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 저력 유감없이 보여줘 - 여의도 신앙대회의 숨은 뒷얘기들

특별취재반
입력일 2011-05-09 수정일 2011-05-09 발행일 1981-10-25 제 1277호 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전국신자들 마음 한데묶은「지방교구의 특산물봉헌」
주교단 입장때 맞춰 구름사이로 선명한 십자가-“기적이다”모두들 흥분
쓰레기 한점 안남긴 대회장-“역시 가톨릭은 달라” 찬사
○…사상최대 인파가 여의도 광장을 뒤엎은 10월 18일은 예기치 않은 일기불순으로 마음을 졸이던 모든이들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안겨준「축복의날」로 평가됐다.

이날 신앙대회 참가자수는 약 30만을 목표로 잡고 뛴 동원부의 예상을 훨씬 넘어 50만으로 집계됐다가 마지막판에 80만으로 발표됐는데 이는 한국사회 전체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는 놀라운 기록이 될듯.

한편 참가자수가 80만으로 공식발표되자 준비를 맡았던 한관계자는 한국 전체신자수를 1백30만으로 볼때 이번 신앙대회는 절반이 훨씬 넘는 신자가 참가한 경이적인 기록이라고 지적하면서 물론 80만 인파중에는 「와서보시오」라는 대회 구호대로 와서 본 이웃들도 상당수에 이를것이라고 강조.

○…80만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인원이 참가한 대규모 신앙대회를 처음 치뤄 보는 한국교회는 이날 상황실을 특별히 설치하고 각종 기록상황을 신속히 집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등 눈부신 활동이 기대됐었는데…「워키토키」라는 최신식 연락장비를 휴대하고 행사장 곳곳에 파견된 상황실 요원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뛰면서도 밀려드는 인파때문에 제대로 정신을 못차리는듯 우왕자왕.

「워키토키」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을 속속 연출한 이날 상황실 요원들은 준비한 실력을 제대로 발휘 못했던 주원인은 예상밖으로 많이 참석한 참가자 때문이었다 면서「2백주년의 눈부신 활동」을 다짐하기도.

○…이번 신앙대회 헌금이 2억이 약간 넘는 것으로 집계되자 헌금집계 요원들은 허탈한 한숨. 이날 참가자수를 감안. 헌금이 예상밖으로 초과될 것을 기대한 이들은 막상 집계를 끝내놓고 보니 기대밖의 결실이 나타났다고 입을 모으면서 『이같은 저조한 실적의 주요원인은 역시 예상밖의 인원때문』이라고 지적

그러나 이날 신자들에게 배포됐던 헌금봉투를 12만개 밖에 희수하지 못해 헌금요원의 턱없는 부족 등 헌금회수에도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이날 사제단 입장때 중앙제단 동남쪽 하늘 구름사이로 선명한 십자가 모양이 나타나 3천여 성가대원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

사제단 입장이 끝나고 죽단이 막 제단에 오르기 직전 짙게 깔려있던 구름이 서서히 걷혀 선명한 십자가 모양을 이루며 밝게 빛났다.

약 1분간 선명한 빛을 발하던 십자가형상은 다시 뭉게구름으로 서서히 덮여 사라졌는데. 가늘면서도 자로 잰듯 곧은 흰십자가 모양의 구름이 주교단입장과 때를 맞춰 나타나자 이를 지켜본 3천여 성가대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들.

한 성가대원은 『이는 오늘의 이대회를 축복하시기 위해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기적임에 틀림없다』고 흥분하며 취재기자에게 「기적의 현장」을 놓지지 말고 사진으로 담으라고 불같이 재촉.

그러나 미처 특수 필터를 준비못했는데다 배경이 되는 먹구름의 농도가 얕아 이 현상을 사진으로 재생시키는데는 아깝게도 실패.

○…전국 14개 교구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의와 일치를 다진 이번 신앙대회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것은 지방교구의 특산물이 등장한 미사예물 봉헌시간. 각기 고장 고유의 특산물을 예물로 준비한 이날 대구대교구가 「사과」를 봉헌한 것을 비롯, 관주는「김ㆍ미역」「무동산수박」「나주배」등을. 안동은「안동포」를. 춘천은「감자」를. 인천은「인삼」을. 대전과 전주는「생강」을. 마산은「멸치」를 각각 봉헌. 전통적인 미사전례에 한국의 토속성을 감미하는 등 이채로운 전례의식을 단행하기도.

한편 참가자들은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미사예물 봉헌시간은 전국 신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이루었다고 한마디씩.

○…1백50주 기념행사의 전부를 주도했던 김수환 추기경은 이날 행사를 마무리지으면서 참가한 모든신자들은 물론 이번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각종 도움을 주었던 정부각부처와 군당국ㆍ시와 경찰 및 여의도 주민모두에게 일일이 감사의 뜻을 표하는 등 어버이다운 역할을 완벽히 수행.

신앙대회를 위해 애쓴 모든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김추기경은『이 모든것은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 넘치는 안배와 축복때문이었다』고 강조하면서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고 그분에게 감사의 박수를 드리자』고 호소하자 80만인파는 뜨거운 박수로 호응. 여의도 대광장은 순간 박수의 물결로 뒤덮혔다.

○…최근들어 유난히 가톨릭보도에 깊은관심을 가지고 있는 각 매스콤들은 이번 신앙대회 중에도 예외없이 극성스런 위재경쟁을 벌였는데. 이날 촬영에 자신의 전부를 건듯한 사진기자들은 전례상의 이유로 제단위 사진촬영을 통제한 본부측과 행사의 포인트마다 촬영문제로 본부측과 실랑이를 벌이는 촌극을 연출.

