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랑의 교차로] 1

입력일 2011-05-02 수정일 2011-05-02 발행일 1980-12-25 제 123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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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지키려다 사경헤매는 권양 부모들 절규
“이대로 죽게할수만은 없어요”
오빠대신 가족돕기위해 야간작업하다 봉변-평소 하느님 일꾼되길 소망
본당 의료진도 돕기 나섰으나 치료비 마련길 암담
『내가 너희를 사랑한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요한 15장 12절)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은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이웃사랑의 실천은 냉혹한 현실속에서도 사랑의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보는 이번호부터 주변에 우리의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는 불우한 이웃, 고통중의 이웃을 지상에 소개, 도움을 주려는 이와 연결하는 「사랑의 교차로」를 신설한다.

『하느님의 일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순결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겼던 금순이를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이대로 죽게 할수는 없읍니다』치한이 위협을 못이겨 4층건물에서 뛰어내리다가 당한 부상으로 한달반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권금순(마르라ㆍ19세)양의 오빠 권영길(요한ㆍ24세)씨는 1천만 원에 달하는 입원비를 납부하지못해 쫓겨나게 된 동생을 살려달라고 절규한다.

권금순양이 이같이 엄청나사고를 당한것은 지난 10월 27일. 권양은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 권태승(쁘트리치오)씨와 관절염을 앓으면서 과일행상을 하는 어머니 오선예(엘리사벳)씨를 도와 다섯식구의 가계를 이끌어나가기위해 10월중순경 을지로3가에 위치한 회사에 입사. 야간작업을 했다. 방위병으로 복무중인 오빠대신 부모를 도와 생활비를 번다는 희망에 부풀어 고된 야간작업도 즐겁게 해내던 권양은 이날도 동료여직원 한명과 함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밤 자정이가까운 시각에 생면부지의 치한4명이 사무실에 침입. 온갖행패로 권양과 동료를 괴롭히고 순결까지 배앗으려했다. 평소 정조관념이 강하고 하느님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자신을 봉헌하겠다는 일념으로 수도성소를 꿈꿔왔던 권금순양은 이같은 극한상황에서도 순결을 지키기위해 4층 높이인 사무실창문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창문밖으로 뛰어내린 권양은 건물옆을 지나가던 고압선에 닿아 강한 전기쇼크를 당했고 건물밖을 튀어나온 시멘트 콘크리트 모퉁이에 머리르 부딪쳐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었다. 심하게 부상당한 권양은 동료여직원의 신고로 인근 을지병원에 급히 입원. 대수술을 받고 목숨만은 건졌으나 아직 혼수상태에 있는것. 권양에게 이같은 만행을 저지른후 도주했던 범인들은 관할경찰서에 검거됐으나 범인들이 가정 역시 생계가 곤란한 형편으로 피해자인 권양의 치료비를 지불할수 없게됐다. 전세방에서 월세방으로 옮기며 겨우 마련한 10만 원으로 보증금밖에 지불하지 못한 권금순양 가족에게 1천만 원에 가까운 엄청난 치료비를 지불할길이 막막한데 설상가상으로 병원측의 강제퇴원을 종용받게됐다. 이같이 가혹한 현실속에서 절망하고있는 권양가족에게 한가닥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하는 고마운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권양의 수술과 치료를 담당한 을지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황성만 박사와 한달반동안 계속 권양을 돌보고있는 중환자실수간호원 김금자씨 등 의료진은 병원측에 여러번 권양의 딱한사정을 호소. 강제퇴원과 치료비책정을 재차 고려해달라고 했다.

또한 권양의 본당인 상봉동본당주임 조인환 신부와 서울 북부 노동청년회도 권양의 딱한 사정을 전해듣고 힘껏 돕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미미하나마 조금식 나아지고있는권금순양을 이대로 퇴원시키면 죽는길 밖에없다』고소견을 밝힌 권양의 담당의 황성만 박사는앞으로도 계속적인 치료와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님을 위해 일생동안 헌신하겠다던 맑고 깨끗한 열아홉살 소녀의 침상을 지키고잇는 묵주가 애처러워 보이는 가운데 따뜻한 이웃사람을 호소하는 권양가족의 안타까운 외침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