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죽음의 압록강 - 초대 주한교황사절 방 주교의 최후] 4. 길고도 고된 죽음의 행진 1

입력일 2011-05-03 수정일 2011-05-03 발행일 1981-01-11 제 1237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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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고통잊고 동료들의 아픔 걱정
혹한ㆍ병고ㆍ쇠약 등으로 낙오자 속출
행군중 쓰러진 미군포로들 무차별 사살
다음날 남녀 포로들은 그들이「타이거」라고 붙인 북괴군 소령의 수중에 넘겨졌다. 그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키가 작고 35세가량 돼보였는데 특히 미군이 북괴의 야먕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증오로 가득차 있었다. 그가 명령을 내뱉을때 포로들은 증오로 이글거리는 그의 두눈에서 광기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엄한 군규율을 적용받게 될 것이다』포로들이 한줄로 길게 늘어서자 타이거는 표효하듯 고함쳤다. 『너희들은 지금곧 압록강에서 멀리 떨어진 중강진으로 8일간의 행군을 하게된다. 그곳에가면 절대로 탈출할 수 없다. 한놈도 대열에서 이탈해선 안된다. 만일 위반할시는 응분의 처벌을 각오하라』그는 자기의 말을 강조하기위해 허리에 차고있는 권총을 가볍게 두들겼다.

행진 첫날밤은「만포」에서 멀지않은 들판에서 맞았다. 방 주교는 자기 담요를 크리스찬인 젠센 박사에게 건네주었다. 그는「뉴져지」서온 침례교선교사로 자기것은 이미 오래전에 잊어 버렸었다.

젠센 박사는 방 주교에게 자신이 신발이 없어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방 주교는 미군들에게 다가가 구두 여벌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물어보았다. 한 미군 병사가 구두 한 켤레를 가져왔다.

『가엾는 젠센 박사에게 신발을 구해주고 싶읍니다』방 주교는 말을 이었다. 『그분은 발이 아파 걸음을 잘걷지 못합니다. 우리가 서로 돕지 않는다면 우리중 몇몇은 결코 이 행진을 무사히 마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병사는 방 주교에게 신발을 건네주었다. 방 주교는 이 신발을 급히 가져가 젠센 박사에게 넘겨줬다. 그다음 여러날도 방 주교는 수차례 그 선교사를 도와주었다.

방 주교가 부시 신부에게로 돌아왔을때두 메리놀인은 담요 한장으로 같이 덮어야 했다. 그러나 얼어붙은 땅과 혹한으로 그들은 한잠도 잘수가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밝자 죽음의 행진으로 알려지게된 길고 고된 행군은 또다시 시작됐다. 사실 모든 포로들은 병들고 몹씨 지쳐있었으며 스스로를 지탱하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이들 가운데 83세의 폴 빌레모 신부같은 사람은 자연히 나이 때문에도 몹시 허약했다. 그리고 까르멜 수녀들이나 몇몇 미군병사들은 맨발이었다. 더우기 포로들 가운데는 소경들도 끼어있었다.

둘째날의 행군이 시작된지 얼만안돼 기진맥진한 미군병사 2명이 쓰러져 대열에서 낙오됐다.

이때 타이거가 급히 뒤로 달려가 고함을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너희는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그는 소리쳤다.『그 벌로 장교 5명을 총살하겠다』

『내가 이 사람들을 책임지고있소』

소톤 중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실지로 그는 그들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었으나 타이거의 분노를 자기에게로 돌려 대신 다른 사람을 구하려했던 것이었다.

『그놈의 양손을 뒤로 묶어라』타이거는 북괴병들을 향해 큰소리로 명령했다.

소톤 중위가 결박되자 타이거는 모든 사람이 곧 일어날 일을 지켜볼 수 있는 언덕위로 그를 밀고 갔다. 이윽고 그는 권총을 끄집어내 중위의 머리를 직사했다. 그 미군은 그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것은 내명령을 거역하는 놈의 본보기다』타이거는 대열로 돌아가기위해 언덕을 급히 뛰어내려 오면서 소리쳤다.

죽음의 행진 셋째날은 그야말로 끔찍 스럽기 이를데 없었다. 포로들은 험한 산길을 걸어올라가 고지대를 통과해야 했다. 시베리아의 강풍은 사정없이 그들을 휘몰아쳤으며 눈을 동반한 스코올을 그 흔적을 지워버렸따. 그리고 맨발로 행군을 하고있던 사람들은 곧바로 핏자국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날 행진도중 미군 21명이 쓰러졌으며 그들은 모두 총살됐다. 까르멜 수녀회 베아뜨리체 수녀도 대열에서 낙오됐다. 그러자 북괴군들은 그 수녀를 총살하면서 온갖 야유를 퍼부었다. 그들은 그 수녀의 시체를 산낭떠러지로 밀고갔으며 시체가 산중턱을 굴러 계곡밑으로 떨어질때 큰소리로 웃어대기까지 했다.

죽음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이 행진의 와중에서도 방 주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모든 이를 도왔다. 그는 자신이 무서울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그러나 자신의 고통은 이미 잊어버린것 같았다. 어떠한 천한 일도 그에게는 아랑곳 없었다.「만포」에서 방 주교는 자진해서 민간인 포로들에게 음식을 날라다주는 일을 맡아했다. 그리고 바로 이 죽음의 행진에서는 가장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물질적인 원조를 끊임없이 베풀어 주었다.

『난 계속 기도하고있소』방 주교는 부스 신부에게 나직이 말했다

『난 우리의 아버지께 끊임없이 간청하고 있다오.「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이다」하고 말이오. 이 기도는 내가 항상 즐겨하는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또 나를 지탱케하는 힘이기도 합니다』

어느날 밤 티이거는 포로들을 한 교실로 집합시켰다. 그 방은 2백 명이면 대혼잡을 이룰 지경이었는데도 경비병들은 그안에 모든 민간인 및 약 6백 명의 미군장병들을 쑤셔넣듯 쳐밀어 넣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