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색의 뒤안길 - 세계적 작가와의 산책] 4. 인간 양면성의 모순 파헤친『죠르쥬 베르나노스』

김의정 ㆍ소설가ㆍ중대교수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1979-11-04 제 117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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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악마가 대결하는 투쟁의 전장에 선 인간을 묘사
이기주의ㆍ순응주의의 안주를 거부
은총은 모험의 인생현실과 싸울때만 내려져
죠르쥬 베르나노스(1888~1948)는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톨릭작가의 한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선악의 標準判別法을 기반으로하는 기성적 도덕율에 따라 악인을 벌하고 선도하는 그러한 의젓한 義人이나 聖人을 기대해선 안된다.

우리가 대하게 되는 惡의 허무에 사로잡혀 영혼의 평형을 잃은채 방황하는 인간이나 빛과 그림자가 뒤엉킨 카오스의 세계속 聖性과 악마가 공존하는 미궁의 세계속에 뛰어들어 내적갈등과 모험을 몸소 체험하며 고뇌하고 찟기우는 불행한 實存의 차원의 인간들뿐이다. 요컨대 그의 인물들은 聖性과 악마가 치열하게 투쟁하는 戰場에 뛰어든 격정적이고 전투적인 인간이며 그 투쟁만이 그들의 존재를 正當化한다. <악마의 태양아래서>(1926)의 무세뜨같은 완고한罪人이나<기만>(1927)과<기쁨>(1929)의 세나브르신부 같은 회의주의자는 물론、<어떤 시골신부의 手記>(1936)의 앙브리꾸르의 본당신부<악마의 태양 아래서>의 도니쌍신부, <기만>의 쉬방스신부, <기쁨>의 샹딸같은 聖性의 인간도 神과 악마가 대결하는 이 투쟁의 戰場에서 면제될순 없다.

베르나노스에게 있어서 중요한것은 이기주의 순응주의의 安住를 거부하고 위험을 받아들여 반항하고 싸우는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최악의 죄는 악 그자체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자신에의 무관심、현실에의 무관심、구원에의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육체와 영혼을 좀먹는 알과같은 존재로 인간을 로보트로 바꾸어 놓는다. 또한 그는 미온적인 인간을 거부하고 공격한다. 미온적인 인간은 旣成의 道德을 절대시한 나머지 형식의 노예가되어 현실과 난관과 위험을 은폐하여 타락된 세계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이비적인 휴머니스트이며 종교와는 반대되는것이라고한다.

이러한 인간들에겐 자비의 그리스도교적인 宇宙에의 길、은총에의 길은 막혀있다. 은총은 무관심하거나 무조건 복종하는 순응주의자에게가 아니라 모험과 위험의 人生現實속에 뛰어들어 반항하고 싸우는 인간에만 주어진다는것이다.

이렇듯 투쟁하는 그의 인물들은 극적이고 환상적인 힘과 열띤 직선적 태도와 서정적인 정열과 격찬活力으로 독자를 감동시킨다. 狂氣와 聖性사이를 정신없이 헤매이는 인물들로 하여금 히스테릭한 세계가 어지럽게 펼쳐지고, 생처럼 솟는요설이 시작되는가 하면 사상은 뒤엉키고、그 뒤엉킨 사상의 소용돌이속에 독자는 걷잡을수 없이 말려들기 마련이다.

베르나노스는 자신이 살고 직접관심을 기울인 시대와 세계를 반영하고 소재 또한 外界에서 취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소재와 外界는 인물들이 성광과 고뇌의 어둠속을 헤매이며 쇨새없이 지껄이고 행동하며 영성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內的변형의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기묘하게 왜곡되어 현실세계와는 별개의 환상적인 세계로 별질된다.

그內面情景은 격하고거칠어 소설은맥락도없이 병치된 일련의 정경이되고 그 분위기는 마술에 걸린것만 같이 악몽적이다. 악몽같은 분위기 … 괴물스러운 末生兒的 인물과 악마적인 환영과의 싸움 … 영혼과 영혼의 불꽃튀기는 투쟁 … . 그칠줄 모르는 그들의 말싸움은 때로는 지나치게 격렬하여 벙어리들의 대화처럼 여겨지기도한다.

베르나노스의 이러한 영성의 드라마는 인간의 내면적 兩面性의 모순과 相克을 추구하고 극과극이 서로 磁力을 방사하여 서로 당기고 물리치며 극도로 긴장한 균형을 형성해나가는 도스또예프스키의 히스테릭하고 변화무상한 문학세계와 유연관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베르나노스의 문학의 의미는 聖性의 신비적공동운명체, <諸聖人의 通功>에있다. 聖性은 타인의 의식을 통해 屈折하는것으로 처음으로 존재하게된다.

그리하여 우주엔 나만이 존재하고있다는 밀폐된 自我속에 들어앉아 있는 인간은 성인일수가 없다. <諸聖人의 通功>이란 영적구원의 성총과 신앙과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지상-연옥-천국의 그리스도의 신비체를 이루는 모든 信徒의 초자연적인 운명공동체이며 그 영적인 善의 내용은 그리스도와 諸聖人의 功德과 신도들의 기도와 선행으로 이루어진다. 그聖性은 일정한 질서에 참가하는 것이며 성인들의 선행의 전환성에 의해 존재한다. 즉개인이 달성한 영적진보가 곧타인에게 전달될때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것이다. 그러니까 聖性은 고립된 존재로서가 아니고 그의 영향력에 의해 그 强度가 측정되며 다수의 뛰어난 정신을 형성하는 공동체적 역사속에 끼어들어 그참가로 역사의 흐름에 변화를주는 能力에 따라 증명된다

그래서 聖性은 먼저 현실사회에 뛰어들지 않고는 존재할수 없는것이다.

<神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행동하는것>이기 때문에 베르나노스는 용감한 聖性의 인간과 그의 활동적인 자선행위를, 그리고 교회를 전투적인 것으로 그리고있다.

그의 언어표현과 구성기법 또한 독창적이다. 內面영역을 파고드는데 적합한 무대설정인 격리와 친숙의 시골, 풍부한 이미지와 상징성 강한 시적문제, 20세기 카오스의 세계와 인간의 표현인 지리멸렬한 구성등 諸技法으로 그는 소설의 새로운 비극미를 보여주며 소설적 감수성의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열어주었다.

요컨대 그는 인간의 사물을 그내부에서 그려 우리들의 인간의 유산이 우주적인 규모에서 파괴되는 神, 話와 그 신화에 의해 위협받고있는 것 즉 그리스도교에 의한 구원의 신념이란 신화를 제시하며 일치된 내용과 형식으로 신화적 차원의 문학을 창조하였다.

▲저서=어떤 시골사부의 일기(안응렬 역ㆍ을유문화사)깔멜수녀들의 대화(안응렬 역ㆍ을유문화사)기쁨(김의정 역ㆍ성바오로출판사)뮤셋트의 새로운 이야기 (남궁연 역ㆍ성바오로출판사)

김의정 ㆍ소설가ㆍ중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