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 과 속] 38

입력일 2011-04-12 수정일 2011-04-12 발행일 1997-03-02 제 2042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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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어느 마을에 한 늙은이가 본당 신부를 찾아와서는 큰 문제를 하나 늘어놓았다.『신부님, 이웃집에 정신병에 걸린 여교우가 한 사람 있는데, 그 여자는 하루는 자기가 성 베드로라고 하는가 하면, 밤새도록 사도 바울로의 서간을 읽고는 자기가 성 바오로라고도 합니다. 또 하루는 프란치스꼬 사베리오라고 하면서 쉬지 않고 설교를 하곤 합니다. 지난 밤에는 자신이 성녀 루시아라고 하면서 밤새도록 목청을 돋우어 노래를 해대는 바람에 한숨도 자지를 못했습니다. 제 사정이 이러하니 신부님, 제발 그 여자를 좀 진정시켜 주십시오』라고 청하였다.

본당 신부는 그 여자를 조용히 사무실로 데리고 오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약 3분 동안 이야기를 하고는 돌려 보냈다.

한 주일 후 기분이 좋아진 그 늙은이가 다시 신부님을 찾아와서는 웃으면서 말을 시작하였다.『신부님, 제가 요즘은 잠을 잘 잡니다. 그 이상한 여자도 조용해졌습니다. 그런데 신부님, 도대체 그 여자를 어떻게 하셨습니까? 무슨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신부님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나는 그 여자가 동정녀 성모 마리아라고 믿게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