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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2백주년을 생각한다] 19. 기념의회를 향한 제언 - 기념회의의 제문제 5

양한모·크리스찬사상연구소장
입력일 2011-05-03 수정일 2011-05-03 발행일 1981-04-05 제 124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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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제기 1
기념회의 통한 토착화기대
목표설정이 중요과제…그리스도교적 삶 재형성할 때
교회내외 일치에 기여해야
한국교회의 많은 구성원들은 기념회의에 큰기대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큰 기대로 희망에 벅찬 마음의 설레임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기대는 참으로 막연하기만 한 것 같다. 오히려 한국교회의 현재 정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해선 안되는가가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기에 기념회의를 개최하기에 앞서 우리는 정당한 기대와 환상을 구별하여야 하겠다. 부당한 기대인한 그것은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기 마련이다. 사실 어디까지나 기념회의의 목표만이 우리에게 정당한 기대의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념회의는 아직 그 구체적 목표가 뚜렷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는 단계에 있다. 물론 기념회의가 선교 2백년에 대비한 선교방법을 모색하기 위하여 어제를 반성하고 또 오늘을 점검하는 전국사목회의라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 교회의 현재 정황을 응시하고 과거지사에서 진실한 것이 무엇이며, 버려서는 안될 것이 무엇이며, 또 낡은 것은 무엇이며, 너무 진부하고 낡아서 꼭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취사선택 해야할 싯점에 놓 여있다.

이 취사선택에서 백성이 기대하여야 할 것이 무엇이며 그리고 기대해서는 안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의 제기가 앞서야 할 것이다.

아뭏든 간에 한국의 하느님 백성들은 과거 2백년 동안 걸어온 길을 쉬지않고 계속 걸으면서 현대가 요구하는 과제에 빨리 두려움 없이 대면하려는 자세를 갖고 기념회의를 개최하려는 것 같다. 확실히 선교 2세기를 향하는 이 싯점부터 수행하여야 할 과제로서 진취적인 희망에 찬 새로운 행동을 일으키려는「축복의 때」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 전례의 쇄신에서 큰 진보를 보였고 신학교나 수도회의 개혁도 어느 정도까지 매우 정력적으로 추진되었고, 일반신도의 참가로 조직된 교구 사목협의회나 본당 사목협의회 등이 구성되었다. 더욱이 주교회의는 공동으로 사목계획을 세워 공동사목 지침을 실행하는 등으로 쇄신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완전했다고 할수 없으나 기본적으로는 모든 면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한국 교회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의 公的 경향은 결코 공의회 전의 상태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에 사는 하느님의 백성 즉 성직자이건 수도자이건 또 일반신도이건 간에 그들의 의식구조는 아직 근본적으로 前公議會的 상태에 놓여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욱이 한국교회 내부의 중요문제는 산적해 있어 아직껏 해결치 못한 사목적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사실 누구가 무엇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이땅에서 우리들이 이해하고 형성해 온 교회의 모습이 韓國文化圈안에서 교회의 본질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느냐고 심각한 물음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정도이기에 말이다. 실제로 우리의 교회는 한국의 精神風士 안에서 그 본질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 특히 한국문화권에서 생성돼야 할 신학의 문제는 더욱 그러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념회의의 과제로서 한국천주교의 거룩한 유산을 가일충 효과적으로 지키고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여러 결의를 이땅에 합당케 실현하는데 중점을 둬서 촉진하며 아울러 교회의 신앙에 합당케 그리스도교적 삶을 재형성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2차「바티깐」 공의회의 결정을 신도의 생활과 실천 가운데에 속속들이 배게끔하는 문제를 한국교회답게 독자적인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기념회의가 강구하고 실행하려면 그 회의의 목표를 어디에나 둬야하는지를 중요한 문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실 기념회의로 목표가 실제로 그 회의의 성격을 규제하기 마련이다. 그 목표설정 여하에 따라서 기념회의에 우리가 얼마나 기대할 수 있는지를 알게끔 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념회의의 첫째 목표를 한국천주교회의 총체적 쇄신, 혁신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아죠르나멘또, 현대화, 쇄신 등이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 현대가톨릭 교회의 표어가 돼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요한 23세에 의하여 소집된 공의회는 가톨릭 교회를 쇄신의 격류속으로 던졌던 것이다. 그때 까지 不動과 統一의 표본과 같이 생각했던 교회가 갑자기 動과 多樣性의 깃발을 내걸고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교회의 쇄신은 결코『현대에의 적응』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적응 그것만이 쇄신의 동기일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의 충성에 뿌리박은 신앙의 동기가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그 적응도 현대화도 불변의 핵심인 그리스도의 복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사실 적응은 결과이지 어떤 면에서도 출발점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확실히 신약성서 히브리서간이 교회를 그 모둔 구원이 유혹과 시련과 오류와 격변에 던져진 순례하는 신도의 공동체로 그리고 또 진리를 단지 그리스도안에서의 위대한 약속으로서만 갖는 신도의 위대한 약속으로서만 갖는 신도의 방랑하는 공동체로 이해했던 그러한 교회인 것이다.

