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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심는다 - 일선 전교사의 체험기] 74. 오물 같은 설음덩이들/김 이사벨라 수녀 10

김 이사벨라 수녀ㆍ마리아회
입력일 2011-04-14 수정일 2011-04-14 발행일 1978-09-10 제 1120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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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풍기는 악취는 소외된 인간들의 표징
집은 현대시설이 아니고 주택처럼 여기 저기 20채 이상 흩어져있어 통솔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남자아이들이 단속되어 몇백명 모여 있는 남자 대기소, 유치원, 여학생집, 남자 저능집…다양한 분야 중 내가간 곳은 여자 대기소 겸 여자저능아 1백여 명이 수용되어있는 곳이었다.

문을 열자 풍기는 악취, 박박깎은 머리에 큰 거인 같은 아가씨들이 모여든다. 한쪽 방에는 선 꼬마들이 눈을 감은 채 빽빽 거리며 울어대었다. 그중에서도 정말 끔찍해 보이는 것은 비대한 몸집을 비척거리며 부끄럼도 모르고 속옷도 겉옷도 모두 벗어버리고 가슴도 내 놓은체 헤벌레 웃고 있는 30여 명쯤 되는 아가씨들이다.

그렇듯 몸은 크지만 지능은 5세정도도 안되니 소·대변을 아무 곳에나 싸고, 더 먹겠다고 싸움들을 하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식사시간 한번 지나면 내 옷은 땀에 흠빡 젖고는 했다.

또 한 가지 힘들었던 것은 밤2시경만 되면 합창으로 울어대는 아이들이었다.

그곳을 담당하던 시 직원으로부터 아동명단 카드와 비품, 아이 한명 한명을 인계받을 때『아이들이 밤2시만 되면 자지 않고 운답니다. 아마 좋지 않은 습관 같아요.』하고 말하더니 사실이었다. 첫날부터 합작으로 울어대는 아이들 때문에 밤을 새웠다.

비는 내리고 마늘을 간장에 저린 반찬을 먹어서 지독한 마늘냄새와 또 다른 악취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들의 우는 이유를 알았다. 냄새 때문에 숨이 막혀 우는 것이었다.

이튿날부터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일광욕을 시키고 마당에 텐트를 치고 밥을 먹였다. 오줌에 절여진 장판을 걷어내고 매일 소독과 대청소를 했더니, 그 후부턴 밤에 우는 습관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도 정신이 돌아버린 아이가 대변을 한 입 물고 돌아다니는가하면 커다란 덩치들의 처치 못하는 생리, 모든 것이 나의 속을 메시껍게 만들었다.

이것은 내 소임의 일부였지만 다른 곳에 배치된 수녀님들의 노고는 정말 컷다.

그러나 미소한 형제 하나에게 베푼 것이 곧 내게 베푼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주께서 베푸신 은총의 바다라고 생각하며 모두 즐겁게 생활했다.

우리들이 아이들과 싸우고 있을 때「소년의집」수녀님들은 에이프런을 입고 시커멓게 썩어진 벽에 페인트칠을 하셨다. 심한악취대신 환풍기는 페이트 냄새는 메시껍던 나의 속도 마음도 말끔히 씻어 주는 것 같았다.

우린 모든 것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학교에 갈 수 있는 아이들은 자기의 실력대로「소년의집」국민학교에 보내고 큰 아이들은 각 직업소와 기술원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저능아들도 남녀 따로 구별하여 특수교육을 시키기 위하여 선생님들도 모시게 되었다.

커다란 창고 속엔 각 곳에서 애긍 받은 헌옷과 담요, 그 밖의 폐품이 천정까지 쌓여 있었다. 천여명 가까운 아이들 옷이니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입을 것 못 입을 것 세탁한 것 안 한것 모두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쓰레기더미와 그 냄새!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헌 누더기에 쌓여 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를 보게 될 것이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라고 하셨듯 어디서나 풍기는 그 냄새야말로 이들이 얼마나 사람들로부터 무관심을 당하며 간한가를 보여주는 진실 된 표징이었다.

김 이사벨라 수녀ㆍ마리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