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미디어 교육 캠페인] 11 미디어의 복음화로 사회 복음화 이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1-04-14 수정일 2011-04-14 발행일 1997-03-30 제 204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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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국경 상실…급격한 인종 교류…이질 문화의 혼재…여러 종교의 공존…
새 문화 대비한 영성 준비

◆미디어시대의 복음화와 교육 - 이영숙 교수〈서강대 언론대학원〉

“미디어 교육의 방향은 전자문화 속에 그리스도의 모습과 정신을 심어나갈 수 있는 자질을 함양하고…다시 말해 이 정보의 바다 속에 그리스도의 영성과 말씀을 심는 작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21세기를 앞두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단단한 벽으로 여겨졌던 교육계에서조차도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라디오, TV 등의 미디어가 등장하여 대중 문화를 급속도로 전파시킨 이래로 미디어에 가장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집단은 바로 종교계와 교육계였다. 이런 면에 비추어 볼 때 한국 교육계가 현재를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전환하는 문명사적인 대변혁기로 보고 새로운 인간 삶의 조건을 제시하고 인간의 사고, 의식 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정보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보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새로운 시대 정보화 시대

미디어 관련 교령으로 가장 최근에 반포된「새로운 시대」에서 말하는「새로운 시대」란 바로 문명사적으로 새로운 시대 즉「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는 데 필요한 교회의 사목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아도 틀림이 없다. 한국 교육계의 교육개혁 운동이나 교령「새로운 시대」는 모두 미디어와 미디어로 인해 형성되어 가고 있는 이 시대와 문화에 대한 의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다만 교육개혁 운동에서는 교육 사상 및 교육 철학 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교회 내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영성적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교회 미디어 교육 심포지엄

지난 97년 2월 3∼5일 사이 프랑스 리웅가톨릭대학에서 동유럽 주교들과 다양한 유럽 교회의 대표들이 모여서 전환의 시기에 필요한 교회 미디어 교육의 방향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이 심포지엄에 참가한 폴란드의 샤펙 대주교(동유럽주교위원회 사회홍보위원회 담당)는 교회 미디어 교육의 방향이 다양한 사고와 이론이 공존하는 정보화 시대에 대비한 신앙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인들이 다가올 미래 사회에 대해 보다 폭 넓고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정보화 시대에도 그리스도를 전달하는 사도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자질을 키워주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시대의 복음화란 단순히 종교교육에 시청각 기자재를 활용하는 법을 배운다든지 미사 현장을 TV에 방영하는 것으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21세기 정보화 사회와 미디어의 의미를 폭 넓게 이해하는 교회의 시각의 전환 위에서 가능해진다. 미디어에 대한 수용과 미디어시대를 살아갈 그리스도인에 대한 폭 넓은 이해라는 토대 위에서 미디어 교육의 방향을 정립하고 목적을 달성할 때에만 미디어 교육은 미디어시대의 복음화를 위해 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폴란드 공산권의 붕괴를 체험한 샤펙 대주교는 미디어 관련 기술의 발달로 인해 도래되는 지리적 국경의 의미 상실, 유럽 내에서는 물론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서로 다른 인종들의 급격한 교류 및 이동, 위성방송 등을 통한 서로 다른 문화의 혼재 그리고 다양한 종교와 사상과 아이디어가 공존하는 세상을 우리 모두는 체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교령「새로운 시대」에서 주장하는 미디어 교육은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육을 말한다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한 마디로 교회 내 미디어 교육 운동의 방향은 21세기를 살아갈 그리스도인의 영성적 준비를 담당할 수 있도록 깊이 있고 넓은 비전을 갖고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한 토대 위에서 무엇보다도 미디어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성적인 무장이 튼튼히 이루어질 때에만 개개인의 미디어 관련 사목활동도 일관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럽 심포지엄에서 제안된 미디어 교육의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톨릭교회를 위한 미디어 교육은 우선적으로 새로운 문화의 도래에 대비한 그리스도인의 영성운동이고 이 영성의 기본 방향은 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의 배양과 우리에게 주어진 무한한 가능성의 재발견에 둔다. 이를 위한 미디어 교육은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새롭게 질서 지어지는 지구촌을 살아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준비시킬 수 있는 기본 영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한 자를 존중하는 철학

