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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임종에 대한 질문과 대답] 7. 돌연한 죽음과 남은 사람들

저자=퀴블러로쓰, 역자=이인복ㆍ문학박사ㆍ문화평론가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1979-11-11 제 1179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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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은 애통하는 가족의 참 봉사자 돼야
괴로운 현실 직시토록 도와야
죽은이를 애달파하는 행위, 오히려 정상적
사랑하는 사람이 급작스럽게 예기치않은 임종을 당하는 것이 가장 가슴아픈 비극입니다. 죽음을 거부하는 사회에사는 우리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때에 대처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잊지않습니다.

보상할수 없는 괴로운 경험과 끝없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우리는 가능한한 온갖 힘을 다하여 사별당한 가족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여러해동안이나 상심과 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종당엔 정신과의사들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지경에까지 이릅니다. 의료진들은 예기치않을 돌연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애통하는 가족들을 힘껏 위로해주어야 합니다.

(문)=불의의 사고를 내어 급작스럽게 사람이 죽었을 경우에 어떻게 그 가족을 도울 수 있읍니까?

(답)=상을 당한 직후라면 우리는 가족을 위해 언제라도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갖는것 이외에 별로 할일이 없읍니다. 사람이 죽은후에 당연히 해야할 여러가지 의례적인 장례절차를 치루도록 옆에서 일을 주선해줄 뿐입니다. 가족들의 대부분은 이런때 충격과 거부의 단계에 있읍니다. 이러한 가족들에게는 정서에 휘말리지않고 가족들 곁에 머물면서 일을 처리해줄 수 있는 봉사자가 꼭 필요합니다.

(문)=임종환자에게 가장 가까왔던 사람이 그 임종환자보다 먼저 죽었을때 당신은 그 임종환자를 어떻게 대하시겠읍니까?

(답)=환자가 임종을 준바하는 과정에 있는동안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은 우리가 직접 다루어야할 가장 곤란한 일의 하나입니다. 병원에서 우리는 8백여 명의 사망예정환자를 보살피었는데 그중 한사례는 가장 초월적인 것이었고 평생을 통하여 내가겪어야했던것 중의 가장 괴로운 경험이 되었읍니다.

그것은 내가 돌보는 암환자들을 위해 일하시던 저명한 외과의사의 죽음이었읍니다. 그분은 아침의 순회진찰을 돌기직전에 돌연히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던 것입니다. 며칠후에야 그 의사의 죽음을 전해듣자 그 분을 철썩같이 믿고있던 환자들은 끔찍한 충격과 극심한 분노의단계에 빠지었읍니다. 여러환자들이 더 이상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서 치료받기를 거부하였읍니다 소중하던 사람을 잃은데 대한 커다란 비애때문이었읍니다 환자들은 모두 자기를 가장 알뜰하게 보살펴주던 사람들이 죽었을때에 그것을 이겨내기 위하여 많은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위로받기 이전에 무엇이 자기의 주변에 발생하였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단지 그들이 죽어가고 있다는것만으로 주변에 일어난 사건들을 은폐하여서는 안됩니다. 누군가가 시간을 내서 그분들에게 소식도 전해주고 또 괴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며 위로를 병행시켜야합니다.

(문)=환자가 눈을 감으면 친척들이 병실로 들어오도록 허용됩니다. 어떤 사람은 바로 죽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고 죽은 분의 몸을 만지고 입을 맞추기까지 합니다. 이런 일이 지나치게 병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답)=아닙니다. 병적인 일이 아닙니다. 나는 오히려 무척 근엄하고 마음이 착 가라앉아서 세상사를 초월하듯이 행동하는 사람들을 더 걱정합니다. 한마디말로 하지않고 눈물만 흘리는사람들. 바로 시체를쳐 다보기조차 두려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조용히 방을 떠나는 사람이야말로 결국 더 악화되고 지연된 반응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나는 사회봉사자입니다. 방금 끔찍한 경험을 했읍니다. 한 집안이 고스란히 사고를 당했읍니다. 어머니는 현장에서 살해되고 아버지는 혼수상태에 빠졌읍니다. 한 아이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죽었읍니다. 학교에 다니는 두아이가 그래도 어느정도 회복될 가능성을 보이며 병실에 입원해 있읍니다. 그런데 이 두 아이가 자기 부모님에 대하여 묻습니다.

그러나 나는 먼곳에 계신 조부모님으로부터 그들이 도착할때까지 아무말도 하지말라는 명을 받았기때문에 아무말도 못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나는 그 아이들이 이미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는것을느낄수 있읍니다. 어떻게 해야 좋습니까?

(답)=아이들과 가까이 마주 앉아서 방금 아버지를 뵙고오는 길이라고 말하십시오. 지금 당장 아버지가 너희들을 보러올수는 없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시는 도중에 계시다고 말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에게 묻고 싶은것이 있으면 아무때나 당신을 부르라고 말하면서 당신집의 전화번호를 적어 주십시요. 만약 어머님에 대하여 질문하면 사실을 그대로 말해주어야 합니다.

(문)=급사한 사람의 가족을 어떻게 정신적으로 지원하십니까?

(답)=응급실로 끌려와서 곧 죽을 환자는 흔히 그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애쓰는 전문의료진들로 둘러싸여 있기 마련입니다. 가족들은 완전히 외따로 떨어져있고 아무도 이가족들에게 말을 건낼시간도 주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환자가 죽을때까지 그 곁을 가보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죽고난후 가족들은 충격에싸여 그 죽음을 거부하고、때로는 사랑하던 사람이 아직 살아서 자기를 알아볼수있었을 시간에 그를 만나지 못하도록 금한데 대하여 노골적으로 의료진에게 항의하는 분노의 단계에 빠집니다. 이러한 가족을 도울수 있는 길은 무엇이건 하고싶은대로 그들의 감정을 다털어놓게 허용하는 일입니다. 이런분들에게 신경안정제를 주어서는 안됩니다.

또 이런분들에게 빨리 서류에 싸인하고 병원에서 떠나줄것을 종용하여도 안됩니다. 응급처치실옆에는 반드시 상담자 병원담당 성직자혹은 훈련받은 자원봉사자가 남아있어서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갈 마음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도와주어야 합니다. 한달뒤쯤 이가족들을 찾아가서 그사건에대하여 다시 이야기하고 싶으시면 아무때나 병원에 오시라고 초청하면 가족들은 참으로 고맙게 여기고 그 돌연한 죽음이 어떠했던가를 차분히 확인합니다. 그런다음에야 그들은 그 죽음을 실제적 사건으로 인식하게되고 앞에서 이미 말한 임종의 여러단계를 한하나 거쳐나가게 됩니다 (계속)

저자=퀴블러로쓰, 역자=이인복ㆍ문학박사ㆍ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