그약속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성령 안에서 교회와 더불어 함께 계시고 그결과로 모든 혼란과 소용돌이를 통해서 교회를 그리스도의 진리 안에 保持한다는 하느님의 약속인 것이다. 그러기에 어떠한 격변격동 속에서도 교회의 진리는 결코 간단히 혼란케 되는 따위의 일은 없기 마련이다. 역사의 흐름 가운데를 걸어가는 교회의 향방을 이끌어주는 것은 그리스도가 약속한 진리의 영, 성령이기에 말이다.

기념회의는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불변의 핵심 가운데서 제가치를 재편성함으로써 한국 교회의 쇄신을 기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참된 土着化를 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그 쇄신은 복음의 핵심적 요소를 버리지 않고 복음과 한국교회와의 關係回復을 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겠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의 충성이야 말로 교회 쇄신의 근복적 자세인 것이다. 복음에의 이 충성은 또한 만민에게 이 복음을 전하는 교회에의 충성을 뜻한다. 따라서 교회의 쇄신은 사목의 의무를 지니고 있는 사믁자인 교회의 지도자들에 대한 충성으로 자유로운 순명 가운데 행해져야 할 것이다.

아뭏든 기념회의는 복음의 원점에 서서 복음의 핵심에 비추어 한국 교회의 제가치를 재편성하는 교회 쇄신 곧 토착화에의 쇄신을 위하여 본질적인 기여를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기념회의 둘째 목표을 일치에 두어야 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 주교단에게 행한 연설에서『교회활동의 모든 측면에서 그리스도는 우리들 자신과 하나가 되도록 부르십니다. 그러므로 주교단의 일치와 성직자의 일치를 촉진시키기 위한 모든 활동은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일치와 교회의 사명 수행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교회의 모든 생동적인 요소들과 모든 본당ㆍ그룹 그리고 모든 수도회 및 신도공동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일치되기 바랍니다』라고 한말을 기념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모든 하느님의 백성들은 거듭 되씹어 봐야하겠다.

사실 한국교회의 현재정황은 위계적 사귐에 있어서나 성직자와 신도사이의 사귐에 있어서 복음적 형제애에 의거한 일치를 이루고 있느냐고 물을때 누구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을것 같다. 주교와 주교, 주교와 사제, 사제와 사제, 사제와 신도 신도와 신도 사이에 사귐의 일치가 충분하다고 할수 있느냐 말이다.

하느님에 의해서 모여진 하나의 백성이기에 하느님은 이 백성을 성령 안에서의 사귐을 통해 일치를 주시려고 한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의 교회를「일치의 성사」(전례헌장 26)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전인류를 위한「일치의 성사」의 한국적 실현인 한국교회는 이땅에서 기도속에 일치를 회복하고 자기를 개혁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형제자매가 일치토록 사목적 배려를 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일치는 신앙과 희망과 사랑의 일치여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기념회의는 우리들 자신의 일치뿐만아니라 비가톨릭인을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과의 일치회복을 위하여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그리스도의 교회가 참으로 일치의 성사임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더우기 기념회의는 일치에의 목표설정에 있어 한국민족의 일치를 사목적으로나 선교적으로나 구원의 입장에서 배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진정 한국교회가 일치의 성사일진대 그 교회가 주관하는 기념회의는 한국민족의 일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쏟아야 할 것으로 믿는다.

지금까지 말한 기념회의의 목표와 과제로 미루어 봐서 이 회의에 우리들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자명한 것이다. 정말 이기대를 통해서 한국의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은총의 현실을 체험하는 축복된 기념회의가 되기 위해 기도와 의지의 일치로 쇄신의 자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계속)

양한모·크리스찬사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