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조선교구설정 150주 전국신앙대회 신앙수기 - 나는 십자가를 보았다!

정동성ㆍ국회의원ㆍ프란치스꼬 사베리오
입력일 2011-05-09 수정일 2011-05-09 발행일 1981-11-01 제 127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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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단 입장시 동남상공에 하얀 십자가 나타나
단상위의 성가대 등 3천여 명 목격 - 두려움 느껴
1981년 10월 1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5ㆍ16광장에서는 천주교 조선교구설정 1백5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이 막 개회되려는 순간이었다. 단상을 향한 위치에 서있던 나와 나의 아내는 사회를 보시는 신부님의 『지금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를 모시고 사제단이 제대를 향해 오고 있읍니다. 경의를 표해 주십시요』란 말씀에 따라 좌석에서 일어나 뒤를 보며 경건한 자세로 섰다. 그 때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주교단과 함께 단상쪽으로 향하고 계셨다. 그순간 내앞에서 어느 신자 한 분이 『저 하늘을 보십시요 십자가가 나타났읍니다. 우리 박수를 칩시다』라고 외쳤다. 나와 나의 아내는 무심코 박수를 치며 여의도 상공 동남쪽 하늘을 보는 순간 구름으로 가득찬 그하늘 구름 앞에 무지개처럼 나타나는 하얀빛의 선이 보였다. 아! 무지개가 아닐까?! 그것은 분명히 무지개가 아니라 여의도 단상제대 앞에 세운 십자가와 똑같은 모양의 십자가였다.

십자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며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나는 나의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아내 역시 『여보. 정말 십자가가 저 하늘에 보이네요 저것은 기적이요 기적!』나도 함께『여보. 정말 십자가야. 놀라운 기적이군요』그 순간 이효상 전국회의장 부부께서도. 10대 국회위원을 함께 한 박찬종의원도, 홍병철 전장관, 그리고 김현욱의원 부부도 『정말 십자가야. 놀랍다』는 소리를 몇번이고 되풀이하고 있었다. 국회의장실 윤형규 비서관도 『기적입니다. 놀랍습니다』를 연발 외치며 내 옆에 서있었다. 30초의 순간 서서히 십자가는 내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나와 아내는 창백한 얼굴로 뛰는 가슴을 억제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 개회식은 시작되었다. 10시10분 개회선언에 이어 국기에 대한 경례의 순간 애국가 연주가 은은히 들려오는 순간 십자가를 못잊어 뒤를 보고 또 돌아보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비로소 오늘 하느님 모습을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 앞에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나와 아내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놀란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몇번이고 『우리는 보았네. 정말 십자가를 보았오』하며 한나절을 보내고 저녁 6시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천주교 조선교구설정 150주년 기념파티에 참석했다.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국무총리 각 부장관 주교단 신부님 국회의원 여러분이 참석했다. 모두의 화제는 오늘 오전 여의도 상공에서 십자가가 나타났었다는 것이었다. 바로 내가 파티석상에 도착하여 김수환 추기경, 남덕우 국무총리 앞에서 『추기경님. 바로 저도 아내와 함께 분명히 보았읍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이상하게 오늘 기념파티에 오신분들 가운데 추기경님 그리고 주교님 신부님들 말씀은 그 영광의 순간을 보지 못하셨다는 것이었다. 김기철 의원, 김현욱 의원 그리고 나만이 목격자였다. 십자가가 발현한 시간 김수환 추기경님가 사제단은 반대방향(십자가를 동쪽에 두고)으로 걸으시면서 제대단상을 향해서 계셨기 때문에 보실 수가 없으셨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제대양편(단상)에 서있던 성가대 수녀님ㆍ신자 3천여명이 그 선명한 여의도 동남쪽 하늘의 십자가를 분명히 본 것이다.

1백 50년만에 한국의 하늘 구름 밖에서 십자가는 발현하셨다. 끝내 한국땅에 오신 것이다. 나는 많은 이들에게 그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나의 두눈으로 또한 아내의 두눈으로 아니 그 자리에 있던 박찬종 의원 등 수천의 눈으로 확인된 십자가. 죽음과 바꾸더라도 그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집에 와서도 이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생명과 바꿀 수 있다고 몇번이고 되뇌었으며 그때 그 십자가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80만의 신자들이 다 볼 수가 없었고 약 5천명의 신자들 눈에 분명히 보였으니 말이다. 나에게도 십자가의 발현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신것은 나의 믿음이 약했기 때문일까? 지금도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본다. 이 땅에 1백50년전 천주교 조선교구가 설정되고 26세의 청년신부 김대건 복자 안드레아가 이 민족의 구원을 위해 바로 여의도 5ㆍ16광장으로 통하는 지금의 마포대교 한강변에서 무참히 처형 당하셨으니 1백50년만에 갖는 우리 천주교 신자들의 정성어린 제사앞에 어찌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그냥 지나치겠는가. 당연히 우리들 우리민족 앞에 십자가의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 보신것이다.

세계도처에 많으신 기적 가운데 선명한 십자가의 모습으로 150년만에 우리앞에 오셨던 주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이 생명다하는 날까지 주님의 뜻에 따라 살겠음을 맹세하고 또 맹세한다. 『이 땅위에 정의가 구현 되도록 힘과 용기를 주소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소서. 분단된 조국을 하루 속히 통일되게 하여 평화를 주시옵소서. 5천만 민족 모두가 주님께로 마음을 향할 수 있게하여 주시옵소서』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또 감사드립니다.

정동성ㆍ국회의원ㆍ프란치스꼬 사베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