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미디어 교육 캠페인] 9 미디어의 복음화로 사회 복음화 이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1-04-13 수정일 2011-04-13 발행일 1997-03-16 제 204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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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접촉 습관 관찰…문제점 개선”
1주일 쓰기 기간 설정, 반성의 기회 가져야 
잘못된 지식…신앙생활에도 장애 
능동적 정보 취사선택에 큰도움

◆미디어 일기를 써 봅시다 - 김기태 교수<서강대 방송아카데미 교수부장>

올바른 매체수용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매체수용 습관 중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야 한다. 오랫동안 몸에 배인 매체접촉 습관은 특별한 관찰을 하지 않을 경우 그 특성이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 실제로는 미디어 숲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미디어 숲의 존재나 영향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감각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일상화된 매체환경에 사는 현대인의 대부분이 겪고 있는 매체접촉 실태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대중매체 영향력 간과해선 안 돼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번번히 신문을 읽는다거나 TV 시청하는 일에 시간을 빼앗겨 계획을 그르치는 경우를 반복하는 이유는 스스로의 매체접촉 습관이 잘못되었거나 사실 자체를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얻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주는 대중매체는 우리의 생각과 가치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갖가지 요령을 가르쳐주는 교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대중매체식 가치관은 우리의 내면세계를 지배하는 매우 중요한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막강한 힘을 가진 대중매체를 새롭게 이해하거나 경계하려는 주의를 기울이는 데는 소홀한 편이다.

미디어 일기 쓰기는 바로 자신과 또는 특정 공동체 구성원들의 매체접촉 습관을 관찰하여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천 과제를 구축하기 위해 시도해 보는 미디어 교육 실천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우선 미디어 일기 속에는 각종 대중매체 접촉량을 관찰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하루 중 몇 시간 텔레비젼(케이블 TV 포함)이나 비디오 등 영상매체를 시청했는가를 비롯하여 신문, 잡지, 도서를 읽은 시간(또는 권수) 등을 기록하게 되어 있다. 구조화된 일기장을 사용할 경우에는 접촉한 시간대를 자세히 기입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총 접촉 시간뿐 아니라 매체별 접촉 시간대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TV 프로그램도 골고루 시청해야

매체 일기를 기록하는 순간에도 반성할 점이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겠지만 일주일 내외의 일기 쓰기 기간을 정해 놓을 경우 일기 쓰기를 모두 마친 후 일주일 동안 기록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개인 또는 가족별 매체접촉 습관을 찾아내야 한다. 먼저, 과다한 TV 시청이나 만화 등 인쇄매체 구독 습관에 빠지지는 않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컨데 일상생활에서 해야 할 많은 계획된 일들 즉 학습시간, 식사시간, 취침시간, 묵상시간, 기도시간, 집안일을 해야 할 시간, 교리를 공부해야 할 시간, 교우에게 전화해야 할 시간, 가족간 대화시간, 친구에게 편지 쓸 시간, 독서시간 등을 계획에도 없는 TV 시청 행위로 빼앗기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특히 가족이 함께 미디어 일기를 작성했을 경우에는 가족 내 식구별로 잘못된 매체접촉 습관을 알아내어야 개선이 용이하다.

어떤 종류의 메시지에 주로 노출되고 있는가도 미디어 일기를 통해 관찰해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TV의 경우 즐겨보는 프로그램 종류가 무엇이고 신문이나 잡지의 경우 어떤 주제의 기사에 주로 시간을 보내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흔히 가볍고 편한 내용 즉 시청자들의 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경향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이다. 음식도 고루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듯이 TV 프로그램도 오락, 보도, 교양 등을 고루 시청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성인 대상 TV 프로그램이나 성인용 도서, 잡지를 탐닉하고 있는지 등도 관찰되어야 잘못될 매체접촉 습관을 고칠 수 있다.

평소 TV 시청 자세나 신문 구독 형태가 어떤지도 미디어 일기 쓰기 기간 동안 자세히 관찰해 보면 여러 가지 고쳐야 할 점들이 나타날 수 있다. 예컨데 TV 시청의 경우 한 번 TV 시청을 시작하면 눈을 떼지 않고 정신없이 화면 속으로 빠져드는「몰입 시청」, 아무 생각없이 시도때도 없이 TV 스위치를 켜는「무계획 또는 즉흥시청」, 한 번 시청을 시작하면 중단을 못하고 긴 시간을 소비하는「과다 또는 장기시청」, 특히 어린이들에게 문제가 되는「단독시청」, 턱을 괴고 엎드리거나 누워서 시청하는 등 잘못된 자세로 TV를 시청하는지 등의 잘못된 자세를 스스로 발견해야 고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구조화된 미디어 일기 쓰기 양식에는 이런 TV 시청 자세를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부모가 어린 자녀의 시청 태도를 살피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신문 구독의 경우에도 스스로 유사한 신문 기사를 매번 반복적으로 읽어야 하는 데는 어느 정도 습관적인 경우도 있다. 이른바 신문 구독 중독 현상인 셈인데 이럴 경우 능동적인 정보 선택 능력이 없어지고 수동적인 신문 수용자가 될 수밖에 없다.

