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독자논단] 황혼이혼의 유감(遺憾)/예원호

예원호(스테파노·마산교구 명서동본당)
입력일 2011-04-26 수정일 2011-04-26 발행일 2000-08-20 제 2214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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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어둑어둑할 때를 일컬어 황혼이라 하는데 나라 안팎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황혼이혼의 심각성을 보도하고 있다.

부부관계란 원래 모든 조건이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남남이 서로 만나 백년해로(百年偕老)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부부는 괴로운 때는 희망 되어주고, 견디기에 벅찰 때는 나눠지고, 허물이 보일 때는 덮어주고, 용기를 잃었을 땐 두 손 잡아주고, 부족한 것은 채워주는 부부로서 지금까지 살았을 것입니다. 때로는 티격태격 하면서 서로의 의견 충돌도 있었겠지만 잘 참으면서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직도 못다하신 일들이 남아있는데 이제 할 일 다 하셨다고 내외분 당신들께서는 남의 나라 흉내를 내시겠다고 고집을 하시는지요.

아무리 지난날들이 우여곡절이 많으셨다 하더라도 기어이 부부의 정을 저버리고 반쪽이 된다구요. 정말 우리 동방예의지국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드어 놓을 작정이십니까?

젊은이들의 본보기가 되셔야할 노부부 당신들게서 「황혼이혼」이란 신종 용어를 기거이 저희들에게 넘겨주시렵니까? 그 용어를 저희들은 받을 자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제발 후손들에게 백년해로하신 노부부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또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셔야 할 것입니다.

남남으로 갈라지신다면 지금까지 정성으로 받들어 모시던 자식들이 불효를 어찌 감당하시겠습니까?

아무리 내외분 당신들의 일이라 하시지만 자식들의 불효됨은 어디에다 견줄 일입니까?

또하나 당신들이 반드시 하겠다는 「황혼이혼」이란 신종 용어는 우리에게는 어울리지도 않지만 가당치도 않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분에 넘치는 서양의 억만장자나 할 유희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제발 제자리를 지키시어 집안의 어른으로서 본분을 다 하시며 희수(喜壽), 미수(米壽), 백수(白壽)의 여정이 두분 함께 연년익수(延年益壽) 하심을 기원합니다.

예원호(스테파노·마산교구 명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