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신과 태양의 나라 멕시코 - 진교훈 교수 남미 순례기] 9. 백색의 도시『메리다』

진교훈 교수·중앙대 철학과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1979-07-15 제 116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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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빌찰툰」엔 많은 유적이…
마야인 사용한 석관상하수도 너무나 진귀
마야 건축물에 부근의 것 아닌 화산석 사용
「메리다」는 별명 그대로 白色의 도시다. 하늘과 땅、공기와 햇볕、집과 거리가 온통 밝고 맑고 깨끗하다. 예로부터 이곳은 保養地로 소문난 곳이다. 또 아주 조용한 도시다.

여행사에서 나오면서 근처의 대성당을 찾아갔으나 문이 잠겼다. 성당문이 잠기다니! 울컥 화가 치민다. 누구를 위한 성당인데…. 소개받은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의 본원을 찾아가니、분원장님이 반갑게 맞이한다. 버스정류장에 마중 나가기 어려웠던 점을 변명하신다. 이 분원은 국민학교와 중고등학교 및 전문학교를 경영한다. 일곱 명의 수사님이 맡고 계신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귀가 어두운 82살 되는 수사님이 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아야할 정도로 심한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 어찌된 셈인지 분원장님은 나에게 불어로만 통화를 하려고 한다. 나는 그의 발음을 똑똑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분의 눈빛으로 그가 말하려는 내용을 간파하고 적절히 응수를 했더니 아주 좋아하신다. 오늘은 푹 쉬라고 하시지만、나는 그럴 수 없었다. 수사님들이 수업시간이 비는 대로 교대로 나를 안내해 주셨다. 박물관구경은 허탕 치고、시장과 공원 등을 구경했다.

이날 오후에「치빌찰룬」을 방문했다. 여기는 1941년에 발견됐다. 1956년부터 1965년 까지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있었다.「메리다」로 부터 14㎞. 관목과 선인장으로 뒤덮인 평원에 일직선으로 난 포장도로를 30분 달려갔다. 마야인들의 住居는 대체로 빽빽한 열대 삼림속에 있는 것인데、여기는 좀 건조하고 해발5m 밖에 안되는 펑퍼짐한 곳이다. 먼저 이곳의 유물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엘 들어갔다. 전시된 대부분이 유적발굴에 관한 사진들이다. 특히「쎄노떼라」라고 불리우는 貯水池로부터 지하에서 石管으로 물을 끌어들이는 上水道 시설에 나는 주목했다. 놀라운 기술이다. 마야인들의 住居에는 上水道의 下水道施設이 잘 되어있다. 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돌을 쪼아서 水路를 만들었다. 그들이 지은 제단이나 聖殿의 천정도 크지 않은 돌과 돌을 서로 맞물리게 해서 쌓고 그위에 횟벽을 발랐는데 정밀하고 정교하다. 그런데 아주 奇異하고 神秘스러운것은 건축에 사용한 돌이 이 부근의 것이 아니고 대부분이 가벼운 火山石이라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부터 어떤 방법으로 그 많은 돌을 운반해 올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 아직도 학계에서 定說이없다. 慶州 古墳에서 出土된 土偶와 꼭 같은 모양의 土偶를 보았다. 줄무늬土器도 보았는데 그렇게 우수한 것은 아니다.「치빌찰룬」은 길이가 7㎞나 되는 곳에 住居趾가 배치되어있다. 한번 휘 둘러 보는데 3시간정도 걸렸다. 반은 뛰다시피 했더니、안내를 하던 불어교사가 어안이 벙벙해 한다 몇 살 이냐고 묻기에 笑而不答 했더니、스물 한 두 살로 보인다고 한다.

아마도 하는 짓이 그렇게 보였나 보다. 나중에야 내 나이가 그것의 배가 된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오는 길에「프로그레소」漁港을 둘러보고 멕시코만의「체말」이라는 해수욕장에 왔다. 그 불어교사에게 코코넛 즙을 먹을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의 제자의 별장으로 나를 안내한다.

이미 夕陽별에 황혼이 깃드는데 나홀로 바다위에서 헤엄을 치노라니 난데없이 오리 한마리가 와서 동무를 해준다. 바다에서 나오니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셋이 나라나서 야자열매를 쪼개고 살과 즙을 나에게 건네준다. 우유 빛나는 야자즙을 마시니 감개무량하다. 기념이라고 하면서 두통을 차에 실어준다. 밤늦게 수도원에 돌아왔다.

이튿날 박물관에 갔다. 여기서 나는 내 나름대로의 마야문명의 소멸에 대한 해석에 결정적인 자료가 되는 돌에 새긴 그림의 파편을 찾아내어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自殺의 神의 모습이다. 그리고 또 하나 急殺의 神의 모습이다. 마야인들은 多神 숭배자들이지만 중요한 신으로 여섯神이 있다. 첫째가 뱀모양을 한 물의神 그 다음에 바람의神 태양의 神 별神 그리고 나서 이 죽음의 神들이 문제되고 있다.

이 神話의 해석은 나중에 하겠다. 아무튼 이날종일 나는 흥분했다. 내친김에 여행사에 가서 단체관광을 하는데 끼어들기로 했다. 그러나 매번 다른 차편을 이용하고 다른 팀에 끼워달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치첸이챠」와「욱쓰말」등 마야문명의 본거지를 향하여 떠났다.

(계속)

진교훈 교수·중앙대 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