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신강림대축일의 유래와 전례적 의의

백 쁠라치도 신부ㆍ왜관피정의집원장
입력일 2011-04-14 수정일 2011-04-14 발행일 1978-05-14 제 1104호 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성령 통해 주 다시 오시는 날 - 성신강림 대축일
“구약때부터 전래된 주님의 날”
전야미사땐 빠스카때 영세한 이를 기억
주님에 의한 이뤄진 구세사의 핵심사건
우리는 빠스카 신비의 두 측면 즉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고찰한바 있다. 어두운 면은 사순절이며 밝은 면은 오순절인데 빠스카성야예식에서 사순절이 오순절로 넘어간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오순절 안에는 3개의 클라이막스가 있는데 그것은 예수부활대축일에 수승천대축을 그리고 성신강림대축일 등이다. 이 3개의 대축일은 결국 같은 구세사의 사건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 내용은 예수가 죽으시면 서도 살아계시고 떠나시면 서도 오시는 신비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 3개의 대축일 중 빠스카 밤은 가장 오래된 것이고 성신강림대축일은 이와 못지않게 아마 초대교회 때부터 지내온 반면 예수승천대축일은 초대교회 후기에 덧붙여진 것이다.

특히 빠스카대축일과 성신강림대축일은 구약시대부터 전래돼오고 있는데 구약시대의 성신강림 날은 이스라엘인들이「예루살렘」으로 순례하는 날이며 보리를 추수해서 추수감사제를 지내는 날인 동시 「시나이」산의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례적으로 볼 때 빠스카축일은 오순절의 시작이며 성신강림 날은 오순절의 끝이다. 또한 교회주년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3개의 큰 절정이 있는데 그것은 예수성탄대축일ㆍ빠스카대축일 그리고 성신강림대축일로 이 3개 대축일은 모두 그리스도에 중요한 사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교회주년이란 원래 구세사와 관계되는 것인 만큼 항상 구세사건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구세사건이외의 다른 도그마나 교회사에 중요한 인물과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모두 나중에 덧붙여진 것이다.

이렇게 봐서 전례주년의 3개의 대축일은 모두 주님의 날이다. 성신강림 날 역시 주님의 날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볼 때 성신강림 날이 「성령의 날」이라고 주장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은 옳치 않다.

그들 가운데 어떤 이는 「성탄은 성부의 날이고 부활은 성자의 날이며 성신강림은 「성령의 날」이라고 주장했는데 그것은 결코 그렇지 않고 3개 대축일 모두 주님의 날임을 명심해야겠다. 곧 교회전례주년을 삼위일체론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릇된 것이다.

그 이유는 성신강림 날에 우리눈앞에 두는 것은 성령을 통해서 다시 오신 예수님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교부들의 서적을 보면 명백해진다. 그리고 성신강림 날의 입당송은『주의 얼이 온누리에 충만하시다』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주」는 예수님을 가리킨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 더 명심해야할 것은 예수님의 말씀이다. 즉 요한 14장 18절에서 예수께서는 『나는 너희를 고아들처럼 버려두지 않겠다. 기어이 너희에게로 돌아 오겠다』고 했는데 바로 성신강림 날에 예수는 성령을 통해 다시 오신 것이다.

그리고 성신강림 날은 성탄이나 부활대축일처럼 전야미사도 거행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이 전야미사의 제 1독서로는 4개중 1개를 택하도록 하고 있다. 그것은 성신강림전야미사에서만 볼수있는 것으로 그만큼 미사내용이 풍부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전야미사 때는 빠스카 성야 미사에서 영세한 신자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성세가물과 성신으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빠스카밤에는 뭣보다 물을 생각하고 성신강림전야 미사에서는 성신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성신강림 날 자체의 경문은 일반적으로 성신에 대한 신학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 특히 강조할 것은 제2독서(꼬전12장)이다. 이 독서는 입당송과 관련시켜서 성령을 받은 사람만이「예수는 주님이시다」고 고백할 수 있는데 여기서도 성신강림 날이 주님의 날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날 미사 때의 성신송가는 우리가 사용하는 송가 중에 신학적으로 가장 뜻 깊은 것이고 많은 성가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것들은 구약성서에서부터 신약성서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얼에 대해서 찾아볼 수 있는 많은 귀절들을 사용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한편 예수승천대축일은 초대교회 후기에 덧붙여진 것으로 이날의 신학적인 내용은 원래 성신강림 날에 내포돼있던 내용 즉 예수님이 가셨고 성령을 통해 다시 오셨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특히 이날의 미사경문은 예수께서 승천하신 역사적인 사건과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온 세계에 다시 복음을 전하라는 명령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 때문에 예부터 예수승천 대축일은 포교사업을 위한 날로 생각돼왔다.

예수승천 대축일이 성신강림대축일에서 분리된 것은 4세기경이었는데 그 이유는 예수께서 가셨다가 다시 오시는 신비자체보다도 승천의 역사적인 사건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40일 만에 승천하셨다(사행1장3절)는 것을 계산하면 승천대축일은 항상 부활 후 제6주 목요일이 되는데 한국과 같은 전교지방에서는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그다음 일요일로 옮겨 지내고 있다.

우리는 오순절이 하나의 큰 단위를 이루고 있음을 깨달아야 하겠다. 이기간 동안에 우리가 전례행사 때 묵상하는 신비는 언제든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예수께서 역사적으로 가시고 오셨듯이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우리마음에서 사리지고 다시 오시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예수님이 계신다는 것도 체험하고 안 계시는 것도 함께 체험한다.

따라서 지금도 언제든지 예수님은 승천하시는 동시 성령을 통해 다시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이 승천과 성신강림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겠다.

백 쁠라치도 신부ㆍ왜관피정의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