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바뇌의 성모] 상

오기선 신부ㆍ교회사가
입력일 2011-05-02 수정일 2011-05-02 발행일 1980-10-19 제 122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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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1월 마리에뜨에게 발현 
모든나라. 병자위해 「옹달샘」보존 당부
독일「켈론」을 거쳐 1980년 9월 2일 벨 지움의 「바네」성지를 찾아들었다. 「바네」는 해발 3백25m의 고지에 세워진 한 촌락(寒村落)으로 암블내브산맥으로 온통 둘러싸인 아주 고요한 마을이다. 「리애즈」에서 25km 떨어져있고 본당에서 1km떨어진 이 마을에 아주 가난한 농부 일가족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베고」였다. 앞뒤로 전나무가 밀림같이 꽉 둘러싸인 동리에 초라한 이층집 한 채를 오늘도 볼 수 있다. 이집이 오늘날「바네」의 초점이다. 이 집 앞에는 조그만 앞마당이 있는데 지금은 포장이 잘되어 있다.

이 베고 가정에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7명의 자녀들이 있었지만 나중에 네 명이듯 이집에 태어났다. 그러니까 전부 13명이 사는 집 이었다. 그중 맏이 마리에뜨라는 12세의 어린소녀가 동생들을 돌보고 있었다. 1921년 3월 25일 마리에뜨가 태어나던날은 때마침 성주간 금요일이라 온 마을이 십자가를 성대하게 공경하는 날이었는데도 마리에뜨의 집에는 조그만 십자가 하나도 없었다. 가장인 마리에 뜨이. 아버지는 종교에 거의 무관심한 냉담자로 어린이들의 종교교육에 무관심했다.

1933년 1월 15일이 밝아왔다. 눈과 얼음이 이 조그마한 집을 뒤덮었고 거기다가 살을 엘 듯하다 삭풍이 온 마을을 엄습해온 그날 저녁7시, 마리에뜨는 아침에 나가서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동생 줄리앙을 기다리느라고 마당 쪽에 난 부엌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당너머로는 큰 길이 있었고 그 큰길 너머에는 빽곡히 들어선 전나무들로 덮여있었다.

별안간 창문에서 10m쯤 떨어진 안마당에 한 부인이 나타났다. 아주 거룩하고 아름다운 부인이 광채를 발하며 그냥 선채로 움직이지도 않고 머리를 왼편으로 약간 갸우뚱하게 숙이고 계시지 않은가.

마리에뜨는 『엄마! 저기 좀 봐! 우리 마당에 저렇게 아름다우신 부인이 계시다니!』하면서 즉시 어느 날 길에서 주운 묵주를 꺼내 기도를 시작했다.

이어 부인이 마리에뜨에게 『앞으로 다가오라』는 시늉을 하고 마리에뜨가 창밖으로 뛰어나가려하자 마리에뜨의 어머니가 감기든다고 못나가게 창문을 꼭 닫아버렸다. 그러는 동안 그 부인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럭저럭 3일이 지나고 1월 18일 저녁 7시가 되었다. 평소 겁이 많은 마리에뜨였으나 이날은 용기를 내어 어두운 밖으로 나갔다 마당과 집을 연결하는 앞뜰-지난번에 아름다운 부인이서있던 곳에 무릎을 꿇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만가만 기도를 시작했다.

갑자기 마리에뜨는 감격하여 두 팔을 버렸다. 동정성모 마리아께서 두 번째로 발현하신 것이었다. 전나무위로 사뿐사뿐 걸어오시는 성모마리아! 엷은 안개를 둘러싸인 그분을 보면서 미리에 뜨는 묵주 알을 가만히 넘겼다. 마리에 드는 그윽이 미소를 지으시는 성모님을 보자 입술에 경련이 일어나며 바르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도가 한 20분가량 계속될 즈음 성모님은 앞서 가시면서 마리에뜨가 뒤를 따르자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어. 마리에뜨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아베! 아베!』라는 기도를 계속하다가 다시 일어나 앞으로 다가갔다. 성모님과 조금 떨어져가다가 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성모님이 부르시는 대로 자꾸 따라갔다. 그런데 성모님이 갑자기 바른쪽에 있는 조그마한 응달 샘을 바라다보신다. 마리에뜨는 이응달샘 근처에 또 무릎을 꿇었다. 이때 성모님이 『네 손을 그 샘물속에 담가라』고 하셨고 마리에뜨는 즉시 두 손을 담갔다. 성모님은 다시 말씀하였다. 『이 옹달샘은 나를 위해 보존하여라.』하신 후 『그럼 잘있거라 또다시 볼 때까지』하고는 마리에뜨를 바라보면서 점점 하늘높이 올라가셨다.

1월 19일 저녁 7시경이었다. 마리에뜨는 헌모자를 눌러쓰고 아버지와 함께 뜰로 나왔다. 조금 가다가 무릎을 꿇고 눈이 하얗게 덮인 마당에서 기도를 시작했다. 조금 있다가 두 팔을 벌리고 소리를 쳤다. 『아! 저기를 좀바요』라고. 그리고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다.

이때 마리에뜨 앞에 나타난 부인은 『나는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마리에뜨를 응달 샘으로 인도했는데 마리에뜨는 그곳이 어제와 같은 곳임을 알고 두 번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다. 그리고 응달 샘에 당도해서는 하늘을 향해 성모님이 계신곳을 바라봤다. 마리에뜨는 『부인이시여, 어제 당신은 「이 옹달샘은 나를 위해 보존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왜 성모님을 위한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성모님은 두 손을 가슴위에 포개고 빙그레 미소를 띠우시며 『모든 나라와 모든 병자들을 위해 보존한다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마리에뜨는 똑똑히 그 말씀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하고 말하자 성모님은 부드럽게 『나는 너를 위하여 기도하마! 잘있거라』하고 말씀하시고는 지난번과 같이 사라지셨다

<계속>

오기선 신부ㆍ교회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