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색의 뒤안길 - 세계적 작가와의 산책] (끝) 고독의 참모습 그린 A. J. 크로닌 박사.

조순애ㆍ시인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1979-12-02 제 118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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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작품서 인도주의 표현
체험 담은 픽션으로 생동하는 삶 보여줘
참 고독 속에서 참다운 신앙과 생활 제시
영국이 낳은 세계적 가톨릭작가인 크로닌(A. J. CRONIN)은 그의 작품「고독과 순결의 노래」에서 소년시절의 고독이 어떤 것인가를, 그리고는 조용한 음미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원제가「THE GREEN YEARS」로 된 이 자전적 소설을 읽으면 어느새 향수 같은 그리움에 젖게 해준다. 그리고는 까마득하게 잊은 줄 알았던 우리의 소년시절이 저 밑바닥 망각의 무덤에서 소생하는 흥분 때문에 가슴 저리는 황홀감에 떨게 한 다

아아, 그때 다정한 눈길로 내 마음속까지 훤하게 꿰뚫어 알고 미소하는 엄마에게 굳이 입을 다물던 내 어린 날. 아니, 같은 방을 쓰고 바로옆자리에서 잠든 바로위의언니까지도 도저히 나를 이해할 것 같지 않아 밤새 뒤척이던 고독을 어찌 잊으랴.

고독 할 수밖에 없는 우린 어쩌란 말이랴. 화단에 피는 꽃이거나 반짝이는 아침이슬까지도 미치게 고독하기만 했던 우리 모두의 소년시절의 꿈을 크로닌은 우리에게 선물한다.

의사이며 작가인 크로닌의 고독 속에 피어나는 불우한 소년시절、고아가 되어 외가에서 이 외로운 소년은 내면의 성숙과정을 조용히 치러나간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듯이 어린 소년 로비는 소중한 우정을 아꼈다.

『그 모습 내 눈을 바라보는 그의 회색 눈을 느끼고 나는 가슴속까지 뜨거워지는듯했다. 헤어져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왔던가. 나는 무작정 그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금물이다. 평정하고 강인하게 필요 불가결 한 것 이외는 절대 지껄여서는 안 된다』

가빈이 그의 아버지와 함께 방학여행에서 돌아와서 서로가 만난 장면이다. 둘은 한때 사이가 벌어지나、가빈의 죽음이 그 둘을 갈라놓기까지 화해의 우정에 촉촉이 젖는다. 수채화를 감상 할 때처럼 상쾌하다.

그러나 만 여덟 살도 안 된 소년 로비(로버트 샤넌)는 낯선 곳의 냉대에 움츠리고 병적으로 내세우는 검약으로 가엾은 병아리 꼴이 되기도 한다

스케이트를 만들어주고 같이 소풍도 하던 증조할아버지는 로비가 따라 준 술을 마시며 임종을 맞았다.

로비는 다시 슬픔을 고독 속에 가두어야했다.

변호사 메칼라 씨가 읽은 증조할아버지 유언에서『일 페니라도、아니 일페니의 우수리까지도 전부 여기에 있는 로버트샤넌 에게 유증 한다』는 죽음 같은 침묵을 방안에 가져온다.

크로닌은 이외에「인생의 도상에서」라는 작품도 그의 자서전적 소설류라고 볼 수 있다

의사로서 훌륭하게 성공한 크로닌이 장년이 되어 소설가로서 다시 인간애와 인도주의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의 집필의 성실성 내지는 집념은 오늘날 作家像의 진면목이라 할 만하다.

「인생의 도상에서」가 다른 장편과 특이한 점은 소제목 하나하나가 한편의 단편으로 훌륭한 완성품이라는 점이다

그의 작품들을 읽노라면 픽션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은 하나하나、그의 체험의 연장이어서 전혀 생경스럽지 않은 생동하는 삶을 보여주는 신비감마저 갖게 한다.

이런 감동은 1937년에 간행된「성체」도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크로닌의 처녀 작품인「모자 장수의성」출판이후 그의 명성을 일약 세계적인 것으로 떨치게 했다. 그리고 그의 작가적 기반을 확고하게 해준 것이기도 했다

의과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무렵부터 초년의사로서의 고충과 喜悲 엇갈린 일들을 그린「인생의 도상에서」와 같이「성체」의 주인 공맨슨은 스코틀랜드人이며 청년의사이다

영국의 탄광지대인 남 웨일즈의 어느 개업의의 대진으로 인생의 첫발을 내딛는다.

무지와 몽매, 탐욕과 무기력, 더구나 허영과 음탕 등 인간의 추악성 앞에서 몇 번씩 절망하는 고독. 진리에 대한 구도적 정신으로 헤쳐 나가며 인간으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

우리들은 순결이라는 고독에 아프게 부딛치며 희생과 사랑을 키운다.

주인공 치셤 신부의 회고담으로 엮어진「천국의 열쇠」는 크로닌의대표작중의 하나. 이작품은 여러 가지 인간관계를 비롯해서 인간이 요구하는 참다운 신앙이 무엇인가를 치셤 신부의 참 고독 속에서 제시한다.

십자가에서 피를 흘려야했던 하느님의 고독을 생각하며 온 밤을 밝힌 또 하나의 고독.

사랑하는 아드님대신 못 박힐 수 없는 고독에 가슴 저민 성모마리아의 고독.

스코틀랜드의 한 마을에서 태어난 크로닌. 장학금으로 의학에 몰두했고, 온갖 역경을 가슴으로 받아 인생의 뒤안길을 스스로맛본 비싼 체험을 그는 그 귀중한 소년시절의 고독을 그린다.

그의 작품은 세계20여개국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그것은 그의 작품이 지닌 感動과 흥미의원천인 불굴의고발정신이 내면에 흐르는 참 고독의 멋이 있기 때문이다.

◇A. J. 크로닌

▲약력=1896년 스코틀랜드에서출생, 1923년 의학 박사학위수여. 장년기인 31년「모자장수의성」이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천국의 열쇠」로 호평을 받은 후 신앙을 바탕으로 한 작품 활동 계속.

▲저서=천국의 열쇠(이승우 역ㆍ성 바오로 출판사)인생의 도상에서(이종환역ㆍ성 바오로 출판사)고독과 순결의 노래(이종환역ㆍ성 바오로 출판사) 성채(구혜영역ㆍ성 바오로 출판사)

조순애ㆍ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