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미디어 교육 캠페인] 7 미디어의 복음화로 사회 복음화 이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1-04-12 수정일 2011-04-12 발행일 1997-02-16 제 2040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입시 위주 풍토 어려움 많아”

◆학교에서의 미디어 교육 ①(실시 가능한 유형들) - 김기태 교수<서강대 방송아카테미 교수부장>

(1) 초ㆍ중등학교서 특별활동으로 실시

(2) 관련 교과목 단원이나 항목으로 편입

(3) 정규과목 채택…완벽,체계적 교육 가능

학교도 중요한 미디어 교육의 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교육 여건 하에서는 청소년 대상의 미디어 교육이 초, 중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게 효율적이다. 우선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학교들을 중심으로 시범교육을 실시해 볼 수도 있겠는데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실시 유형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도 중요한 미디어 교육의 장

첫째, 한국의 교육환경 및 정책 결정과 정의 특성상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유형은 바로 특별활동의 하나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는 방법이다.

사실상 현재 한국에서의 학교 미디어 교육은 모두 특별활동 과목의 하나로 실시되고 있는 셈이다. 특별활동으로 미디어 교육이 실시될 경우에는 교사들의 전공과 현재 맡고 있는 과목에 관계 없이 희망자를 중심으로 담당교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고 기존 교과목이나 교육 정책 과정상의 특별한 변화나 조치가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형이다.

다만 교육 효과 면에서 절실성이 떨어지는 선택형이라는 점이 단점이다. 현재와 같은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에서 특별활동으로서의 미디어 교육이 얼마나 많은 교사나 학생 그리고 학부모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까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 학교 현장에 어떤 형태로든 미디어 교육을 도입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성 있는 유형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먼저 기존 과목에 편입 추후 독립 교과목 추진

둘째, 기존 초, 중, 고교 교과목 중 미디어 교육과 비교적 관련이 많은 교과목의 일부 단원이나 항목으로 편입하여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는 유형이다.

이 경우에도 전체 교과과정에 대한 손질이나 변형을 가하지 않고 부분적인 정책 결정만 가지고도 미디어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우월성 면에서의 장점이 있다.

그리고 우선 1차 단계로 기존 교과 중에 편입시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해 본 뒤 성과를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독립 교과목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단계적 추진 전략으로서의 유용성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회 과목이나 국어, 또는 미술, 음악 등 예능 과목 속에 미디어 교육 내용을 삽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국어 과목에 포함될 경우에는 주로 미디어 메시지의 언어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수용을 위한 본질적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고 사회 과목에 포함될 경우에는 대중매체의 기능과 역할론에 입각해 미디어 메시지의 이데올로기적 특성과 문제점을 올바로 간파, 제대로 된 수용을 할 수 있도록 일깨우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 음악 등 예능 과목의 일부로 실시될 경우에는 미디어의 미학적 분석을 토대로 올바른 감상 능력을 항상시키는 교육이 될 것이다.

▲교과과정 교사 양성 교재 개발 시급

셋째, 초중고교 정규 교과목의 하나로 독립해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는 유형이다.

짧게는 1학기용에서부터 길게는 전학년 동안 연속된 교과로 채택할 수도 있겠는데 가장 완벽하고 체계적인 미디어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유형이지만 기존 교과목 외에 새로운 교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방법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이 지배하는 풍토 속에서는 미디어 교육과 같은 인성교육, 또는 교양교육 성격의 교과가 독립 교과로 편성되기는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대중매체의 역기능적 폐해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는 상태에서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미디어 교육이 실현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정규 교과목으로 미디어 교육이 실시될 경우 장점은 교육의 체계성, 일관성,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고 무엇보다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련 정부 부처가 성장기에서부터 대중매체를 올바로 수용할 수 있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한다는 점이다.

