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여성살롱] 나의 청춘/노인숙

노인숙ㆍ서울 강서구 화곡 5동 주공 APT 36동 505호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10-31 제 132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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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이 얼마나 가슴 설레이는, 희망과 감미로움이 넘쳐 흐르는 단어인가.

가슴에 무엇인가를 담뿍 안고 청춘의 깊은 뜻과 의미를 아는척하며 자신도 모르는 새에 통속적이며 외향적인 관념에 휘말려 지나쳐 버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40代의 문 앞에 다가선 지금 돌이켜보니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보다는 정상 한 번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산 중턱에서 헤매이다 시간이라는 대적 할 수 없는 강자에 떠밀리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듯 씁쓸하고 서글픈 허전함과 가슴을 메우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는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청춘의 실패자인가! 그렇게 단정하기엔 내 자신이 허락치 않을뿐더러 너무 옹졸하며 또한 신의 섭리에도 크게 위배 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무한한 것도 창조 하셨으며, 푸르고 아름답게 보이는 제1의 청춘을 인간 에게 주셨고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흘러 넘치는 한없이 찬란하게 빛나는 고귀함과 우아하고 따뜻한 빛을 발하는 완전하고 진실한 미를 갖출수 있는 제2의 청춘도 주셨다. 이것은 너무나 고맙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배려이시다.

제1의 청춘의 경험자인 나는 때 늦은 감은 있지만 나의 인생에 마지막 청춘이며 내세에서의 영원한 청춘이 가꾸어 질 이 소중한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도 적당한 요령과 쾌락으로 목숨을 이어 나가려는 얄팍한 이기심과 욕망과 안일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야 말로 비참한 실패자가 되는 우매한 인간으로 나의 진짜 청춘을 무 책임하게 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니 그렇게까지 내면과 정신 세계를 외면하여 뻔뻔스럽게 사는 타락한 인간이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신과의 투쟁에 미리 겁을 먹고 선과 사랑과 할 수 있는 미덕 까지를 외면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꾸려는데 게으름 피우며 쒸는 냄새가 나는 길을 스스로 택해서 걸어가야 하겠는가.

전자에서는 짧은 인생을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기 위해 서둘렀다면 후자에서는 나를 의식하며 인생의 유종의 미와 앞으로 맞이 할 영신 세계를 위해서 마땅히 더 많이 서두르며 고뇌와 기쁨을 동반하여 살아가야함은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인간적인 것이다.

친애하는 마음의 벗들이여!

앞에 놓여진 이 영원한 청춘을 흠뻑 만끽하려는 나는 뜻을 같이하는 그대들이 어디엔가 있기에 두렵고 고독하지 않으며 우리의 삶은 멋있고 값진 것이라고 외쳐본다. 또한 이와 같은 나의 생각이 형 이상학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 속에 오늘도, 또한 오늘 이후의 날에도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며 마지막이며 영원한 청춘의 승리자가 되기 위하여 힘쓰려 한다.

노인숙ㆍ서울 강서구 화곡 5동 주공 APT 36동 5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