이를 처음부터 지켜본 한신자는 역사적 사실을 찍지 못하게 무조건 막을것이 아니라 일정한 촬영시간을 정해놓고 촬영을 할 수 있도록 최대편의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뜻있는 한마디.

○…호남선ㆍ전라선ㆍ경부선 야간열차를 이용. 새벽 5시부터 지방신자들이 영등포역에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대회분위기는 대회장 밖에서부터 서서히 무르익기 시작.

새벽에 도착한 지방신자들은 오전 6시까지 내린 비로 불편을 겪었으나 누구하나 피곤해 하거나 불평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새벽일찍 역에 도착한 일부 지방신자들은 역대합실 바닥에서 준비해 온 아침 도시락을 들면서 대회장입장 안내를 기다렸는데 안내자들은 새벽의 어두움에다 비까지내려 안내의 큰 어려움을 겪기도.

○…워낙 많은 인파가 몰려서인지 준비된 화장실은 대회시작 전부터 끝날때까지 이용자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제단 뒷편과 제단 맞은편 건너에 마련된 대형 화장실은 10분내지 20분씩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오는 형편.

그러나 일부 소형으로 준비된 화장실은 표지판이 잘띄지 않아 이용을 하지 못하기도. 게다가 대부분의 화장실이용 상태가 양호하지 못해 차기대회때는 화장실 설치와 이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듯.

○…수십만 인파가 몰려 점심 도시락까지 들고 해산했으나 흩어진 쓰레기가 없었다는 것은 대회의 마지막 백미(白眉)를 장식.

『역시 가톨릭신자는 다르다』고 청소부들의 칭찬까지들은 쓰레기제거 작업은 뭐니뭐니해도 이날 참회예절에 이은 공농고백성사 끝에 내려진 보속의 결과인듯.

서로 쓰레기를 찾으려는 신자들을 보면서 어느 신자는 『성사(고백성사)보기도 무섭지만 보속은 더욱 무서운것』같다고 코멘트.

그러나 이날 쓰레기줍기와 함께 내려진「1인 1명 영세입교」는 이웃전교의 해인 81년도가 두어달 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모두들 걱정스런 표정들. 일부에서는『신앙대회 이전에 영세입교 시킨것』은 어떻게 되는것인가 얘기하면서 이것도 보속의 효과로 유효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오전 8시30분 신자들의 입장이 각 지구별ㆍ교구별로 거의 완료된 후 시작된「모두 모입시다」프로그램중 묵주의 기도는 본행사에 앞서 신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는데.

신자들의 입장완료로 1차임무를 마친 안내ㆍ질서ㆍ보호요원들도 묵주를 꺼내들고 기도하는 열심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방교구석 중간 통로에서 보호역을 담당한 2명의 청년 빈첸시오회원들은 물기가 채마르지 않은 아스팔트위에 무릎을 꿇고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뒤늦게 자리를 찾아가던 지각 신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른 아침부터 장내에 자리잡고 움직이지 않았던 신자들은 쌀쌀한 가을날씨 속에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화장실 출입이 잦아지고 통로를 메우기 시작하여 안전과 질서요원들을 당황하게 했다.

당초 30만으로 예상했던 참가인원이 상상외로 늘어남에 따라 안내ㆍ안전ㆍ질서를 담당한 장내 요원들이 상당수 부족. 장내질서유지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던 것.

그러나 이같은 약간의 시행착오는 대규모행사를 치뤄보지 못한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오히려 귀중한 「경험」이 된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활한 여의도 광장의 정해진 자리에서 신앙대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없는신자들은 미리 쌍안경과 오페라 망원경을 준비하여 역사적인 신앙대회의 모습을 지켜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몇몇 지방교구 신자들과제단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지구 신자들은 본행사가 시작된 10시부터 주위사람들과 쌍안경을 돌려가며 한 순간의 모습도 놓치지 않으려는 열성을 보였다.

또한 어린이를 데려온 아버지들은 기수단ㆍ사제단의 입장행렬이 시작되자 어린이를 어깨위에 태우고 열심히 설명해주는 사랑어린 극성(?)을 피우기도.

○…이날 신앙대회 내빈석 맨앞줄 중앙통로 쪽에는 그리스도교계 대표로 초청된 그리이스정교회 정복차림의 소티리오스 드람바스 주교가 조선교구설정 1백 50주년을 축하하는 한국 그라이스정교회대표로 참석하여 그리이스정교회와 가톨릭 교회간의 우의를 더욱 돈독히 했는데.

이날 드람바스 주교는 독특한 복장때문에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로부터 내빈들 가운데 가장 인기를 차지.

○…신앙대회가 끝난 후 여의도 광장의 곳곳에서는 따사로운 가을 햇볕아래 4~5명에서 10여 명까지의 지방신자들이 모여앉아 정답게 점심을 나누어 먹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는데.

안동교구에서 참석한 권기욱(바오로)씨 일가족은 서울 월곡동 본당 신자로 신앙대회에 참석한 3~4명의 고향친지들과 만나 준비해 온 점심과 떡ㆍ과일ㆍ술을 나누며 오랜만에 고향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기도.

고향친지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이들은『신앙안에서 친지를 만나는기쁨은 신앙대회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라며 밤새워 달려온 고달픔도 잊고 신앙대회가 마련한(?) 기쁨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