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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주 사목회의 - 의안준비위원회 중간보고] 2. 신심운동 - 하

이덕근ㆍ신부 · 신심 운동 의제 담당 연구위원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09-19 제 132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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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없는 신심행위는 기복 부채질…감정적 신심유발
모든 정신은 전례에서 나와야 바른 신앙교육이 과제
성서·성사·전례교육강화…비전례적 
성사생활을 전례에 수렴토록
교회가 어떤 신심을 평가하는 기준은 계시된 진리와의 일치이다. 어떤 신심이 교회의 교의와 조화를 이루고 신앙의 내용을 올바르게 표현할 때 그것은 건전한 신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앙의 내용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합당치않은 요소를 첨가함으로써 신심행위가 그릇되게 과장되거나 오도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또 종교적 감정을 신심과 동일시하거나 신심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물론 신심은 하느님을 향한 인간의 전인적 자세이므로, 기도나 희생과 같은 실천 행위 뿐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종교적 감정의 과대 평가나 그릇된 이해는 흔히 신자들로 하여금 신심의 대상인 하느님을 섬기기 보다 오히려 자기 만족의 감상주의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신심의 기준은 어떤 감정이기보다 오히려 하느님과 교회, 그리고 이 세상을 위한 헌신적인 태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모든 신심의 목적은 하느님께 대한 예배이고 이것은 하느님께 대한 인간측의 자세와 연관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신심행위는 경배하는 자의 영적 요구에 부응하는 어떤 호소력을 지녀야 한다. 직접적으로 하느님께 향하는 신심보다 인간이 보다 쉽게 감지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인간성에 집중된 신심이 더욱 호소력을 지닌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 주고 있다. 신심을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이지만 인간들에 의해 실행되는 것이므로 시간과 공간안에 사는 구체적 인간에게 호소력을 지니는 것이어야 한다.

역시 이 신심은 인간의 요구와 조건에 따라 매력을 주는 요인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건전한 교의를 바탕으로한 신심 행위라도 시대와 문화적 여건에 따라 생성하고 소멸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신심은 개인적인 요소와 일반적인 요소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교회의 본질적 신비에 관한 신심은 보편적인 것으로 모든 신자에게 요구되는 것이지만 신비의 어떤 부수적인 중점을 두는 신심은 모든이에게 요구할 바가 되지 못한다. 어떤 신심은 어떤이를 하느님께로 이끌므로써 그 목적을 성취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모든 신자들이 보편화된 신심으로 절대화 시킬수는 없다. 성령은 각자의 영적 조건 심리적 상태등에 따라 달리 활동하고 다른길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전례와 신심행위

신자의 영성 생활을 성사와 관련시켜 볼 때 그 자체는 성사가 아닌 예배 행위를 신심 행위로 보며 여기에는 성체현시 성시간 등의 신심업, 그리고 성월 행사나 성체 행렬 등의 신심행사가 다 포함된다. 이 신심 행위들을 전례와 연관시켜 준 전례적 행위와 비전례적 행위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준전례적 예배 행위는 성체성사와 연관된 성체현시, 고백성사와 연관된 말씀의 전례 등 성사 집전의 연장의 성격을 띤 신심행위들이다. 이와는 달리 비전례적 예배 행위는 로사리오 기도 십자가의 갈등 성사 집전과는 전혀 무관한 신심 행위들이다. 그런데 본질적으로는 항상 하느님께 대한 예배 행위인 이 준성사적 및 비성사적 신심 행위들은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께 대한 예배를 지향하는 한 전례와도 관계를 지니지만 엄격히 말해서 교회의 전례는 아니다. 이것들은 교회의 전례에 비하여 어디까지나 제2차적인 예배 행위이다. 그러므로 신심행위는 교회의 예배행위의 절정인 전례에 종속 해야 하며 또 전례를 지향 해야 한다.

전례는 교회가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성부께 바치는 공적 예배이며 성부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교회를 성화시키는 성사적 수단이다.