▲장ㆍ단점 검토 혼합 사용 상호보완적 모델

만약 정규 교과목으로 독립될 경우에는 체계적인 교과과정 개발과 교사 양성 그리고 직절한 교재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이상과 같은 세 가지 형태의 학교 미디어 교육 유형들은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채택, 실행될 수 있을 것인데 이 중에는 각 유형마다를 개별적으로 채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각각의 장점과 특성을 검토해 혼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결국 위의 세 유형은 각기 배타적인 모델이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미디어 교육 모델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현장 사람들 -「으뜸과 버금 비디오숍」운영 김인수 씨

“생각하고 공부하며 계획성 있게 시청해야” 각종 자료 철저히 조사 분석 정보 제공

청소년에 대한 최소한 규제 엄격히 적용 "믿을 만한 비디오 가게" 평…대여 늘어

『동네「비디오가게 아저씨」에서 비디오를 통한 문화운동가로 불리길 원하기까지는 사실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에서 신동아 비디오를 운영하는 김인수(마르띠노·44)씨. 그가 경영하는 비디오숍은 흔히 말하는 건전한 비디오숍이다.

선정적인 포즈의 반라 여인들이 그려진 울긋불긋한 포스터들이 어지럽게 난무하고 있는 어두컴컴한 진열대 대신 투명하고 밝은 진열장과 깨끗하게 정리된 비디오 테이프들, 손님들이 주인과 영화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좋은 영화를 소개받을 수 있는 올바른 비디오문화의 정착을 꿈꾸는 곳이다.

그는 지난 92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전업을 결심하고 원래부터 좋아했던 영화를 실컷 볼 수 있는 비디오가게를 개업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곧 한국 대중문화 안에서 비디오가 차지하는 처참한 지경에 크게 실망했다. 음험하고 우중충해 보이는 진열대, 덕지덕지 포스터를 발라놓은 유리창,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는 조잡하고 유치한 비디오 영화들…

92년 10월 처음 문을 연 뒤 두 달간 김씨는 대중문화의 최하위 층에 자리한 저질문화 표본으로서의 비디오 문화에 대해 실망했고 의욕적으로 시작한 비디오숍을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에 봉착했다.

그때 김씨는 이미 여러해 전부터 비디오 매체의 선용 가능성을 확신하는 한편 잘못된 비디오 문화를 올바르게 이끌기 위한 활동을 펼치는 서울 YMCA「건비연」의 일련의 활동들에 대해 듣게 됐다.

그때 마침 91년 12월부터 시작된 비디오숍 경영자 전문과정을 이수한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서울 YMCA 좋은 비디오숍 경영자 모임 - 으뜸과 버금」이 조직되게 되고 김씨는 이 모임의 창설 멤버가 된다. 그리고 현재 으뜸과 버금은 총 회원숍 1백40여 개가 넘는 꽤 규모 있는 조직이 되었다.

으뜸과 버금 회원 숍의 특징은 우선 널찍하고 밝은 분위기이다. 일반 비디오숍이 다소 어두운 실내에 테이프들만 잔뜩 쌓여있는 반면 으뜸과 버금 회원 숍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셀프서비스 커피전문점 같은 활기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유하고 있는 비디오 테이프의 질적인 수준에서도 어느 정도 차별성이 엿보인다. 물론 일반 비디오점의 보유 테이프들은 모두 보유하고 나아가 상업성이 없어 일반 비디오점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명작, 예술 영화 등을 보유한다. 단순히 보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에 관한 자료들을 철저하게 조사, 분석, 숙지해 손님들에게 정보로 제공하게 된다.

으뜸과 버금의 가장 엄격한 규칙 중 하나는 바로 청소년에 대한 확고한 지침이다.『책가방을 들고서는 숍에 들어오지 못하게 합니다. 일단 집에 가서 책가방을 두고 가게로 오도록 합니다.』간단한 규칙이지만 청소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또 가게 안에서도 동선을 잘 배치해 청소년들이 일정 선을 넘어서면 즉시 주인의 눈에 띔으로써 성인용 테이프들이 진열된 장소로는 진입(?)을 아예 하지 못하게 한다.

김씨는 처음에는 이래 가지고 장사가 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러한 엄격한 규칙 적용이「믿을 만한 비디오 가게」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고 오히려 대여 수가 늘어나는 상승효과를 보았다 한다.

『비디오, 영화는 현대인들에게 떼어놓을 수 없는 생활입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선용하는가 하는 것이지요. 생각하면서, 공부하면서, 계획성 있게 비디오 영화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영호 기자