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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쇄신운동 - 무엇이 문제인가?] 1. 서울대교구 간담회를 통해 본 문제점

유재두 기자
입력일 2011-04-14 수정일 2011-04-14 발행일 1978-07-16 제 111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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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쇄신에 도움되는 면도 많아
중요한「분별의 은사」를 등한시
치유·방언은사에 집착 문제유발
신학의·사목적인 바탕 마련돼야
교구자원에서의 조정이 필요 
국내정착위한 교구의 지침 건의
70년대 초반부터 한국교회에 조용히 번져가고 있는 성령쇄신운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사목적견지에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주장은 최근 맥나트 신부일행의 전국적인 치유의 밤 행사를 계기로 더욱 거세게 일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에 본사는 성령쇄신운동이 안고 있는 사목상의 문제점들을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들어가 보고 이 운동에 대한 신학자들의 견해를 알아본 다음 이에 대한 국내외 교회의 사목적 대처방안을 소개, 성령쇄신 운동의 국내정착에의 이정표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성령쇄신운동을 둘러싼 열띤 주장들이 엇갈리는 가운데 6일 서울대교구가 마련한 이 운동 봉사자들과 사목책임자간의 간담회는 많은 이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먼저 일부의 깊은 우려에도 불구, 이 운동은 신자들의 신앙쇄신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이 운동을 통해 신자들이 종래의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신앙제세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신앙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운동은 신자들에게 항상 복음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고 주로 염경기도(念經祈禱)에 의존하던 신자들에게 자유기도의 힘을 길러줌으로써 기도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령쇄신운동은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신앙으로 자족하던 안이한 신앙자세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되어 쇄신을 통한 개인의 성화는 물론 사랑의 공동체 안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의 나눔으로 각 단체의 회합도 현저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 이 운동은 그 진행과정에서 본의 아닌 과열현상을 빚어 약간의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는 점도 솔직히 시인했다.

이 자리에서는 먼저 우리가 성령으로부터 받은 은사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도 성령쇄신운동 관계자들은 이 가운데 치유나 방언의 은사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반면 가장 중요한 분별의 은사에는 무관심한듯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 분별의 은사를 등한시함으로써 성령 쇄신 운동은 고유의 방향을 상실, 사목상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로 인해 세미나 이수자 가운데 일부 신자들은 성령의 명령이 아닌 어느 누구의 지시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여 사목상 큰 혼란을 빚고 있는 사실은 하루속히 시정돼야할 과제라는데 타성적인 지도로 흐르게 할 위험마저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또 일부 봉사자가운데는 다변화돼가는 오늘날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세미나 참가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다 통일된 강론 주제마저 마련 된지 못 해소기의 교육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일부강사들은 성직·수도자에 대해 공개적 비판을 가하는 사례까지 빚고 있는 사실이 논의의 대상이 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돈암동 종로본당과 가톨릭학생회관등 3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봉사자들이 참석, 서울대교구내 성령쇄신운동은 크게 3부류로 나누어져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성령쇄신운동은 분열의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일부인사들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 아직각「팀」간의 강사교류 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별개로 추진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여기서는 또 봉사자들이 본당중심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실도 하나의 문제로 제기됐다.

또한 세미나 이수자 가운데는 자신의 신앙체험을 절대시하는 경향이 있어 타인의 신앙자세를 무시하는 사례마저 빚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더구나 일부 신자들은 지나치게 과열된 나머지 기도회를 이유로 새벽같이 남의 집을 방문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를 빚고 있다고 지적, 이러한 일은 하루속히 시정돼야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러한 숱한 문제점을 지켜보면서도 아직 공식적인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운동에 대한 신학적 사목적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교구태도에 대해 시정을 건의했다.

참석자들은 성령쇄신운동이 국내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구적 차원에서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교구에 대해「성령쇄신운동 지침」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나의 지침에 따라 움직여질 때 비로소 이 운동은 교구중심·본당중심으로의 추진이 가능해지고 성직자의 개입으로 현재와 같은 과열된 분위기에서 파생되는 문제들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날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 봉사자문제도 상설봉사자학교를 통한 체계적인 양성과 봉사자 피정 등을 통해 자질향상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봉사자의 교류로 그 부족현상도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7~8주간 실시되는 교육의 주제도 교구에서 제시, 교육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또 성직자들이 국외자로서 비판만을 일삼지 말고 이 운동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위해 모든 성직·수도자들에게 이 세미나 참석을 권고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간담회는 성령쇄신운동 관계자들과 사목자가 한자리에 모여 각종 문제점들을 솔직히 털어놓고 이 운동의 국내정착에의 방안을 다함께 못했다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찬반양론이 날카로운 대립을 보여 왔으나 쌍방의 주장들은 너무나도 일방통행적인 느낌이 없지 않았고 또 최근 교구의 지침을 발표한 인천이나 수원교구를 제외하고는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사목자들의 무관심속에 이 운동이 추진됨으로써 문제제기의 발단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교회사적으로 볼 때 신앙이 위기에 처했을 적마다 미지근한 신앙에 활기를 불어넣는 하나의 기폭제로서 각종신심운동이 태동했고 이를 무관심속에 방치했을 때 이상한 방향으로 과열되어 불행한 사태를 초래했던 역사적 교훈을 이 문제와 관련, 다시 한 번 되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인천·수원교구가 성령쇄신운동 지침을 발표한데 이어 서울대교구가 이 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나선 것은「성령쇄신운동의 국내 정착화」라는 대국적 견지에서 크게 바람직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단지 성령쇄신운동은 어디까지나 하나의「운동」이지「조직」이 아니란 점에서 이 운동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교계질서 속에서 이를 추진토록 해야 한다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하나의 공약수를 찾아야한다는 점에서 이 작업이 그렇게 용이한 것만은 아닐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카나다 등 해외 각국이 이 운동에 대한 지침을 마련, 이 양자를 잘 조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이 작업이 그렇게 힘드는 작업인 것만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고도 하겠다.

다만 이러한 교구의 노력이 성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이 운동관계자들이 「분멸의 은사」의 중요성을 깨달아 눈에 보이는 지상의 교회질서에 따르겠다는 마음가짐이 선행돼야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귀추가 크게 주목된다고 하겠다.

유재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