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공산치하의 베트남 교회 - 신앙 따위는 불살라 버려라] 구엔 신부의 폭로기 7

입력일 2011-04-14 수정일 2011-04-14 발행일 1978-02-26 제 109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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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준 보람없이 조국 지키지못해
힘찬 한국민 볼때 새삼 고국에의 그리움이 
망망대해 헤매던 우리를 따뜻히 보살펴줘
한국에서의 생활에서 여러 가지 면으로 느낀 점이 많지만 고국을 떠나 나라 없는 슬픔을 안고 있는 처지의 저에게는 내일에 대한 희망보다는 닥쳐올 온갖 시련이 더욱더 많겠지요.

그러나 두고 온 조국, 그곳에 계시는 부모 그리고 공산학정에서 신음하고 있는 동포와 특히 한국에서 자유스러운 종교 활동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현 베트남공산치하에서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신자들을 생각하니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적개심에서 기쁨보다 분노가 더 앞섭니다. 더우기 한국국민들의 생기 있는 생활모습을 볼 때 고국에 대한 간절한 갈망과 아쉬움을 더욱 더해주는 것 같읍니다.

무슨 말보다도 우선베트남 피난민을 대신하여 한국국민과 정부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과거 수년간 많은 전투경험을 가진 한국군들이공산주의와 싸워 주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희 고국을 위해 그들의 꽃다운 청춘을 바쳤음은 자유의 소중함과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서였지만 저희들은 이를 지키지 못하였으니 이엄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뿐만 아니라 1975年 저의 고국이 공산주의자에 의해 패망당한 후 오늘날까지 수많은 저희동포가 한국국민과 정부의 따뜻한 손길 속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는 현실을 보며 감사드립니다.

가까운 일로서 공산주의의 학정에 견디다 못해 보잘것없는 어선에 몸을 싣고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피난민들이 패전의 슬픔을 뼈저리게 느끼고 오직 눈앞에 닥쳐올 죽음만을 생각하고 하느님에게 기도드리고 있을 무렵 한국선박만이 구원의 손길을 펼쳐주었고 한국정부가 따뜻히 보호해주고 있으니 한국국민과 정부에 대한 이 은혜를 저희동포들이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단지 저희들은 하느님에게 기원하기를 한국정부에 하느님의 축복이 무한히 내리고 하느님의 크나큰 역사가 이루어져서 저희들을 대신해서 잔인무도한 공산주의를 무찔러 주실 것을 기원할 뿐입니다.

저와 같이 구조된 동료들 가운데 제가 제일 먼저 부산 임시수용소 바깥으로 나와 한국의 여기저기를 볼 수 있었읍니다. 임시수용소를 떠나기 30분전에 제가 서울에 올라간다는 것을 알았을 뿐 왜 서울에 가며 언제 돌아올 것이며 무엇을 타고 서울에 올라가는지 물어보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공산주의치하에서 2년동안 생활하면서 물어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습성이 들어버렸기 때문에 저는 그저 안내하는 분을 따라 말없이 서울로 떠나왔을 뿐입니다.

넓고 깨끗한 길을 따라 비행장에 도착하는 동안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며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느낀 것은 모든 것이 질서가 있고 화기가 있어 보였습니다.

수로나 고속도로드의 모든 시설들이 한국국민의 땀과 노력의 결정이며 비행장에 내렸을 때. 서로가 질서를 지킴으로써 모든 수속이 재빨리 끝나고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으니 발전해가는 의욕적인 나라라는 느낌이 어디서나 들었습니다.

국민들은 정부지도자들의 지도와 보호 속에서 각자의 책임을 인식하고 이것을 실현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