전례가 비록 그리도신자의 영적 생활의 전부가 아니므로 건전한 신심 행위를 권장해야 하지만 이 신심행위를 성사나 전례보다 우위에 두어서는 안된다.『전례는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10)이므로 모든 신심 행위는 결코 개인에게나 어떤 공동체에서 이 전례보다 우선 해서는 안된다. 모든 신심행위는 적어도 그 정신이 이 전례에서 나와야하며 또 전례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어야한다.

신심운동의 문제점과 제안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려는 인간의 의지는 하느님의 신비와 하느님과 연관된 사물에 대한 특별한 관심 및 공경 행위로 표현되는가 하면 역시 이것은 자주 신심 운동으로 나타난다. 신심운동은 신자의 개인 성화와 교회의 쇄신을 위하여 어떤 신앙 교의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에 상응한 신심 행위를 실천하고 전파하는 조직적인 운동이다.

한국 교회안에서 신자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표적인 운동들로서는 성령 쇄신 운동 · 성서모임 · 훠꼴라레 · MBW · 꾸르실료 등을 둘 수 있겠다. 이러한 교회의 신심운동은 제2차「바티깐」공의회와 함께 교회안에 새영을 불어 넣으시려는 하느님의 섭리로 이해 되며 역시 이것들은 교회의 쇄신된 모습을 찾고 하느님의 나를 이세상에 전파하려는 하느님 백성의 간절한 소망으로 설명 될 수있다.

이 신심운동들이 교회 쇄신과 신자들의 영성 생활을 심화시키는데 크게 기억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신학의 재정립을 모색하는 오늘의 역사적 상황과 비 그리스도교 문화권 아래서 신앙 생활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신앙 생활의 토착화를 모색해야하는 한국교회의 현실 여건은 신심행위와 신심 운동의 관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유발시키고 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한국사회의 불안한 현실 여건과 교회의 줄기찬 선교열은 근년에 와서 급격한 신자 증가 현상을 낳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외형적 성장은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의 내실화를 약화시킴으로써 교회가 지닌 복음적 순수성을 상실케할 위험성도 함께 가져올 수 있다. 신앙의 내실화가 결여된 상태의 신심행위는 쉽게 한국인의 의식 구조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무속 신앙과 결부되어 기복적 신심 형태로 전락될 소지를 안고 있으며 불안한 사회 여건 가운데서 정서적 안정과 종교적 위안을 찾는 신자들을 감정 위주의 주정주의적 신심에로 그릇 인도할 수 있다.

특히 일부 신심운동을 통한 치유 · 방언 · 예언 등 은사에 대한 영적 신별의 부족 현상과 성서 전반의 복음정신보다 외적인사를 무분별하게 강조하는 태도는 쉽게 신자들안에 그릇된 간선 의식과 정예 주의적 사고를 유발시켜 일치된 교회모습을 흐리게 하고 마침내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중심의 건전한 그리스도교 영성에서 신자들을 유리시킬 위험성을 가져올 수 있다.

건전한 신심행위와 신심운동을 위한 가장 긴박한 과제는 올바른 신앙교육 내지 영성교육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내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 만이 신앙의 내용에 일치하는 신심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도교 영성 생활의 원천인 성서와 하느님 말씀의 공적 선포이며 영성 생활의 실천 규범인 전례에 관한 교육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회 각종 신심 운동을 통한 특수 교육과 배려가 요청되며 조화를 유지하는 교구 및 본당차원의 그리스도교 영성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은 신자의 균형잡힌 영성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로 보인다. 성서와 성사및 전례에 관한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비전례적 신심 행위들을 성사생활과 전례생활에 수렴시키는 한편 본당 전례의 활성화를 통한 신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

또 성체 현시 십자가의 길등 교회전통이 가르치는 각종 신심업을 본당 내에 다시 강화함으로써 신자들의 영적 갈증을 충족시키면서 건전한 신심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각종 신심 운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사목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목적 배려가 요청되며 이를 위해 역시 교구 및 주교단 산하의 신심운동 지도 감독 기구의 상설도 바람직한 일로 본다.

이덕근ㆍ신부 · 신심 운동 의제 담당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