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여성살롱] 공동 목욕탕 속의 인심

이현정ㆍ서울 구로3동 본당 작은열매회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09-26 제 132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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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날씨 속에 몸이 끈끈해서 목욕탕을 찾아 갔다. 주위에는 20여 명의 여인네들과 과년 하신 할머님 두분이 계셨다. 그 중에는 낯 익은 분들도 계셨다. 한참 때를 밀다보니 등을 밀어야 되는데 서로의 상대방을 찾기가 힘이 들었다. 눈치를 살펴보니 감히 부탁하기가 계면 쩍었다.

언제부터 그런 인심속에서 살아 왔는지 등뒤로 손길이 닿을 수도 없는데도 자율화가 된 것이다. 헌데 이 쪽에서는 건강하고 튼튼한 주부가 누워서 우유로 온몸을 맛사지를 하고 오이를 갈아서 온몸 맛사지를 하며 누워 있는데 바로 그 앞쪽에서 힘이 들어 쉬고는 때를 밀고 또 쉬고 때를 밀며 힘들어 하는 할머니께서 나를 들으라고 하시는지『우리 형편에는 저린 우유를 많이 못먹어 보는데 제철도 아닌 오이를 반찬 한번 못해 먹어보는데 참 세상 좋구먼』

하시는 말씀이 아니신가. 나는 슬그머니 그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 할머니께선 내 곁으로 오시는 것이 아닌가.

얼른 때수건을 짜서 『할머님, 때를 밀어 드리겠읍니다』하고 때를 밀어 드렸다. 아까와는 달리 나를 바라보시더니『나도 젊은이처럼 건강했다우. 그런데 이 모양이구려』하시며 가는 세월이 약속 하신단다. 『할머님 저희들도 금방 늙어 질 거예요. 언젠가 저도 할머님처럼 되겠지요』

하며 웃으며 할머님과 인사를 나누며 목욕탕을 나왔다.

어려운 보리 고개 시절에도 보리 개떡을 한 소쿠리 쩌다 놓고 이웃과 나누어 먹던 시절을 이제 와서 이솝 이야기든가 그 때 세상은 그 때 세상이고, 지금 세상은 지금 세상이든가.

공동 목욕탕속에서 만이라도 너와 나는 빈 몸인데 여기서도 빈부의 차이를 내어야 되는건지. 다만 건강과 허약만이 구별이 뚜렷할 줄 알았다.

더러운 때를 미는 자리에서도 나만을 생각 한다면 더러운 죄를 짓고 냉담한 내형제 자매에게 어떻게 권면을 할 수 있겠는가. 주님이 부르시면 한마디 거절도 못하고 가야할 주제에 주님의 말씀에서도 사랑하라.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은 공동 목욕탕 속에서는 사용이 허락 되질 않는건지. 꼭 불우한 이웃만을 도우는 것이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인지 신앙인의 자세란 극히 어렵다 잘못된 행위는 마치 내가 한 것처럼 마음이 조여진다 예수님 말씀 속에 내 자신과 모든것을 푹 묻으며 강자와 약자를 냉철히 판단하시는 그 분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약자를 사랑 하심을 본받아 영혼 구령 대열에 줄을 서는 것이 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현정ㆍ서울 구로3동 본당 작은열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