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회용어 해설] 1.「천주」

변기영 신부ㆍ2백주년사무국장
입력일 2011-05-02 수정일 2011-05-02 발행일 1980-08-17 제 121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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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들의 피로 지켜온 단어
「천국의 임금」「한울님」보다 큰 뜻 내포
2백년 한국교회 역사 지켜봐…후대에 전승해야
오늘날 우리 한국천주교회에서 사용하고있는 전문적인 날말중에는 교회초기부터 쓰여져 온 것도 있고 불과 십여 년전부터 새로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없지 않다. 그런데 사람이나 나라가 문화처럼 날말들도 그 나름의 일생이 있다고 볼 수 있을만큼 한가지 날말이 생겨나서 잊혀지거나 혹은 아주 없어지게 되기까지는 여러가지 우리여곡절을 겪게되는 것이 보통이다. 종교용어에 있어서 어떤 낱말이 생겨난 동기나 계기 혹은 쓰여져온 과정이 지니는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되도록이면 오래오래 간직하며 써야만 하는 날말들도 없지 않다. 특히 자의적(字意的)인 의미에서뿐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에서도 반드시 새로 다듬거나 만들어 쓸 날말이 있는가 하면 좀 불편한듯 하다고해서 버리려는 날말중에도 사실 깊이 생각해보면 도저히 버리기 아까운 날말들도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교회용어들 중에서 몇가지 주요한것들만 간추려서 독자들과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요즘 우리 가톨릭에서도 「하느님」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있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천주」라는 날말의 거룩한 과정을 더듬 어 볼때 가급적이면 우리가 이 단어를 쓰도록 해야하고 또 후손들에게도 전승시켜야 하리라고 본다. 이것은 좀 곁들여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천주교회 발상지 천진암성역화추진위원회에서는 20여 가지 한국교회 기원사에 관계된 새로운 성가의 작사작곡을 모집하고 있는데 그것은 우리의 거룩하고 빛나는 역사를 노래로 담아서 각 본당 어린이학교때부터 가르쳐 역사를 전승시키기 위한 것이니 마치 구약시대의 시편이 구전으로 전승되듯이 중국에서 시전이 수세기에 걸쳐 구전으로 전승되듯이 마음과 정신으로 시대에서 시대에로 입에서 입으로 거룩하고 생활한 역사가 전승되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하느님」이라는 말과 「천주님」이라는 말에 관하여 간결하게 살펴보자. 본래「하느님」이란 말은 「해님」「달님」「한을님」「하느님」「하날님」하는 자연현상에 대한 원시종교의 표현 즉 자연적인 표현에서 초자연적인 표현으로 바꿔 써나가고 있는 것으로서 한국선교 1백년의 역사를 가진 프로테스탄에서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나 프로테스탄트에서 만든 말은 아니고 1천년5천 년전에도 우리 배달겨레들이 써오던 말이다. 다만 그 개념이 오늘날의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유일신이며 절대지존자이신 분과 비슷하다 하여 써왔을 따름이다.

그런데 「천주(天主)」라는 날말은 처음 중국어로 번역된 그리스도교의 유일신 즉 절대지존자를 표현한 말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2백여 년전부터 써왔는데 뜻인즉 잘알다시피 「천국에 계신 임금님」즉「천국의 임금」이라는 의미로서 자연적인 현상표현에서 온「한울님」보다는 훨씬더 초자연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이「천주」라는 날말에 대하여 애정을 느끼고 미련을 못버리는 것은 그러한 자의적인 의미때문이 아니라 2백여년간 이날말이 겪어온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즉 얼마나 많은 우리선조들이 줄잡아도 수만명으로 헤아릴 수 있는 우리순교자들이 「천주」라는 이날말을 애절하게 외우면서 이 소리 때문에 이 날말의 뜻을 위하여 박해를 당하며 피를 흘렸는가? 오뉴월에 배등걸 잠방이만 입고 박해를 피하여 들어간 심산궁곡에서 한겨울 염동설한에 덜덜떨면서 추위와 굶주림으로 지치면서도 애절하게 부르짖던 소리 「천주님」이 아닌가?

동네에서나 친적들에게 따돌림과 괄시와 모욕을 받으면서 불리워지던 소리「천주」감옥에서 모진매를 맞으면서 메마른 참나무 몽동이로 40ㆍ60대의 매를 맞으면 장단지와 넙적다리 살덩이가 모두 터지고 흩어져 나가고 휜뼈가 피에 묻혀 붉게 드러나도록 초죽음이 되면서 울부짖고 바치던 소리 「천주님」이 아닌가? 형장에 끌려나가면서 신앙으로 믿고 애걸하며 기도하던 소리「천주님」사형장에서 칼에 목이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혹은 매를 맞아죽는 그 순간까지 혹은 노끈으로 목이 졸려 숨은 거두던 마지막 숨결까지 소리없이 외치던소리 「천주님」얼마나 많은 우리조상들이 피를 뿌리며 지켜온 날말인가? 한국천주교회 초기 2백년사를 한데묶어 후손들에게 영원히 물려주며 전승하여 주어야할 소리가 바로 「천주님」이 아닌가?

우리 한국천죽교회에서 「천주」라는 날말을 버릴 때 순교한국의 거룩하고 용감한 강인한 피의 역사는 우리 후손들 사이에 결코 충분히 전승될것 같지가 않다. 가급적이면 우리 선조순교자들의 피로써 지켜온 날말 「천주」라는 단어를 버리지 말고 사용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구태여「하느님」이라는 단어를 즐겨 써야만 하겠다면 교회 이름도 차차「하느님교」「하느님의 교회」라고 고쳐야 한다고 하지않을까?

그런데 이미 프로테스탄트의 교과나 예배당 명칭중에는「하느님의 교회」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일부러 프로테스탄트의 한가지 신흥교과로 자처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하느님교」니「하느님의 교회」니하는 표현보다는 순교역사와 전통과 무게를 가진 「천주교」「천주교회」「천주님」「천주교성당」이 훨씬 더 우리의 가슴속에 깊이깊이 영원히서려있는 말마디가 아닌가? (계속)

변기영 신부ㆍ2백주년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