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죽음의 압록강 - 초대 주한교황사절 방 주교의 최후] 6. 고난끝에 주님품으로

입력일 2011-05-03 수정일 2011-05-03 발행일 1981-02-08 제 124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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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포로 애도속에 안장장돼
“그리스도위한 고통은 가장 큰 특은”
데안씨와 그 옆에 있던 몇사람은 점차 죽음이 임박해 오고 있는 방 주교를 간호하면서 그날 밤을 지새웠다. 그 광경은 너무나 끔찍했던 나머지 이를 지켜본 한 선교사는 그만 정신이 돌아버리고 말았다.

그 다음날 포로들 중 몇사람은 오두막집 밖으로 나오게 됐는데 부스 신부는 방 주교와 코요스 신부를 가능한한 편안한 곳으로 모시려 애썼다. 이들 두사람은 숨이 막히고 몹씨 헐떡이고 있었는데 그것은 방 주교가 폐렴을 그리고 코요스 신부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날 낮동안 방 주교의 병세는 악화됐다. 그는 자신의 병이 위중함을 깨달았다.

『내가 사제가 된 이후…』그는 자기 주위에 모여있는 선교사들을 둘러보며 말을 꺼냈다.

『난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를 위해 고통 당하는 것을 내생애의 가장 큰 특은으로 생각하오』

이윽고 어두움이 깃들자 기진맥진한 사람들은 잠에 떨어졌다. 이들은 한밤중 무렵 3명의 공산군이 오두막집으로 들어와 플래시를 이리저리 비추는 바람에 잠을 깼다.

『우리는 비아론과 코요스를 병원으로 옮기라는 명령을 받고 왔다』세명중 하나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우리는 지금 그들을 편안히 쉬게 하고있고. 제발 내일 아침까지만 좀 기다려 주시오』부스 신부는 간청했다.

『우리는 급히 가야한다』그 북괴군은 무서운 어조로 고함 질렀다.

『너와 너、둘이서 병자들 데리고 가』그 북괴군은 부스 신부와 당시 한국 꼴룸바노회 원장이던 퀸란 몬시뇰을 지적했다.

두사람은 방 주교와 코요스 신부를 부축했다. 그들은 얼어붙고 눈덮인 벌판을 지나 병원으로 환자들을 데리고 갔다. 세찬바람이 압록강을 가로질러 불어닥쳤으며 날씨는 말할 수 없이 차가왔다.

부스 신부는 조그마한 본당으로 된 오두막집의 병원을 보고 끓어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 병원은 열기가 전혀 없었으며 세찬바람은 벽사이로 불어닥쳤다. 문이 있는 쪽에 짚으로 만든 너들너덜한 거적이 하나 걸려있을 뿐이었다. 말할 필요조차도 없이 소위 그「병원」의 환자들은 아무런 의료혜택도 받지 못했다.

미국「죠지아」출신의 침례교 선교사였던 헬렌 로서양은 수련받은 간호원이었다. 그녀는 타이거에게 환자들을 간호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타이거가 그녀에게 허락한 유일한 일은 걸쭉한 콩수우프를 만드는 일이었다.

부스 신부는 매일 당시「시체공시소」로 일컬어지던 그 병원에 수우프를 날랐다. 그것은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유일한「의약품」과 같은 것이었다. 방 주교는 그 당시 너무나 쇠약했기에 부스 신부가 수우프를 떠먹여야 했다.

방 주교는 나흘동안이나 자신의 담요 하나로 몸을 싼채 춥고 황량한 움막집에 누어 있었다. 나날이 그의 병세는 악화만 돼갔다. 그러던 중 그는 1950년 11월 25일 오전 9시 드디어 하느님의 품에 안겼다.

방 주교의 사망소식이 다른 포로들에게 알려지자 그들의 슬픔은 비길데 없이 컸었다. 방 주교는 자신의 희생과 올바른 판단 그리고 상담등으로 모든 포로들의 존경을 받아왔었다.

『그분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알고 계셨읍니다』퀸란 몬시뇰은 말을 이었다.『우리가 그분을 그 시체공시소에 모셔간 그날밤 그분은 제게 말씀하셨읍니다『내게 대해 신경쓰지 마십시오. 우리의 신앙을 위해 제생명을 바치는 것이 늘 제소원이었읍니다. 바로 우리 주님께서 이 특은을 제게 허락하신 것입니다. 제발 부탁입니다만 몬시뇰님、자신과 다른 이들을 보살펴 주십시오』

북괴군 한명이 나타나 퀸란 몬시뇰에게 사망한 방 주교를 장사지낼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부스 신부와 영국서 온 성공회의 체칠쿠퍼 주교 그리고 호주 꼴룸바노회 출신의 필립 크로스비 신부로 장례위원회가 구성됐다. 퀸란 몬시뇰은 그가 체포될 당시 자기 팔밑에 접어넣어 두었던 비단으로 된 수단을 끄집어냈다. 시체공시소에 도착한 다음 그는 그 수단으로 얼어서 쭈글쭈글해진 방 주교의 시체를 입혔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입니다』인정이 많은 몬시뇰의 말이었다.

장례위원들은 방 주교의 유해를 들판으로 운반해갔다. 그리고 그들은 삽과 곡갱이로 얼어붙은 땅을 파기시작했다.

『빨리!빨리!』경비병들은 재촉했다. 그들은 추위때문에 한사바삐 집안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빨리、빨리!』땅은 너무나 꽁꽁 얼어붙은 나머지 도저히 깊게 팔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발길이를 판후 포로들은 방주교의 유해를 얍은 무덤속에 안치했다. 그리고는 딱딱한 흙덩어리로 무덤을 덮고 그위에 큰 돌을 올려놓았다. 경비병들은 포로들이 이들을 십자가 모양으로 배열한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빨리、빨리!』경비병들은 또 소리쳤다.

『기도합니다』퀸란 몬시뇰은 경비병들을 무시한채 기도를 시작했다.

『천사들은 그를 천국으로 인도하옵소서. 순교자들은 받아 주옵소서. 또한 천사들의 합창단도 그를 맞아주시옵소서. 당신은 한때 가난했던 라자로 함께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그날후로 자그마하던 무덤은 점점 커져갔다. 때로는 하루에 군인 10명이 죽기도 했다.

부스 신부는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이 마치 장터로 실려가는 돼지들처럼 시체들을 벌거벗은 채로 막대기에 묶어 운반하는 광경을 지켜봤다. 땅은 굳게 얼어붙어 한치도 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체는 눈더미처럼 쌓아졌다. 이윽고 봄이 왔을때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시체들을 매장해야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