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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2백주년을 생각한다] 17. 기념의회를 향한 제언 - 기념회의의 제문제 3

양한모·크리스찬사상연구소장
입력일 2011-05-03 수정일 2011-05-03 발행일 1981-03-08 제 124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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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제기 1
기념회는 구세사적 의미로 포용
인간평등진리 자각-능동적인 참여유도로 그리스도 공동체 발전 이룩
전신자 일치와 참여에 바탕두도록
우리들은 어떤 형태이든 간에 교회회의 하면 두 말할 것 없이 우선 교회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회의라는 것은 으례 위계적 성격을 띠우게 마련이다. 우리들이 한국 가톨릭교회 창립 2백년을 기념하기 위한 역사적인 기념회의를 놓고 생각하는데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그러한 테두리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최초로 조선 공의회 즉 조선 지방교회회의를 1931년 9월에 개최했었다. 그 교회회의는 교회법 281~292조의 규정에 따른 적법적인 일국적 총공의회(Concilium PIenarium)였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이 조선공의회 이후 단 한번도 입법권을 갖는 교회회의를 개최한 적이 없었다.

하나 한국 교회는 중단되었던 기간이 있기는 하였으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나름대로 주교회의라는 것을 유지해 왔다.

1857년 3월에 제 1회 조선주교회의가 열렸었고 또 조선 공의회라고 일컸는 제2회 조선주교회의가 개최되었던 것이다. (경향잡지 1931년 8월호 참조)그리고 1959년 11월 6일자로 모든 교구장을 회원으로 하는「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가 설립되어 종래의 법규에 의해서 존속해 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제 2차「바티깐」공의회후에「주교의 사목직에 관한 교령」37번과 38번 그리고 교황 바오로 6세의 자의교서「거룩한 교회」41번에 의하여 명료하게 규정된 주교회의로서 법률상의 지위가 주어져서 교회법의 구성요소의 하나가된 한국 주교회의가 탄생하였다. 사실 1967년 12월 4일에 정식 한국 주교회의는 설립됐다고 할 수가 있다.

그 주교회의는 쇄신된 형태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순수한 위계제도적 성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입법권 없는 교회회의인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주교회의는 교구와 교구사이, 또 한편 교구와 교황의 중앙권 사이를 연결짓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었고 또 하고있다.

부분교회 즉 지방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제 2차「바티깐」공의회의 정신에 비추어 또 주교의 단체성에 의한 주교들 상호의 공동책임성과 아울러 사목의 연대성에 비추어 볼 때 이 주교회의의 존재가치야 말로 참으로 지대한 것이라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주교회의라는 제도가 교회법상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는 더 기다릴 필요가 있을것 같다. 한편 주교회의 전국이나 지역의 사목적 상태에 적응한 정신을 갖추는 것이 더욱 소망스럽기만 한것이다. 아무튼 교회는 그 성사적인 신체적 모습으로 말미암아 일정한 법률과 조직을 지니는 법적인 단체이기도 하기에 법적인 구조를 경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하느님의 구원계획과 구원행위에 기초하는 것이라면 무엇보다도 성사적인 구조를 갖는 구원의 공동체로서의 신비적 공동체, 사귐의 공동체여야 할 것이 아닌가한다.

따라서 한국교회 창립 2백주년을 기념하는 그 기념회의의 성격을 한국교회의 구세사적 발전안에서 거시적으로 규정한다면 반드시 교회법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기념회의를 구성 진행하는데 있어서 교회법이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욱 기념회의의 교회법상 문제를 구세사적 사건 혹은 구세사적 운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교회법이 하는님의 백성을 완성하는 데에 바탕과 표준이 되는 조건인 이상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현대성서학과 신학이 가져온 통찰에 의거하여 그 교회법적 문제를 재평가 한다면 우리들의 생각은 꼭 달라질 것이 아닌가 한다. 사실 교회법은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지혜를 나타내는 동시에 각자가 구원의 공동체에 충분히 자유로이 참여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토록하는 법률로 봐야하기에 말이다.

