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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백과] 38 중년의 나무를 심어보자/정여주

정여주(리오바)·교육학 박사
입력일 2011-04-14 수정일 2011-04-14 발행일 1997-03-30 제 204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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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마음엔 권태가 도사리고 그대의 두 눈엔 아직도 졸음이 머물러 있다.

꽃은 지금 가시나무 사이에서 한창 영화롭게 피어 있다는 소식이 그대에겐 이르지 못했는가? 깨어나라, 오, 자리에서 일어나라!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말라!

반복되고 느낌없는 일상으로 보는 것, 듣는 것, 맛 보는 것, 감촉으로 와 닿는 것, 냄새를 맡는 것 등에 무감각해져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타고르의 신께 바치는 노래인 기탄잘리를 가까이 두고 자주 읽는다.

중년의 여성들에게서 봄은 오히려 그들에게 좌절감과 위축감을 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생명이 넘치는 봄기운처럼 그들의 마음과 정신에 그렇게 힘이 나지 않으며 머리로만 의미 있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르고, 또 혼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습관이 이 봄에 자신들을 더 조급하고 초라하게 느껴지게 한다고 말한다.

어린이의 영혼을 지닌 타고르는『깨어나라, 자리에서 일어나라』라고 재촉하며 님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당신을 아름답게 꾸미셨다고 노래하지 않는가.

타고르의 글처럼 하느님은 우리에게 당신을「느끼라」고 아름답게 단장한 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봄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전하지 않는다. 봄은 우리에게 꽃으로, 바람으로, 따스한 햇살로, 향기로운 비로, 새 소리로 자신을 보여줄 뿐이다.

이 봄에 우리는「무엇을 할 수 있을까?」나「무엇을 해야 한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보면 어떨까. 우리의 일상은 보잘 것 없는, 수많은 계획과 약속들로 촘촘하게 묶어져 있다. 시계를 벗어두고 일정표를 서랍 깊숙히 넣어두고 무력감을 벗어두고 일상을 바꿀 때가 되었다.

아침시간에는 텔레비전을 끄고 베토벤의「봄의 소나타」를 들으면 조용한 기쁨이 아름다운 기억처럼 가슴에 퍼질 것이다. 아니면 자전거를 마련하여 뒷쪽에는 종이와 색연필을 싣고 나무가 많은 들판으로 달려보면 어떨까 우아하고 여유롭게 자전거를 달리고 있으면 아이처럼 휘파람도 불게 될 것이다.

조금씩 일상을 떠나보면 우리의 생활에 고른 숨처럼 리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봄은 중년에게 위축감이 아니라 생의 리듬을 의식하게 한다.

중년의 나무를 그려보자. 그들에게서 피는 꽃과 잎들은 어린 나무보다 깊은 향기가 배어 있을 것이다.

정여주(리오바)·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