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루르드」성체대회 한국 대표단 성지순례기 - 순례 2만리] 9. 이스라엘로…

유재두 부장
입력일 2011-05-09 수정일 2011-05-09 발행일 1982-01-17 제 1288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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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이 감도는 이스라엘로 발길 향해
주의 자취 확인하려는 기대로 설레어
순례단 전원이 동행하지 못한게 못내 아쉬워
목은 타오는데 기차는 쉬지 않고 달릴 뿐
7월 19일 오후 6시30분 성체대회 참가 순례단 가운데 11명의 성직자와 취재기자는 일행과 헤어져 이스라엘을 향해 떠났다.

못내 서운해하는 순례단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루르드」역으로 행하는 이스라엘 순례단 12명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인류구원의 역사가 이루어진 역사의 현장에서 주님을 피부로 느낄 수 있으리란 기대로 가슴이 설레이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순례단 전원이 동행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발걸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 전운(戰雲) 이 감도는 이스라엘에 1백20여 명의 대규모 순례단을 이끌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인솔 본부의 판단이었다. 12명이란 소규모 순례단이었는데도 이스라엘 체제 중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로켓트전을 벌여 멀리 프랑스에 머물고있던 한국 순례단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전체의 안전을 생각해야하는 인솔본부의 입장이었기에 소규모 대표파견도 심사숙고 끝에 내려진 용단이었다는 사실도 뒤늦게사 알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 12명에겐 수많은 안전수칙들이 전해졌다. 개별행동은 철저히 금하고 특히 야간에 거리를 배회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추진해온 이스라엘 방문이었지만 막상 출발 때의 분위기는 마치 전장(戰場)에라도 들어가는 듯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오후 7시37분 일행은 「빠리」 행 특급열차에 몸을 실었다.

좁은 통로옆에 간막이로 막은 작은방에는 6명씩이 타도록 돼있었다. 좌우에 3개씩 상하로 매달려 있는 침대는 폭이 좁아 체구가 작은 우리들에게도 답답한 느낌을 준다.

2개의 방에 6명씩 나눠들어 자리를 잡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용케도 장년층과 노년 층으로 6명씩 2개조로 나눠졌다.

환풍이 안되는 방안은 갑갑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7월의 싱그러운 녹음과 철도연변에 띄엄띄엄 늘어앉은 농가의 곱게 손질된 화단이 답답한 가슴을 풀어준다.

호텔에서 정성들여 싸준 빵을 끄집어냈으나 목이 말라먹을 수가 없다. 열차 안에는 매점도 없었다. 만원승객들로 북적대지만 먹을 것 마실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조국의 열차가 그리워진다.

승무원을 붙들고 물을 찾으니 다음 역에서 10분간 정거할 테니 그때 구하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가도가도 다음 역은 오지 않는다. 목은 타오는데 기차는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할 뿐이다.

이미 10시가 지났는데도 바깥은 어둡지가 않다. 피곤을 풀어보려고 커어튼을 내리고 잠을 청해보았으나 잠이 오질 않는다. 먹다 남은 빵 조각을 씹으니 다시 목이타기 시작한다.

물병을 갖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다 깜박 잠이 들었다.

흔들리는 차의 진동에 눈을 뜨니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열차는 속도를 줄여 서서히 「빠리」 시내로 진입하고 있었다.

새벽 4시47분 「빠리」역에 도착한 일행은 택시편으로 샤를르 드 골 공항으로 달렸다.

아직도 어둠이 채 가시지 않는 시내 고속도로를 택시는 전속으로 질주한다. 80㎞ 제한속도는 아랑곳없이 130㎞로 달리는 차 속에서 손에 땀이 난다.

공항까지 109프랑이 나와 큰 마음먹고 5프랑을 팁으로 주었는데도 손을 내민다. 더 내라는 것이다. 도대체가 얼마를 주어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10프랑을 더 주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현란한 불빛이 새벽의 어둠을 밝혀주는 드골공항에는 이른 새벽인데도 벌써 인파로 붐빈다. 이스라엘행 창구를 찾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몇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 물어야만했다.

커피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 일행은 오전 11시10분「텔아비브」행 TWA기에 올랐다.

입구 좌우에는 사복차림의 정보원들이 승객들을 향해 날카로운 눈초리를 번뜩이고 있었으나 한국 순례단 일행에겐 별관심을 갖는 것 같지 않았다.

오전 11시35분 탑승을 완료한 보잉747기는 요란한 폭음을 쏟으며 드골공항을 떴다

이제 우리는 주님의 체취가 젖어있는 성지에서 주님의 발자취를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이다. 터질 듯한 감동으로 모두의 마음은 비행기의 엔진소리만큼이나 두근거리고 있었다.

유재두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