▲어린이의 매체접촉 후유증 관찰 내용에 삽입, 기록

미디어 일기를 기록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특히 관찰 대상이 어린 자녀일 경우에는 미디어 접촉으로 인한 후유증이나 여파에 대해 관찰한 내용도 기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TV 프로그램을 통해 잘못된 언어 습관을 배운다거나 어린이답지 않은 행동 또는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TV와 신문을 통해 보거나 들은 내용 때문에 신앙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까지도 생겨날 수 있다. 미사 중 강론을 듣거나 교리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대중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나 지식들이 뒤엉켜서 경건한 삶을 유지하는 데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기는 반드시 구조화된 양식으로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자신의 미디어 접촉 습관을 관찰하는 버릇을 들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도록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

◆미디어 현장 사람들 - 언론지키기 천주교 모임과 이필립 씨

“언론이 살아있을 때 나라의 정신이 살아있죠” 모니터 활동, 사명 인식토록 유도 ‘시민 대상 언론교육’ 이 중점 사업

『언론이 살아있을 때 나라의 정신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감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지난 92년 11월 11일 창립, 올해로 5주년을 맞는「언론 지키기 천주교 모임」(공동대표=성염 이필립, 이하 언지천)은 직접적인 모니터 활동을 통한 언론감시와 함께 언론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주지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언지천이 하고 있는 가장 눈에 띄는 활동들은 우선 각계각층의 언론 감시 기구들과 함께 하는 연대활동이다. 특히 선거철이나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지천은 언론이 바로 서길 원하는 공동의 염원을 갖고 방송 바로 세우기 시청자 연대, 방송 개혁 국민 회의, 교육방송 살리기 등 시민운동 및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편파적이거나 불합리한 보도들에 대해 모니터 활동을 해왔다.

95년에는 모 TV 방송국의 9시 뉴스를 보름간 집중적으로 모니터, 아나운서와 기자들의 보도 내용과 표준어의 사용 정도를 면밀하게 검토, 자료화해 방송국 측에 전달했다. 또 한 일간지의 편파 보도와 지나친 상업주의적 성향에 항의하기 위해 2시간여 동안 팩스를 쉬지 않고 넣음으로써 취재 활동을 적극 저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지천이 가장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업은 무엇보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단체로서 언지천은 재정, 인력 등 단체를 제대로 운영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5주년을 맞는 지금까지 꾸준하게 관심을 기울여온 부분이 바로 시민교육이다.

95년부터 지금까지 1년 4개월간, 15회에 걸쳐 이어진 월례강좌는 언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신자, 및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것이다. 월례강좌는 언론의 중요성과 사명, 언론을 지키는 시민 정신에 대한 일선 실무자들의 강좌에서부터 각 언론사 노조 위원장들과 언론 전공 학자들의 심도 있는 강의까지 폭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

언지천은 이와 함께 올해부터「영상과 토론」,「영화와 강좌」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했다.「영상과 토론」은 주로 TV 드라마를 대상으로 모니터 활동을 벌여 끊이지 않는 방송의 상업주의와 시청률 지상주의에 관해 시청자들이 직접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지천 공동대표 중 한 사람인 이필립씨는 앞으로의 언지천 활동이 언론 감시와 함께 방송에서 표준어 사용, 우리 말 살리기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나아가 이러한 활동이 보다 활성화되고 힘을 갖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비롯한 각 계층별 단체들의 관심과 참여가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언지천은 창립 5주년을 맞으면서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한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상반기 중으로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하고 언지천 활동에 대한 홍보에 나설 예정인 언지천은 특히 언지천의 활동을 소개하는 소책자를 제작, 각 본당과 교구 및 교회 내 단체 등에 배포함으로써 관심을 요철할 생각이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대중매체의 역할과 비중은 더욱 커져가고 있으며 특히 언론의 올바른 자리 찾기는 그 사회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아울러 언론이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민들 자신의 몫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