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 교회사의 민족사적 의미] 11. 세계속의 한국

조광·국민대 교수
입력일 2011-05-03 수정일 2011-05-03 발행일 1981-08-16 제 126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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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돼
대내적으론 새로운 개안의 기회 제공
서구의 포교열, 동양침략과는 무관
한국의 존재가 세계에 알려지게 된 시기는 10세기를 전후하여서 였다. 이때 近東地方의 지리학자들은 그들의 지리서에 한국을 소개하고, 한국을 일종의 理想鄕으로 묘사하였다. 그러나 지리상의 발견이 진행되던 15세기 이후 한국의 존재는 점차 구체적으로 西歐의 항해가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이 세계에 인식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천주교의 포교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천주교의 포교는 한국의 존재를 세게에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세계의 존재를 한국이 강렬하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던 것이다.

동양의 사회가 서구의 문명과 본격적인 만남을 기록하게 된 것은 지리상의 발견에 따 른 西勢東漸의 결과였다. 그리고 이 시세동점에 의하여 동양에 대한 서구의 인식이 분명해지기 시작하였으며, 그리스도교가 동양 여러나라에 전파되어 나갔다.

또한 이 서세동점은 동양과 서양의 불균형한 관계가 배태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즉 서세동점의 결과로 동양은 서양에 인식되어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었지만, 하나의 세계속에서 동양 서구제국에 점차적으로 종속되어 가게 되었다. 여기에서 동양사회 와 서양의 물질문명 그리고 그리스도교라는 三者사이에 미묘한 관계가 성립되어 나갔다.

한국에 천주교가 전파된것도 서세동점의 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천주교는 한국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매개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조선교구가 설정된 이후 한국은 하나의 독립된 단위로 세계에 더욱 분명히 인식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한국이 천주교회와 「서구세력」의 동양침략이 갖고 있는 상관관계에 대하여 잠시 검토해 불필요를 느끼게 된다.

이와같은 시도는 교회사가 한국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를 좀더 분명히 파악하기 위한 필수적과제가 될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천주교회는 그 대내외적 이유로 인해 서구의 동양침략과는 무관하게 창설되었다고 생각된다.

즉 대내적으로 볼때 한국 천주교회는 조선후기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던 내재적 요청에 의하여 한국인 자신의 힘에 의해 창설되었다. 이때문에 한국의 천주교회는 외부의 「침략적 세력」과 관계없이 교회를 창설하고 유지발전 시켜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의 창립과 서구의 동양침략이라는 사실과는 큰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이와같은 대내적 이유와 함께 대외적 이유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즉 초기의 한국신도들이 천주교를 알게된 것은 서세동점의 한 결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서세동점은 지리상의 발견이후 重商主義단계의 서세동점과 19세기 후반기 산업혁명 이후의 서세동점으로 구분된다.

중상주의 단계의 서세동점은 상업적 이익추구를 목표로한 것이었다. 이 단계의 동양진출은 산업자본을 배경으로 한 19세기 후반기 이후의 침략적인 그것과는 구별되고 있다.

한국에 천주교회가 창설되던 때는 중상주의 단계의 서세동점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교회와 간접적인 관련을 갖고 있던 포르투같이나 불란서는 아직 사업혁명을 경험하기 이전이었다.

그러므로 당시의 서구제국은 동양사회를 정치적으로 침략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이와같이 조선의 천주교회는 제국주의적 침략세력이 등장하기 이전에 창설된 것이며 서구의 물질문명을 배경으로한 침략세력과 직접적인 만남이 없이 창설된 것이다.

또한 조선에 교회가 창설될 당시 로마 교황청을 비롯한 세계의 교회는 불란서 혁명의 여파로 인해 심각한 손실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교회 자체내에서도 해외포교의 농력이 문화되고 있었을때 한국에서는 새로운 교회가 성립되어 발전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든점들을 감안할때 한국교회는 교회의 포교열이나 서구의 동양침략과는 무관하게 창설된것이고 서구에 대한 동양 제국의 종속과정과도 큰 관련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포교지 교회중 한국교회사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드러나는 바이다. 그리고 교회사가 민족사에 던져주는 의미 가운데 하나고 천주교회는 한국을 하나의 독립된 단위로 세계에 좀더 분명히 인식시켜 주었다는 사실을 긍정적인 방향에서 언급할 수 있는 바이다. 또한 천주교회를 통하여 조선후기의 한국인들은 중국 이외의 세게에 대 한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 하였다. 그런데 전근대적 사회질서를 유지하려 던 집권층들은 이로 말미암아 사회변동과 외부의 도전에 대한 위기의식을 더욱 크게 느꼈던 것이다.

반면에 천주교를 통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지식은 조선후기의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開眼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요컨대 조선후기 사회에 전파된 천주교회는 대외적으로 조선에 대한 인식을 세계에 제공해 주었으며 대내적으로 조선인의 세계에 대한 인식을 강화기켜주는 결과를 낳았다. 즉 세게속의 한국을 인식시켜 주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사의 발전에 기여한 교회의 역할을 찾아 볼 수 있는 바이며 한국교회사의 민족사적 의미가 추출되는 것이다. (계속)

조광·국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