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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2백주년을 생각한다] 22. 기념의회를 향한 제언 - 기념회의의 제문제 8

양한모·크리스찬사상연구소장
입력일 2011-05-03 수정일 2011-05-03 발행일 1981-07-26 제 126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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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제기 1
포교 발자취 음미ㆍ새 방향 모색의 계기돼야
교회구성원 전체가 대화와 사귐으로 일치할 때 기념회의는 성공
전통보존ㆍ미래교회 창조가 기념회의 과제
기념회의의 초기 준비단계에 지나지 않는 시점에서 벌써 성공여부를 얘기한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문제의 제기라는 입장에서 기념회의에 관한 제반문제를 그 나름대로 언급해 온 마당에 꼭 성공할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교회의 역사상 나타난 지난날의 여러교회 회의를 살펴보더라도 모두가 그 역사적 사명을 제대로 완수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우리의 기념회의가 바라는 만큼 성공할 것인가」라는 의문은 있기 마련이다. 아무튼 간에 기념회의가 인간들의 집회라는 측면이 있는한 반드시 꼭 성공한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한스 큉이 갈파한대로 첫째, 하느님의 소집이 아닌 인간의 소집에 의한 교회회의는 원리적으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여러문제로 말미암아 성공을 하지 못할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둘째, 어떤 성과가 있는 교회회의라 하더라도 전체에서 볼 때 즉 그회의가 소집된 목표에 관하여볼 때 역시 불성공이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셋째, 성령의 도움은 교회회의를 불성공으로부터 지키는 것도 아니고 또 적극적으로 인간적인 무력이나 불만에 대해서 기적과 같은 성공을 주는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기념회의도 그 성공이 보장된 것이 물론 아니며 오히려 정말 성공하지 못할 수 잇는 원칙적인 신학사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2백주년기념 전국 사목회의 안견수집 협조의뢰」라는 제목으로 각 교구장과 2백주년 준비위원장에게 발송된 공문에 의하면 기념회의는『과거와 현재의 한국 교회의 신앙고백ㆍ전례생활ㆍ선교방법ㆍ봉사활동의 모든 분야를 검토하고 그러한 활동에 의하여 형성된 한국 교회의 모습을 깊이 반성함으로써 선교 3백년대에 들어서는 오늘의 시점에서 공의회가 제시하는 성숙된 교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또 그 일들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숙고 검토하자는 것이다』

『지난간 2백년 동안에 한국 교회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활동하면서 오늘까지 발전하여 왔는지를 살펴보고 그것을 참고하여 장래의 더 힘찬 발전을 위한 적절한 방법과 양식을 탐구하자는 데에 두고 있다』이러한 공문의 내용에 의거하면 확실히 기념회의는 전국 사목회의로서 적어도 개선을 필요로 하는 점을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야 할 것이며 어제의 포교 발자취를 잘 음미하는 동시에 선교 3세기에로 출발하는 방향과 길을 모색하여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 교회에 있어서 보존되어야 할 전통에 대한 의무와 아울러 창조적으로 미래를 성취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다 함께 무슨 원칙에 따라 조화시킬 수 잇는지를 골똘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바꾸어 말해서 구체제의 복음적 혁신을 어떻게 성취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즉 한국 교회의 새로운 봄을 실현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념회의는 서구적 그리스도교, 획일적 그리스도교, 권력 집중적인 그리스도교라는 이념을 버리고 한국땅에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게 목자성을 살리고 한국민의 전통과 독특한 사고방식, 생활관습 등을 로마가톨릭 교회안에서 생동할 수 있게 하는 방침을 대담하게 내세워야 할 것이다.

가톨릭 교회도 통일을 필요로 하나 그렇다고 서구화, 획일화는 결코 아니다.

어디까지나 다양성에 둘러싸인 교회인 것이다. 진정 가톨릭 교회는 오늘날 오히려 다양성 안에서 참 가톨릭적인 풍성함이 있는 통일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서구주의와 라띤주의를 고수하고 변호하기 위해 복음의 참사태를 동참하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소홀히하는 따위의 일이 있어선 아니될 것으로 믿는다.

한국 가톨릭 교회는 교회창립 2백주년을 맞는 이시점이야 말로 참 가톨릭으로서 非西歐化 非라띤化를 조용한 가운데 실현토록 노력하여 한국화에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야할 은총의 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실 기념회의가 복음의 빛에 비추어 지난날을 검토하고 오늘을 검증하여『장래의 더 힘찬 발전을 위한 적절한방법과 양식을 강구하는 데에』굳은 각오와 용기를 갖고 성싱하게 전력투구하지 않는 다면 그 회의의 좌절과 불성공은 뻔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준비단계에서부터 기념회의의 역사적 사명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만일 역사적 사명에서 벗어나는 일이 생긴다면 기념회의 자체의 좌절과 실패는 말할것도 없고 한국 교회 2백년의 역사를 무색케 할 것이다.

진정으로 기념회의의 성공을 위하여 필요한 것에는 일치를, 의아스러운 것에는 自由를, 그러나 모든것에 사랑을 원칙으로 삼아교회 구성원 전체가 시야를 넓히고 대화안에서 사귐으로 협력 일치하여 행동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하는 한국의 가톨릭 교회가 튼튼히 그발을 한국문화의 토양에 붙이고 그리스도의 생명에 충만되어 사회적 인류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전진토록 하여야 한다. (계속)

양한모·크리스찬사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