 백전 노장을 방불케 하는 굴이다. 꽃다운 청춘을 자랑하는 관음굴에 비해 환선굴은 퇴학된 노년기의 굴이랄까? 그러면서도 다시 윤회과정을 밟고 있음을 한 눈에 볼수 있는 전장 6km넘는 웅장하고 특이한 굴이다.

관음굴 입구에서 쏟아지는 지하수가 합류되는 주계곡을 따라 1.5km가량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면 가파른 절벽 위에 환선굴 입구가 보인다.

굴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류가 높이 10m씩 3단의 폭포를 만들고 있는것 만으로도 장관이다. 그러나 이 물줄기는 얼마 가지않아 갑자기 지하로 빨려들고 계곡은 울퉁불퉁한 바위만 2백 여 m나 계속돼있다. 바위사이에 귀를 대고 들어보면 이 계곡전체가 공중에 떠 있는듯 하다. 아래에서는「우르르 쾅쾅」하는 우렁찬 물소리가 돌려 신비를 더해 준다.

그 동안 수 많은 케이버들이 10 여년동안 탐사를 거듭하여 전모를 밝히기는 했으나 아직 구석 구석까지 완전 탐사를 못다한 곳이다. 굴의 입구는 광화문 네거리에 세워진 대형 아치만한 높이 12m 폭16m의 반원형. 폭 4 ~ 5m크기의 물길이 구불구불 굴의 저 안쪽에서 쉴 사이 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산 허리에 이렇게 큰 굴이 뚫려 있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이 신기 할 정도다 입구에서 비치는 햇살이 희미해지면서부터 이 굴의 진가는 시작된다.

1백 50m가량 들어가면 1천여 평이 넘는 광장의 천정(높이 30여 m)에는 갖가지 종유석이 매달려 있고 여기저기 억세게 보이는 크고 작은 지굴이 입을 벌리고 있다.

오른쪽에 오련 폭포라 불리는 5단계의 낮은 폭포가 눈길을 끈다. 직경3 ~ 4m의 둥근 암굴바닥에서 흘러나오는 세찬 물줄기가 신기하다.

굴을 한바퀴 다 돌고 이 곳으로 빠져 나올때는 전신에 힘이 빠져 미끄럼타듯 힘없이 내려와 퍼져버리는 곳이다.

다시 오른쪽으로 병풍처럼 둘러 쳐진 진흙으로된 만리장성을 따라 오르락거리며 2백 여 m를 가면 삼각주 모양의 중앙광장이 나타난다. 모래와 자갈로 된 길이 1백 m 넓이 60m의 타원형 섬 주위로 맑은 물이 깊게 흐른다. 이 곳으로부터 북쪽으로 세찬물을 내뿜는 지굴이 또 4개가 버티고 있다.

섬의 중앙부에는 40여 m 높이의 천정에서 떨어지는 석회수가 연화반이라는 걸작품을 조각해 두고 있다.

천정에서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낙수가 바닥의 암반에 떨어지면서 꽃무늬를 수 놓은것이다. 지름은 3m가량 주위에 비스듬히 논두렁 모양의 림 스톤 풀이 연화반을 받치고 있는 모양은 다른 어느 굴에서도 볼수 없는 특이한 모양이다.환선굴의 상징이자 백전 노장의 훈장 이라 할 수 있겠다.

왼쪽은 큰 호수로 막혀있고 오른쪽 물을 지나 1백 50m가량 가면 물소리인지 바람소리인 요란한 가운데 좁은 협곡을 지나면 험난한 고갯길이 나타난다. 이름하여 24탕의 협곡이 시작된다. 2백 여 m가 연이어지는 이 협곡은 계단식으로 크고 작은표 주박 모양이 탕이 24개가 잇달아 위로만 뻗쳐있다.

탕은 저마다 꾸르륵 꾸르륵 가슴을 섬뜩하게 물을 빨아당기는 소리를 내고있다. 잘못 헛짚어 빠지기만 하면 어느곳으로 빨려들지모른다. 어떤 곳은 가슴까지 물에 잠기고도 물 밑에 있는 밭디딤 돌을 찾아 겨우 건너야 한다.

언더홀드를 잡고 트래버스로 전진하다보면 어떤 대는 등이 활처럼 휘어 젖먹은 힘가지 다해야 24탕을 겨우 지난다.

다시 천정이 낮아지면서 꽤 큰 광장에 도착한다. 이 곳이 환선굴의 구석구석을 탐사할수있는「전진기지」인셈.

여기서 다시 수로를 따라 왼쪽으로는「박쥐 무덤」「죽음의 우물」로 가게 된다.

입구는 수면과 천정이 20 ~ 30m간격. 머리만 내 놓고 물 속에 있는 언덕홀드와 테라스를 발 끝으로 더듬 거리며 가야한다. 물을 건너면 진흙과 약한 암반에 천정이 내려와 앉는 곳이 나온다.

여기 저기 수 많은 박쥐의 시체가 줄비하게 널려 썩어 가고 있다. 분위기 자체가 음산한데다「죽음의 우물」로 명명한 15m 깊이의 수직굴이 아래루 뚫려있어 더욱 무시무시한 분위기.

1백 50여 m 가량 침니를 비집고 하강하면 급경사의 언덕이 나오고 잘못 밟으면 바닥이 통째로 깨져버려 오금이 저려 온다. 왼쪽 30m 앞에는 거대한 광장이 또 펼쳐지고 바닥에는 지하수가 흘러나와 24탕쪽으로 빨려들고 있다.

다시 전진기지로 나와 뜨거운 커피나 간식으로 몸을 녹이면 비로소 단도의 한숨을 쉬게 될 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조족지혈,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문자 그대로의 고행. 거칠고 매서운 환선굴의 참 맛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