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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용어 해설] 2.「선교」와「창립」

변기영 신부ㆍ2백주 사무국장
입력일 2011-05-02 수정일 2011-05-02 발행일 1980-08-31 제 121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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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출발은「창립」 
선교는「타국인에 의해 전파된다」는 뜻
「선교 2백주」표현은 잘못된 것
스스로 시작한 한국교회 -「창립」이 타당
한국천주교회가 시작된 지 2백년을 앞두고 요즈음「한국천주교회 선교2백주년」이라는 말들을 흔히 쓰고 있다. 우선「선교(宣敎)」라는 날말이넓은자의적 의미(恣意的)로는「교를 편다.」「종교를 선전한다.」는 것이므로 모든 종교의 시작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날 말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선교」라는날 말이 지니는 좁은 통속적 의미 (通俗的意味)는「다른 나라 사람이 종교를 전하는 것」이다. 즉일반적으로「선교사」라고 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인을 전제하고 알아듣게 된다。지금 전국 여기저기에 있는 한국인 본당신부들을「선교사」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비록「선교」라는 말의 「넓은 의미에 해당되는 선교」를 하고 있어도 그렇게 말하신 않는다.

그런데 한국천주교회는 최초의 선교사인 중국인 주문모 신부가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았을때 이미 4천여 명의 영세신자가 있었던 만큼 선교사들에 의해 선교된 교회가 결코 아님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선교 2백2주년」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 이라고아니할 수 없다. 개신교에서「한국 선교1백주년」운운하는 것은 맞는 표현이지만 한국천주교회는「선교」로 시작되었다고 말해서는 안 되겠다.

그러면 한국천주교회의 출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것인가? 필자의 견해로는「創立」이라고 불러야 하리라고 본다.

그 이유는 흔히 우리가 가톨릭교 회안에서 모든 수도회의 시작을「創立」으로 말하고 있고 또한 시작한 성인을「創立聖人」이 라고하며 그 역사를「創立史」라고 말하고 있기때문이다. 또 본당 혹은 교구에 대해서도「創設」이나「創立」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수도회 창립자가 완전히 독창적인 창립활동을 한 적은 거의 없다. 그 정인들은 이전에 있던 수도정신이나 천주 교리를 새 시대에 맞게 적응시켜 시작한 것이다.

어떤 본당「창설」되거나「창립」되었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히 無에서의「창설」이나「창립」은 결코 아니다. 이미 많은 신자가 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천주교회의 시작은 한국인들 스스로가 진리를 탐구하고 믿고 실천하였으며 사람을 보내어 영세하고 오게했고 스스로 전파 지도하여 세운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엄연히「창립」이 아닌가? 특히 이벽 聖祖께서 이승훈을「北京」천주교회에 다녀오도록 시키기 전에 이미 갖가지 시도를 하였음은 샤를르 달레 신부의 책에서도 언급이 돼있다. 한마디로 한국천주교회의 출발은 요샛말로 선교사들 편에서 주도권을 쥔 것이 아니고 한국인들 쪽에서 자발적ㆍ열성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한국천주교회 출발의 특징이 한국인들 스스로에 의한 것임을 누구나가 인정하며 경탄하고있고 심지어 교황청에서 재가한 복자축일미사 본기도문에서도「한국 땅에 복음을 기묘히 들어오게하신 천주여…」라고 하고 있는데 이는 교회역사상 복음전파의 통상관례와도 같은 선교사들에의 하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다.

만일 선교사들의 선교에 의해서라면 구태여「기묘하다」고 할 것도 없으리라고 본다. 우리겨레의 이 거룩히 빛내야할 자랑스러운 업적을 덮어버리는「선교」라는 용어를 한국천주교회의 시작에 대하여는 쓰지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한국선교2백2주년」이라고 할 때 이것은「한국에 선교한지 2백년」이라는 의미이지「한국이 다른 나라에 선교한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예컨대「한국천주교회선교 2백주년기념준비위원회」라고 한다면 이는 「필리핀선교 4백주년준비…」혹은「일본선교3백주년준비…」하는 식의 표현으로서 교황청인류복음화성성산하에서 임시로 구성하는 기구나 빠리외방전교회에서 임시구성하는 기구명칭으로는 합당하겠지만 한국천주교회의 2백주년을 기념하는 기구명칭으로는 적합하다고할 수 없다. 그리고 일부에서「한국천주교회장창립2백주년」이나혹은「한국천주교회창설2백주년」이라고 보다 명료하게 써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으나 이는 우리말에서 나라나 단체 ㆍ도시ㆍ기관등의 역사적 기념표현에서는 별도로 명시되는 문귀가 없는한 으레 그 시작이나 출발부터의 햇수로 알아듣게 되어있다. 예컨대「백동반세기」「경추천녀사」「한양5백년」「명동80년」등이 그 예이다.

<계속>

변기영 신부ㆍ2백주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