또한 진정 한국 교회는 이땅에 그리스도로부터 파견된 자로서 절대로 전진을 중지할 권리가 없기에 선교 3세기를 향하여 순례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야만 하는 하느님의 백성일진대 당연히 그리스도 중심주의 하느님 중심주의를 지키는한 종래의 입장을 고수할 수 만은 없을 뿐더러 오히려 그러한 입장에서 시급히 떠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 교회는 성체안에서의 사귐으로 말미암아 육성된 성사적 사귐과 신 망 애에 의한 교회적 사귐을 통한 형제적인 순례 공동체다운 일치의 성사로서의 교회여야 하겠다. 그런데 사실 교회의 전구성원은『세례를 받아서 그리스도를 본받아 새 사람이 되었기에 모두가 아무런 차별이 없고 그리스도 예수안에서 한몸을 이루고 있다』는(갈라디아3ㆍ28)바오로의 말씀대로 기본적으로 평등한 것이다.

우리들은 교회의 생명에 있어 본질적인 이 진리를 충분히 인식 자각하여야 하겠다. 이 진리야말로 그리스도를 믿는 자의 모든 선택 모든 태도를 지배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교회를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개념 규정할진대 모든 하느님 백성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에 바탕을 둔 교회조직 안의 회의에 대한 평가를 과소화 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신자의 평등이라는 원리 및 지방교회와 작은 공동체가 우위를 차지하는 원리에서 볼 때 실은 위계제도에 중점을 둔 형태 보다더 하느님 백성의 단체성 즉 모든 신자의 단체성과 하느님의 백성 전체의 책임성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 회의에 중점을 둬야할 것 같다. 그 회의는 주님이신 그리스도의 영에 의하여 그의 몸인 구성원 전원이 참가하고 더욱 일치하여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는 회의여야 할 것이다.

회의에 기초를두는 조직형태와 위계제도에 기초를 둔 조직형태는 결코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극단의 회의주의(ConciIiarismus)를 배척하는 입장을 전제로 하고 말이다.

제1차「바티깐」공의회도 한 의제 초안에서 교회내에서의 회의가 지니는 중요한 역할을『그리스도의 전신비체의 힘이 증가하는 장소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기에 한국교회는 제2차「바티깐」공의회후 각교구마다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하느님 앞에 공동책임을 지고 협동할 수 있게 신도가 참가하는 사목협의회를 조직하여 교구장의 자문기관을 구성했다. 또 각 본당에도 모든 하느님의 백성들이 협동할 수 있는 조직기구를 형성한 것은 일치협력의 행동을 전개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 한다.

더욱 한국 교회는 창립2백주년을 맞이하는 싯점에서 교회를 뚜렷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모이고 또 그리스도를 한 머리로 하여 그 몸에 합체돼 있는 신도들은 그것이 누구이든간에 창조주와 구세주께서 은혜로이 주신 자기의 전역량을 활발히 사용하여 교회의 성장 및 그의 끊임없는 성화를 위해 헌신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그 구성원 전원이 그 공동체의 향상발전을 위해서 진력하여야 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에페소4ㆍ12참조)

따라서 기념회의는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중심 사상인 하느님 백성의 공동책임을 명백히 드러내야하는 동시에 한국 땅에 사는 그리스도의 백성 전체의 신앙 정신 상상력을 효율적으로 총동원해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교회의 회의가 되어야 하겠다.

그러한 새로운 형태의 기념회의야 말로 한국교회의 훌륭한 전통에 뿌리박은 근본적인 정신태도의 표현일 것이다. 또한 이것이야 말로 2백년 동안 고난의 역사와 하느님의 위로를 통해서 성장해 온 한국교회의 자기이해를 올바로 실현하는 현실적인 형태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계속)

양한모·크리스찬사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