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신과 태양의 나라 멕시코 - 진교훈 교수 남미 순례기] 8. 유카탄 반도의 마야 문명 탐험길

진교훈 교수ㆍ중앙대 철학과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1979-07-08 제 1162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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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 마야문명중심까지 1680㎞
「운전수 마음대로」를실감-여행시는 유언 남겨
정비된 도로와 연이은 나무들 눈길 끌어
「유카탄」반도의 마야문명 유적을 찾아서 그럭저럭 말과 섭생에 익숙해지자 나는 드디어 마야 문명 유적탐험의 장도에 나섰다. 우선 멕시코 동남단「유카탄」반도의 중심도시인「메리다」로 향해 떠났다. 메리다 市는 멕시코 市로 부터 1천6백80㎞나 된다. 비행기로 2시간40분、버스로는 23시간 기차로는 이틀(약48시간) 걸린다. 나는 버스 쪽을 택했다.

오전 10시에 떠난다는 버스가 11시20분이 되어서야 출발 한다.「엿 장사 마음대로」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있듯이 여기서는「운전수 마음 내키는 대로」라는 말이 있다. 차가 언제 떠나고 얼마만큼 빨리 달리고 얼마나 정류장에서 쉴 것 인가는 운전기사가 임의로 정한다. 소위 직행 고속버스가 이렇다. 그러니 지방의 완행버스야 말할 필요가 없다. 재미있는 것은 출발시간 전에 떠나는 예도 있다.

그래서인지 표를 살 때 어디서든지 30분전에 승차할 준비를 하라고 말해준다. 다행히 고속버스는 지정좌석이 있고 냉난방시설이 잘되어있다.

예상보다 멕시코는 도로망이 잘되어 있기는 하나 교통규칙을 잘 안 지키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다. 아뭏든 나는 길 떠나기 전 어디서든지 누구에겐가 유언을 남기곤 한다. 뒤끝을 깨끗이 하는 것은 항상 좋은 것이니까. 그래서인지 나는 여행 중엔 아주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고 모험심은 충전한다. 장마가 걷힌 후 들을 곤두세우면서도 지극히 낙천적이 된다.

내가 탄 버스는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높이가 5천3백m되는 뽀뽀까떼베틀 산과 5천2백m되는 이스따크치우아를 산의 장관을 쳐다보면서 오리자바 분지를 가로지르면서 질풍처럼 달린다 지체한 시간을 보충이나 하려는 듯이. 곧 이어서 차는 내리막길 (멕시코시는 고지대에 있다)에 접어들고 울창한 산림을 지나간다. 나무의 종류도 많은 것 같은데 내 눈에는 전부가 木材로 훌륭해 보인다. 특히 기름진 아름드리 靑松林이 수십㎞나 연속되는 것을 보고 나는 어찌나 부러운지…여기 소나무는 우리나라 俗離山의 소나무와 비교할 수도 없고 대만의 慈湖(장개설 묘가 있는 곳)의 소나무를 黃君壁이나 陳丹誡 陳子和 傳견부가 그린 것과 엇비슷하다고나 말할 수 있을까. 아뭏든 소나무들이 그렇게 기름지고 윤기날 수 가없다.「빼롯떼」지방에는 항상 짙은 안개가 끼어있어서 위험한 곳이라고 하는데 안개를 뚫고 달리는 스릴도 재미있었다. 이어서「할라빠」에 오니 부슬비가 내린다.

30분 정차한다기에 박물관에 뛰어가서 뜰에 세워둔 望石ㆍ支石들을 구경했다.

버트 랑카스터와 게리 쿠퍼가 열연하는 서부영화의 제목으로 유명해진「베라쿠르쯔」시에 도착하니 海風이분다.「베라쿠르쯔」부터 차는 일로 멕시코만을 따라 달린다.「비야엘모사」에 도착하니 밤1시다. 원래 30분 쉬는 곳인데 10분밖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한다. 멕시코시에서 여기까지 차를 교대로 몰고 왔던 운전기사 두 사람이 바뀐다. 여기는 마야문명의 유적지 중에서 제일 중요한 곳인「빨렌께」와 밀림지대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고급호텔들이 있고 관광객이 붐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내 옆자리는 쭉 비어 있었는데 어떤 묘령의 아가씨가 새로 들어와서 내 옆에 앉는다. 사실은 이때부터 잠을 잘려고 했는데…. 그때 그 아가씨가 돌연히 독일어로 말을 걸어온다. 놀랄 수밖에. 그녀는 내가 읽고 읽던「孤獨」이라는 어떤 독일수도자의 시집을 보고서 신부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하니까 수사냐고 또 묻는다. 또 아니라고 하니까 그럼 천사냐고 묻는다. 그래서 나는 하늘나라로 가고 싶어하는 나그네라고 대꾸하니、버스안의 사람들이 전부 우리를 쳐다볼 정도로 크게 웃는다. 한 달 만에 웃는다든가 하면서. 아르헨티나의「리오데쟈네이로」의 어떤 고등학교 독일어선생이 그녀의 직함이고 인류학과 독문학을 전공한다든가. 그녀로부터 많은 유익한 여행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캄페챠」에오니 먼 동이 터오는데 프란치스꼬 수도회에서 지어준 원주민들의 교회들이 자연 풍치와 어울리면서 아름다운자태를 보여준다. 간밤에 언제비가 왔느냐는 듯이「유카탄」반도에 들어서자 하늘은 높푸르다. 우리나라의 가을하늘보다도 더 청명하게. 나는 드디어 白色의 도시「메리다」에 도착했다. 경상북도 안강의 기계 숲의 느티나무처럼 길가 곳곳에 종려수가 높게 하늘로 솟아있고 야자수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을 보니 피로가 말끔히 가셨다. 여행사부터 먼저 찾아갔다.

(계속)

진교훈 교수ㆍ중앙대 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