둘째, 미디어 교육은 단순한 미학이나 기술의 습득이 아니라 미디어 상업주의에 몰려 도외시되어 가고 있는 인권, 사회정의, 그리스도인의 가치관, 그리고 기존의 문화와 미디어문화 사이에서 그 어느 곳에서도 설 자리를 잃고 변방으로 몰려가는 가난한 자(제3세계 포함)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을 위한 거대한 철학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셋째, 정보화 사회로 불리는 21세기에 요구되는 새로운 언어와 기술 습득을 통해 전자문화 속에 그리스도의 모습과 정신을 심어나갈 수 있는 자질을 함양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제작활동을 펼쳐 나가는 것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서 이 정보의 바다 속에 그리스도의 영성과 말씀을 심는 작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심포지엄의 내용은 프랑스 크리스찬 라디오 방송국과의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와 벨기에 전역에 방송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기존의 미디어 교육에 대한 고정된 이해의 틀을 깨고 미디어로 인해서 형성된 정보사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에서 미디어 교육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유럽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은 지난 2월 한 달 동안 인터넷 웹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공개되기도 했다.

◆미디어 현장 사람들 - 서울대교구 교육국 영상교재연구실

교리용 CD롬 개발 썰렁한 교리실, 지리한 주입식 강의는 사라지고… 그래픽 화면과 동영상, 생생한 효과음은 흥미를 유발하고…

『오늘 공부할 내용은 이스라엘의 성지입니다. 먼저 예수님이 탄생한 곳을 살펴보겠습니다』

주일학교 교리실에 모인 학생들은 앞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에 흐르는 이스라엘 현장 장면들을 주시한다. 이 TV 화면은 CD롬이 설치된 컴퓨터에 TV를 연결해 나온 것. 2분 정도 화면을 보여준 선생님은 이어 화면을 멈춘 후 예수님이 태어나던 당시 이스라엘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 준다. 화면에는 당시의 지도가 그래픽 화면으로 나타난다. 컴퓨터에 연결된 오디오에서는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효과 음향이 터져 나온다.

교리 시간이 끝난 후 오늘 받은 수업과 성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일부 학생들은 집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오늘 배운 내용을 다시 찾아보기 위해서 선생님께 CD롬을 빌려간다.

이상은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앞으로의 교리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다.

서울대교구 교육국(국장=이기헌 신부) 영상교재연구실이 최근 개발한 이집트와 이스라엘 성지순례 CD롬 「말씀 따라 행적 따라」는 교회 내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내놓는 교육용 CD롬이라는 데에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교회 내에서도 음악용 CD롬은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쌍방향 인터페이스가 가능한 교육용 멀티미디어 교재로서의 CD롬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교회 밖에서는 이러한 CD롬을 이용한 교육 교재가 대중화되었다. 영어, 회화, 컴퓨터 학습은 물론 다양한 부문으로 CD롬은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교회 내에서는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지금까지 주일학교 현장에서는 지리한 강의식 교육이 이루어져 왔다.

영상교재연구실은 이러한 강의식 교육이 이제는 더 이상 첨단 멀티미디어와 화려한 영상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한 서울대교구에서 미래 교육을 위한 활로의 모색 일환으로 설치한 것이다.

영상교재연구실이 설치된 것은 지난 93년 말. 당시 새로 성품 받은 5명의 새 신부가 뜻을 모아 미래의 종교 교육을 위해서는 멀티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장비 구입과 활용을 건의한 데서 시작됐다.

그 후 관계자들, 특히 현재 국내 유학 중인 홍사영 신부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활동을 지원해 왔다. 이번에 개발된 성지순례 CD롬은 1년반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4개월 동안 집중적인 개발을 해온 결과이다.

그래픽 화면과 동영상, 오디오, 그리고 화면의 디자인 등 종합예술의 총집결인 CD롬의 제작에는 첨단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 따라서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들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교회 안에서 이에 대한 전문가의 확보는 거의 없는 상태이다.

교회 밖에서 이러한 기술력을 제공 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영상교재연구실은 자체적인 기술 개발로 이를 극복했다. 이번 CD롬만 해도 동영상 부분의 기술 노하우는 거의 수천만 원대의 재정이 필요한 부분이었으나 자체 연구를 통해「무료」로 해결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그대로 축적되어 다음 작업에 활용된다.

연구실은 어느 정도의 기술력이 확보됨에 따라 다양하고 실속 있는 기획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 성지순례, 미사 전례 CD롬이 당장 앞에 계획되어 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