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랑의 집 고쳐주기] 45. 스물 두 번째 가정 - 서울 김영옥씨(하)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1-04-20 수정일 2011-04-20 발행일 2011-04-24 제 2743호 2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부활의 기쁨이 온 집안 감싸는 따뜻한 집
곰팡이 가득한 단칸방에 봄볕 들어
벽지·붙박이장·주방 등 집안 대변신
안전 위해 문턱 낮추고 안전바 설치
사랑의 집 고쳐주기 스물 두번째 수혜자 김영옥 씨(오른쪽 세번째)와 엠에이디종합건설 이종익 대표이사(왼쪽에서 세번째), 새집을 맞게 된 김 씨를 축하해주러 모인 서울 신림성모본당 신자들이 새롭게 확 바뀐 집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제가 드릴 말씀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김영옥(마리아·서울 신림성모본당) 씨의 주름지고 투박한 손이 자꾸만 눈물을 훔친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다. 3주 만에 확 바뀐 집은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새집을 맞게 된 김 씨를 축하해주러 모인 본당 식구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 씨의 고생을 곁에서 봐왔기에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최근 김 씨의 대장에 용종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더 마음이 쓰였다.

“아유, 정말 꼼꼼하게 잘 해주셨네. 예전 집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예요. 이제 좋은 집에서 건강도 챙기시고, 편안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던 본당 식구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눈비가 들이쳐 물이 차고, 집안 가득 곰팡이가 뒤덮었던 지하 단칸방에 봄볕이 들었다.

노랑, 주황 등 화사한 색 무늬의 벽지를 바르고, 바닥도 말끔하게 정돈했다. 창문에 차광막도 달았다.

곰팡이로 문을 열기조차 괴로웠던 붙박이장도 새로 달았다. 오밀조밀 수납장도 생겼다. 벽에 붙은 기둥 공간을 활용한 장롱도 센스 만점 인테리어다.

거동이 불편한 김 씨를 괴롭히던 주방 문턱을 낮추고,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세탁기, 세면대 등도 새로 들여놨다.

보일러는 물론 물이 새던 배수시설도 이젠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현관 앞에 설치된 안전 바가 눈에 띈다.

3주만에 확 달라진 집을 본 김 씨는 “하느님께서 제게 이런 복을 주시다니, 이것이 정말 내 복인가 싶어요. 먼저 간 우리 아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하며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아들을 떠올렸다.
“하느님께서 제게 이런 복을 주시다니, 이것이 정말 내 복인가 싶어요. 먼저 간 우리 아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손으로 방바닥을 쓰다듬던 김 씨의 목소리가 또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김 씨는 올해 1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둘째아들을 잃었다. 아픈 아내를 돌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머니를 챙기던 살가운 아들이었다.

“‘나중에 돈 벌어서 집 장만해 어머니 잘 모실게’라고 이야기 해주던 아들이에요. 성품이 고와서 항상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던 아들을 이렇게 먼저 보내게 될 줄 몰랐어요. 제 몫을 대신 가지고 떠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김 씨는 아들 같은 이종익 사장(엠에이디종합건설 대표)의 손을 꼭 잡았다. 김 씨의 눈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그 마음이 온전히 이 사장에게 전달됐다.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이 감사한 마음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김 씨와 본당 식구들이 재차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이 사장이 쑥스러운 듯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저는 그저 하느님께 잘 보이려고 하는 일입니다. 제 잘못을 용서 받고 싶은 마음에서요.”

따뜻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가운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건물 외부에 위치한 공용화장실은 손을 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김 씨가 계단을 오르고 보행기에 의지해 화장실까지 가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일. 김 씨는 지금까지 방 안에 요강을 두고 생활해 왔다. 앞으로 김 씨를 위한 또 다른 관심이 필요하다.

손님들과 함께 새 단장한 창문을 열었다. 차광막 사이로 노란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새 보금자리를 얻은 김 씨를 축하해주는 듯했다. 부활의 기쁨이 김 씨의 집에도 찾아왔다.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